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킴 [537476] · MS 2014 · 쪽지

2016-02-08 02:5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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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킴의 음식칼럼] 라면론 - 짬뽕라면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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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시작하기에 앞서
 난 음식에 있어선 원칙주의자라서 꼭 하라는 대로만 먹는 사람이다. 라면 제작사의 공학자들은 나보다 똑똑해서 잘 만든다. 이 사람들이 하라는 대로만 하면 후회할 일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에 나온 모든 라면들도 전부 라면 그 자체로만 끓였다.

1. 왜 고민인가?
 그야말로 짬뽕라면의 시대다. 진짬뽕, 맛짬뽕, 갓짬뽕, 불짬뽕.... 삼양, 팔도, 농심, 오뚜기의 사이에서 우린 선택장애를 앓는다. 모든 고민의 원인은 무엇인가! 우리가 한정된 자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정된 자본으로 최고의 효용을 만들어 내야 한다.

2. 나에 대한 소개
 2.1 우리 아버지는 내가 어렸을 때, 고-급 레스토랑 주방장이자 오너였다. 홀로 밤을 새며 메뉴를 개발하고, 거의 모든 요리를 직접 해내셨다. 근데 지금은 젤 잘하는 게 골뱅이초무침이다. 이런 아버지 덕분에 난 어린시절 많은 요리를 접했다. 강원도, 전라도, 경기도 곳곳을 아버지와 여행하며, 그 지역의 특산물과 맛집들을 탐방했다. 쓰레기같이 입맛만 고급. 나의 유일한 자랑거리 중 하나가, 바로 미각이다. 맛은 주관적이다. 하지만 난 나름 노말한 입맛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2.2 나는 1년 넘게 불량생활을 해왔다. 아침에 자고, 밤 10시 쯤에 일어나서 편의점 음식으로 끼니를 때웠다. 열린 식당이 없었기에.... 그리고 난 게을렀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편의점 음식을 계속해서 먹으며 새로운 맛을 찾아다녔다. 결국... 난 일주일에 편의점에서 30000원 이상을 쓰는 헤-비 편의러(Heavy-Convenientor)가 되고 만 것이다.

3. 각 짬뽕에 대하여
 4개의 짬뽕으로 열린 짬뽕전국시대... 맛짬뽕 불짬뽕 갓짬뽕 진짬뽕은 모두 1500원이다. 신라면 블랙 출시 때와 비슷한 가격이지만 어째서인지 사람들이 가격에 대해 반발을 가지지 않았다. 이유는 대충 이렇다. 신라면 브랜드는 "프리미엄"가치가 되기엔 인식이 부족했고, 짬뽕라면은 "프리미엄"가치를 가지기에 충분했다. 더 이상 파고들면 짬뽕라면에 대한 글이 아니라 경제학 글이 되니까 관두겠다.

4. 조리방법에 대하여
 각 짬뽕라면들은 "주 스프" +"기름스프"+"건더기스프"로 나누어져 있었다. 좀 더 자세히 들어가보자.
 4-1. 오뚜기 진짬뽕
 오뚜기 진짬뽕의 구성은 다음과 같았다.
 
 사각형의 면, 건더기스프, 액체스프, 유성스프

 기존의 라면들은 "주 스프"를 가루스프로 만드는 반면, 진짬뽕은 주 스프를 액체스프로 만드는 파격적인 행보를 취했다. 권장하는 조리방법은 다음과 같다.
 ① 물에 건더기 스프를 넣고 함께 끓인다.
 ②물이 끓으면 액체스프를 넣은 뒤, 면을 넣는다. 5분을 끓인다.
 ③유성스프를 넣고 잘 저어 먹는다.

별 것 아닌 조리법이다. 하지만 다른 짬뽕라면과 특이점이 있었다. 물과 건더기스프를 함께 넣고 끓인다는 점이다. 건더기스프에서 우러나오는 향을 최대한 이용하는 조리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건더기 스프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건더기스프는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었다.
건청경채, 건파, 건양배추, 건목이버섯, 건당근, 게맛살후레이크
"게맛살이 들어있다는 것이 특이점이다."

