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이란 무엇인가 10편
게시글 주소: https://io.orbi.kr/00038794208
수능에는 정말 다양한 과목이 있습니다. 제가 책을 쓰려는 국어부터 수학과 영어, 한국사, 물화생지 등의 과탐과 사탐까지. 이 다양한 과목들 중에서 어떤 과목이 제일 학습의 근본에 부합할까요? 어떤 과목이 학습을 제대로 이해해야 쉽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어떤 과목이 우리에게 가장 과학적인 사고력을 요구할까요?
정답은 ‘수능 국어’와 ‘물리’입니다.(참고로 다시 말하자면 저는 물리1, 화학1 선택자입니다)
앞으로 ‘수능 국어’에 대해서는 정말 질리도록 이야기할 예정이니 이번 시간에는 ‘물리’(이 용어는 수능물리부터 중학교, 대학교 물리까지 모든 물리 과목을 포함합니다)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2학년일 때 아주 훌륭하신 선배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 선배는 당시 화학공학을 희망하던 저에게 기계공학을 추천해 주셨는데,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기계공학에서는 제일 어려운 4대 역학(쉽게 말하자면 물리입니다)을 배우기 때문이다’
저는 당시 이 말씀이 무슨 뜻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제 선배께서는 기계공학을 학부로 나오게 되면, 나중에 어떤 과목이든 하고 싶은 다양한 분야를 마음껏 시도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물론 그 선배는 학부를 기계공학과로 나오셨습니다. 제가 이 말씀들을 이해한 것은 재수가 끝나고 부산대학교를 잠시 재학할 때였습니다.
https://nano.pusan.ac.kr/nano/14193/subview.do
제가 당시 입학한 곳은 ‘광메카트로닉스 공학과’라고 부산대의 나노대 아래의 3개의 학과 중 한곳입니다. 거기 교수님이 정말 저랑 케미가 잘 맞는 교수님이 계셨습니다. 그 교수님이 아직도 기억나는 이유는 여타 교수님들과 달리 아주 현실적인 조언과 잔소리를 해주셨었기 때문입니다. 이 교수님의 말씀을 비롯하여 저는 딱 한 학기동안 대학을 다니면서 관찰한 결과 아주 중요한 사실을 알았습니다.
학생이나 교수들 중에 젊어서 수학과 물리를 정말 빡세게 공부한 사람들은 나중에 성장해서 다양한 분야에 진출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젊어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사람을 예로 들자면, 나중에 대학원 또한 화학공학과 관련된 분야로 진출해야 한다는 한계를 맞닥뜨린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화학공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학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오로지 젊어서 역학을 정말 빡세게 훈련하고 공부하는 기계공학과가 가장 미래에 대해서 유연했습니다.
이러한 깨달음을 저는 저희 학과 교수님께(앞서 언급한 그 케미가 맞는다는 분) 이야기 해드렸고, 화학공학을 전공하신 교수님은 제 말을 강하게 긍정하셨습니다. 왜냐하면 그 교수님은 화학공학을 전공함으로써 갖게 되는 한계를 느끼신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자꾸 제가 화학공학을 예시로 들지만 저는 절대 특정 학과를 비하할 의도가 없습니다 ^^;;)
물리학은 제가 앞서 설명한 과학적 학습, 알고리즘을 가장 충실하게 따르고 있습니다. 물리 문제는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변용되어 제시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겉보기에 달라보이는 다양한 문제들은 결국 몇 가지 개념과 알고리즘에 의해 해결됩니다.
(물리 문제의 대표적인 유형인 빗면문제. 저기서 변수들에는 어떤 숫자든지 들어올 수 있다.
출처 :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toshizo&logNo=220805297138&parentCategoryNo=&categoryNo=62&viewDate=&isShowPopularPosts=true&from=search)
빗면 문제를 예로 들자면, 문제지에는 정말 다양한 빗면 문제가 출제될 수 있습니다. 마찰력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고, 각도가 클 수도 있고 작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각각 변수에 들어가는 숫자가 달라질 뿐 해결하는 방법은 똑같습니다. 숫자를 바꿈으로써 무한히 많은 문제로 출제할 순 있지만, 결국 동일한 유형은 동일한 알고리즘으로 해결됩니다.
다시 돌아와서, 왜 하필 젊어서 물리(역학)을 빡세게 공부한 학생이 나중에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을까요? 그 이유를 저는 물리라는 과목의 특성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리는 몇 가지 알고리즘을 통해 우리로 하여금 사고하여 똑같은 논리로 푸는 것을 바라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고력 훈련을 통해 우리는 한층 더 높은 수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달라보이지만 다 같은 문제임을 깨닫는 ‘사고력’이 필요합니다.
