문인수 - 개펄
게시글 주소: https://io.orbi.kr/0005381189
일몰 보러 갔다. 갯가에 붙여 지은 이 횟집엔 서쪽을 잘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여러 칸 일렬 쪽방을 따로 길게 달아 놓았다. 오후 네시, 한 여자가 일찌감치 방 하나를 차지하고 있다. 상머리엔 벌써 소주 네 병, 잔뜩 취해 훌쩍거리고 있다. 바람맞은 걸까, 누군가 박차고 나가버린 걸까. 문 활짝 열어 놓은 채 허우적 허우적, 하염없는 넋두리에 빠져 있다. 핸드폰을 부여잡고... 사연인즉 죽은 남자를 부여잡고 당신,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이럴 수 있어? 얄팍한 합판벽, 우리는 여자의 바로 다음 방으로 들어갔다. 창밖, 널리 번진 뻘밭을 마구 뒹굴고 싶었다. 허공의 응답, 그 참을 수 없는 흥분으로 우리는, 지척간의 질퍽거리는 비련을 온몸으로 짓뭉개며, 힘껏 숨죽이며 사랑을 하고 창밖, 해 저무는 것 보았다. 저물어, 검게 물렁거리는 바닥으로 한사코 무르녹아드는 모습, 뒷모습... 무르녹아 붉게 복받치는 저녁 노을 보았다. 울음이 울음을 거뭇거뭇 삭히고, 어둠이 어둠을 그렇게 잠재우는 것 보았다. 으스러지게 껴안아 들인 것은 결국 너라는 등! 1막의 독무대 옆, 전망 좋은 방에서 그 일몰, 다 들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이것도 나중에 뉴스에 나오겠네
-
사범대 진학을 너무나 희망하는 사람중 한명인데요 메이저과목가기엔 점수가 부족해서...
-
고3 현역이구요독일 유학 준비도 할 겸 제2외국어로 독일어를 보려고하는데요수능...
-
[독일어 과외/deutsch]독일어 원어민native speaker.한국어도 가능해 편한 과외 가능 0
[독일어 과외/ 영어 스피킹] 학교 : 루르 유니버시티 보훔 (독일) Ruhr...
-
[독일어 과외/ 영어 스피킹] 독일어 원어민native speaker입니다.한국어도 가능해 편하게deutsch스피킹,쓰기,읽기,문법 다 가능 0
학교 : 루르 유니버시티 보훔 (독일) Ruhr Universität...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