 4-2. 팔도 불짬뽕
 팔도 불짬뽕의 구성은 다음과 같았다. 
 
 사각형의 면, 건더기스프, 액체스프, 향미유
 
 팔도 불짬뽕도 오뚜기 진짬뽕과 마찬가지로 주 스프로 액체스프를 이용했다. 또한 유성스프를 "향미유" 라고 이름붙였는데, 좀 있어보이려고 이렇게 한 건지 의문이다. 조리법은 다음과 같다.
 ①물이 끓기 전, 액체스프와 건더기스프를 넣는다.
 ②물이 끓으면 면을 넣고 5분을 끓인다.
 ③향미유를 넣고 저어 먹는다.
 
 액체스프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왜 액체스프를 물이 끓기 전에 넣는가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았다. 도대체 얼마나 우려먹을려고.... 
건더기스프는 다음과 같이 구성되었다.
건양배추, 청경채, 건홍피망, 목이버섯, 조미비프후레이크, 건오징어
"고기맛을 구현하기 위해서 조미비프후레이크를 넣은 것이 특징이다." 고기는 그 자체로도 맛있지만, 고기로 요리했을 때 고기에서 나오는 기름 자체가 훌륭한 식재료가 됨을 반영한 건더기스프라고 할 수 있다.
 
 4-3. 농심 맛짬뽕
 농심 맛짬뽕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원형의 면, 건더기스프, 분말스프, 야채볶음풍미유
 
 야채볶음풍미유.... 시선을 확 끄는 이름이었다. 그래서 일부러 2개를 사서 하나는 야채볶음풍미유를 넣지 않고, 하나는 야채볶음풍미유를 제대로 넣고 시식해보았다. 이 유성스프는 확실히 야채를 볶았을 때 나는 향이 물씬 풍기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도 짬뽕을 요리할 때 야채를 먼저 볶고 난 뒤 짬뽕을 만들기에, 짬뽕에서 야채향이 난다. 이를 반영할 정도로 세심함이 엿보인다.
 권장 조리법은 다음과 같다
 ① 물을 끓인다.
 ② 물이 끓으면 면, 분말스프, 해물야채건더기를 한번에 넣고 5분간 끓인다.
 ③ 불을 끄고 야채볶음풍미유를 넣고 먹는다.
 
확실히 야채볶음풍미유가 존재하기에, 해물야채건더기나 분말스프를 먼저 넣어 국물을 우려낼 필요가 없음을 반영하는 조리법이다. 하지만, 한 번에 3가지를 동시에 넣어야 함이 좀 아쉽다. 순차적으로 넣는다면 좀 더 여유있는 조리가 될 수 있었을텐데...

건드기스프는 다음과 같았다.
건청경채, 건양배추, 조미건조홍고추, 건목이버섯, 건미역, 동결건조오징어

조미건조홍고추는 맛짬뽕의 매운맛을 시각적으로도 잘 이끌었다. 그리고 목이버섯의 양이 다른 라면들보다 절륜함을 알 수 있었다.

 4-4. 삼양 갓짬뽕
 삼양 갓짬뽕의 구성은 다음과 같았다.
 
 원형의 면, 건더기스프, 분말스프, 짬뽕조미유

 갓짬뽕은 맛짬뽕과 마찬가지로 분말스프를 채택했다. 또한 유성스프에 "짬뽕조미유"라는 이름을 붙였다. 향을 맡아보니 과연 짬뽕의 향을 부각시켜주는 유성스프였다. 
 권장 조리법은 다음과 같았다.
 ① 물을 끓인다.
 ② 물이 끓으면 면과 분말스프, 건더기스프를 넣고 5분 끓인다.
 ③ 불을 끄고 짬뽕조미유를 넣고 먹는다.
 
맛짬뽕과 유사한 조리법이다. 허나, 마찬가지로 2번 단계에서 한 번에 3가지를 요구하기에 좀 아쉬운 면이 있다. 
 건더기스프는 다음과 같았다.
 볶음참깨, 건양배추, 건파, 청경채, 건다시마, 실당근, 건미역, 동결건조오징어
 다른 짬뽕라면들과는 달리 볶음참깨가 들어간다. 하지만 실제로 먹을 때엔 볶음참깨의 고소한 맛이 덜 느껴져서 아쉬웠다. 오히려 이 참깨는 매운맛을 유발하기위한 장치이다.