결국 물리라는 과목은 학습의 가장 기본요건을 충실히 갖추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분명 물리를 함으로써 다양한 이점이 있겠지만, 저는 물리를 하면서 얻는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과학적 학습을 제대로 훈련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빡세게 훈련을 한 만큼 우리의 사고력과 학습능력은 향상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러한 탄탄한 사고력을 바탕으로 다른 분야까지 손쉽게 침략(?)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럼 반대로 가장 비과학적이고, 학습의 근본적인 성질들을 이해할 필요가 떨어지는 과목이 무엇일까요? 해당 과목을 선택한 학생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것은 ‘지구과학’일 것입니다.(저는 비록 지구과학을 선택하지 않았지만 이 부분만큼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지구과학이라는 과목 자체는 사고력을 요하는 부분이 물리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적습니다. 내가 확실히 수많은 개념들을 외우기만 했다면 10분이고 20분이고 순식간에 풀 수 있습니다.
물리에 비해 압도적으로 외워서 푸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학습을 훈련할 기회가 적습니다.(사탐에 대해서는 왜 말이 없냐고 하면, 저는 이과라는 변명밖에 하지 못합니다) 지구과학을 빨리 풀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효율적인 알고리즘을 세웠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물리에 비해 과학적이지 못합니다.
수능 물리는 특히 자연스럽게 효율적인 생각과 알고리즘을 강요합니다. 최대한 상황을 정확하게 분석하면서 동시에 간단하게 보아야 빠르게 풀어낼 수 있습니다. 복잡하게 설명하던 내용을 조금 더 간단하게 남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최대한 빠르고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당시 재수생활 때 저랑 동갑이었던 한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는 물리를 정말 잘했는데, 그냥 잘하는 수준이 아니라 제가 여태 보았던 사람들 중에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난이도로 출제가 되어도 20문제를 15분 안에 풀어제꼈는데, 한번이라도 물리1 모의고사를 푼 사람은 이것이 얼마나 소름끼치는 말인지 알 수 있을 껍니다.
그 친구가 단순히 물리에 나오는 개념들을 잘 외웠기 때문에 그런 속도가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머릿속에 알고리즘이 아주 명확하고 정확하게 형성되어 있으며 계속된 반복 훈련으로 더 효율적으로 굳혀나갔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그 친구는 스스로 모르는 사이에 학습의 근본 요건들을 잘 충족시켰기 때문에 그런 수준의 속도가 나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단언컨대 물리는 우리에게 가장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알고리즘을 가르쳐줍니다.
이는 곧 왜 하필 제가 학습을 알고리즘이라고 정의하였는지 이어집니다. 컴퓨터라는 것도 결국은 수학과 물리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하필 알고리즘으로 학습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학습이란 무엇인가(11편 예정)
https://orbi.kr/00019535671 - 1편
https://orbi.kr/00019535752 - 2편
https://orbi.kr/00019535790 - 3편
https://orbi.kr/00019535821 - 4편
https://orbi.kr/00019535848 - 5편
https://orbi.kr/00022556800 - 번외편 인치와 법치
https://orbi.kr/00024314406 - 6편
https://orbi.kr/00027690051 - 번외편 문과와 이과
https://orbi.kr/00030479765 - 7편
https://orbi.kr/00033799441 - 8편 + <수국비> 광고
https://orbi.kr/00038536482 - 9편 + <수국비> 광고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윤지환 황용일 0
피램 문학 완전 잘맞으면 윤지환이 쟐맞을까 황용일이 잘맞을까
-
대성 수학강사 0
수2 노베를 위한 강사 추천 해주세요
-
서울대 뱃지를 달면 딱 어울리겠다
-
심부름 어플에 30~50대 여자한테만 고민상담 올리는색히있는데 1
30~50대 여자만 수락가능으로해놓고 심부름어플에 자기 고민들어달라고하는색히있는데...
-
공하싫 0
진짜 내일 점수 안나오면 그만두고 싶음.. 그만둘 이유를 계속 찾는 느낌이 듦...
-
??
-
날씨가 진짜 덥네요 느긋하게 시간 보내볼까
-
이정도면 치대-한의대는 가능한가요? 치대 한의대 가능할려면 어느정도여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
교육부, 의학교육평가원에 경고…"근거 없이 교육 질 저하 예단" 3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오석환 교육부 차관이 전국 의대의 평가·인증을...