5. 맛에 대하여
 자, 가장 중요한 맛에 대한 부분이다. 이 부분의 서술을 위해 위쪽에서 헛소리를 좀 지껄였다.
이 파트를 서술하기 전에, "짬뽕의 맛"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짬뽕은 야채/해물/고기/불 의 향기의 밸런스에 따라 맛이 크게 좌우된다. 야채는 풍성함, 해물은 깔끔함, 고기는 기름짐과 풍성함, 불은 탄맛(역하지 않은) 을 맡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면, 일본의 나가사끼 짬뽕 같은 경우는 야채와 해물맛이 강하고, 불맛이 약간 존재한다. 


 5-1. 오뚜기 진짬뽕
 오뚜기 진짬뽕은 다른 짬뽕라면들보다 확실히 덜 매운 라면이었다. 하지만 짬뽕맛이 덜한가? 그것은 아니다. 유성스프의 묘한 불맛이 뒤를 살린다. 중국집에서 낼 수 있는 불맛을 유성스프로 50%정도 재현해냈다. 그러나 단맛이 좀 강한 편이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그리고 면의 양이 적어 포만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편이다.

 요약 : 절제된 매운맛! 진한 국물맛! 깔끔한 해물의 맛! 허나, 단맛이 있고 면의 양이 적다!

 5-2. 팔도 불짬뽕
 강력한 불맛이 느껴진다. 매워서 불짬뽕이 아니라, 불맛이 강력해서 불짬뽕이다. 건더기가 혜자다. 향미유를 "불맛기름" 이라고 이름붙여도 할 말이 없겠다. 아니, 그렇게 해야겠다. 하지만, 팔도 짜장면 때에도 면이 문제가 였는데, 이번에도 면이 문제다. 굵기가 가늘어 뚝뚝 끊기는 아쉬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다른 라면에 비해 상당히 기름지다. 개인에 따라 많이 먹을 경우 느끼하게 느낄 수도 있곘다.

 요약 : 엄청난 불맛! 굉장한 국물! 하지만 그에 비해 떨어지는 면. 누군가는 국물이 느끼할 수도 있다.

 5-3. 농심 맛짬뽕
 진짬뽕보다 깔끔한 국물을 자랑한다. 같은 해물베이스 육수지만, 더 매콤하며 기름진 것을 잡아냈다. 또한 면도 기가 막혔다. 면이 오동통한 것이 쫄깃한 맛을 내며 "씹는 맛"이 존재하는 면을 만들어냈다. 면을 자세히 보니 다음과 같이 칼집을 낸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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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면 사이에 국물맛이 더 잘 스며들게끔 하기 위해 만든 것이겠다. 면발은 농심의 면발이 최고였다. 
 하지만 불맛을 만들기 위해 인공적으로 탄내를 집어넣은 것이 확 뜨였다. 이게 먹는 내내 거슬렸다. 베이스 국물은 좋았지만, 불맛을 좀 더 약화시켰으면 진짬뽕의 완벽한 상위호환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또한 건더기가 다른 라면에 비해 많이 적은게 아쉬웠다.

 요약 : 멋진 면발! 깔끔하고 매콤한 국물! 그러나 인공적인 불맛, 적은 건더기스프.

 5-4. 삼양 갓짬뽕
 참으로 자극적이다. 얼큰하고 칼칼한 맛을 자랑한다. 짬뽕라면 중에서는 제일 맵고 짜다. 또한 건더기스프가 팔도 불짬뽕 급으로 혜자다. 허나, 돼지육수와 해산물을 국물의 베이스라고 말했는데, 돼지육수는 잘 느껴지지 않았다. 면도 또한 팔도 불짬뽕 급으로 아쉬웠다. 
 
 요약 : 얼얼하게 맵다! 건더기스프가 충실해! 그런데 이건 맵기만 한 거 아니냐?


6. 글을 마치며.

다음 번엔 프리미엄 짜장라면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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