-
수분감푸는데 좀 더 최신기출로 선별된 기출문제집 없을까요? 빨리풀고 실모 n제...
-
두각학원에서 중3들 수학 가르치나보네 피아노는 왜 그만둔거지
-
개정해봤자 진짜 얄팍한 지식일텐데 그걸로 얼마나 괴랄한 결과물을 만들지...
-
난이도도 먹 괴랄하지않고 문제가 적당히 어렵고 얻어갈 게 많음.
-
이번 모고 쉬웠는데? 그렇게 어렵진 랂은듯? 미적 1 88에 언매 1 90 본다...
-
적절한 것 고르는 문제였고 정답 선지가 "위생과 소숙방은 위생의 부친의 요청에 따라...
-
"훈련도감" "독해를 한다는 것" "구주 연마의 서" "표준국어비판" 지금은 너무 유치해짐
-
총 합산 77.2점인데 3등급 턱걸이 할 수 있을까요ㅠㅠ 수행 40점 만점에...
-
국어성적이 올라가나요? 사회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일을 겪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
올해 야구 다시는 안봄 ㅇㅇ (올스타전 코시 제외)
-
올라서 다행이에요. 자랑할 곳이 없어서 여기에 올려요
-
교재 이름이 신선하네요 ㅋㅋ
-
올해 수학다음으로 영어를 많이했다니까 ㄹㅇ sibal 6모 개색갸!!
-
[화제의 연구]수학만 못한다고? '난산증' 의심해봐야 7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다른 과목은 다 잘하는데 수학만 못 하는 아이가 있다면...
-
안녕하세요, 의대 수리논술 전문 유튜브 채널 '수학GPT'에서 2024학년도 의대...
-
반대로 말하면 약간 난이도는 그렇게 높진 않은듯…? 도표는 ㄹㅇ goat 평가원 그 자체
-
되게 간단하고 직관적이라 기분좋음 ㄹㅇ
-
수특이 난이도 나한테 딱 맞는데 비슷한 거 아시는 분?!
-
매월승리 7호? 0
아직 배송 안오거 맞죠?
-
과탐 씨발샛기야 9모때 다시보자 어어 그래그래
-
무신사 같은 데 베스트 상위권에 머슬핏 ㅈㄴ 많음;;
-
아 진짜 좟같네 1
요즘 애들 왤케 싸가지가 없냐... 독서실인데 엄연히 라인 그어져있는데 ㅈㄴ 쳐...
-
부슬비와 보슬비 모두 비자립적 어근+명사로 보는 게 적절함 3
부슬/보슬이 단독으로 기능하는 건 '부슬부슬/보슬보슬' 같은 첩어나...
-
생각해보니 1학년때 가버리면 선이수과목땜에 시간표 줄줄이꼬임..
-
매일 그날 공부할거 다 끝내고 1시간정도 책읽으려는데 이게 도움될까??
-
국어 > [상상국어 모의고사 시즌3 4] 공통, 화작 > [ebs를 부탁해 수특...
-
진학에도 안뜨는거같던데 백분위인데 러프하게 알려주실수있나용 화작 85 미적 96...
-
방인혁 expert zero 랑 expert 1 중에 뭐가 나을까요??
-
이번에 여름방학에 미적분 처음 공부하는고2 정시파입니다. 학원 안다니고 인강으로...
-
6모 화작 77 미적81 영어 55 물리 39 지구 29 9모 목표 화작 90 미적...
-
ㅅㅂ ㅠㅠ
-
숨 쉬기 불편해서 습관적으로 숨 참게됨 비염 진짜 씹...
-
수학 황 계신가여... 질문드립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ㅜ 1
작수 낮 2 올해 6모도 낮 2인 반수?생입니다(4월부터 시작함) 4월부터 고1수학...
-
화작 확통 쌍윤 95 93 3 89 93 더 올릴 예정이긴 합니다만... 0.현재...
-
이미지 미친개념+기분 수1,2,확통 1회독 완료했는데 입문엔제 들어가도 되나요?...
-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걸로... 중고거래 귀차나
-
뭐뇨이..
-
열등감 때문에 못해먹겠다
-
서울대 정시 0
전사고에서 내신 4점대이고 절대평가 과목들은 모두 A 받았습니다. 1학년때 영어가...
-
막 계정에 있는 거 다 털어가지 않음? 비번만 바꾸고 나머지 하나도 안 건드린 건 무슨 경우지...
물리 15분컷은 무서운정도가 아닌데요
수학도 비슷하지 않나요
하앙 ㅠㅠ 님 칼럼 ㄹㅇ 개꿀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