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대에서 고려대까지
게시글 주소: https://io.orbi.kr/0007793144
4번이나 수능을 보고 나서야 입시판을 떠나게 되네요.
한시름 놓으니 제 20대 초반은 어디가고, 벌써 스물셋. 슬슬 이십대 중반에 더 가까워졌어요.
13수능땐 34344이었어요. 평상시에 12244정도 받았는데 이상기체 지문에서 멘붕당하고 3개 틀리니 3등급이 뜨더군요. 그뒤로 멘탈이 아예 나가서 난생처음보는 점수를 받았었네요.
다행히, 수시로 서울여대를 붙었어요. 현역땐 거들떠도 안봤는데, 붙으니 너무 좋더라구요.
눈물을 흘릴 정도로.. 그런데 부모님이 그러셨어요. 너가 정말 최선을 다해보고 그만두는게 좋지 않겠냐구요. 여러날 생각해보고, 결국 재수를 선택했습니다. 재수는 고삼 윈터때 메가에서 기숙을 해서 메가가려다가, 그냥 집 가까운 청솔에 들어갔어요.
형편없는 성적이었음에도 6,9월 성적으로 탑반에 들어갔어요. 물론 선행반으로 들어간 거라 기준이 좀 낮았던 면도 있구요. 고삼때 제 사탐점수만 봐도 아시겠죠, 전 성실한 학생이 아니었어요. 공부는 정말 안하는데 그에 비해 언수외(그당시는 국영수가 아니었죠)가 잘나오는 편인, 누군가에게는 재수없는 케릭터였어요. 하지만 재수를 하는데, 하, 제가 일반고를 나왔는데 재수학원에 오니 잘하는 애들이 정말 많았어요. 일반고에서 언수외합 5정도면 잘하는 축에 속했는데, 여기오니 명함도 못내밀겠더군요. 처음으로 열등감이란 걸 느꼈습니다. 고삼때까진 성적이 안나오면 부모님께 혼날 것을 걱정했는데, 재수하고서부터는 성적이 안나오면 제 인생이 걱정되더군요.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제 자신에 대한 열등감, 거기서 나오는 감정소모가 목표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현역때 수시로 서울여대를 갔다면, 재수땐 정시로 국민대정도. 상위누적 자체는 24퍼에서 10퍼가 됐음에도, 학교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에 다시 삼수를 결심했죠.
삼수때는, 지금생각해도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 모를정도로 죽어라 공부했어요.
학원에선 다 동생들이었기에 인간관계로 낭비할 필요도 없었고, 재수때와 달리 '독해져보자'라는 마음이 더 강했거든요. 또 실제로도, 학원에서 저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만큼 독하게 공부했어요.
한번도 엎드려 잔적이 없고, 화장실 가는 시간이 아까워 물도 안마시고, 밥은 그냥 거의 마시듯 먹고서 화장실 한번 들렸다가 다시 공부하고.. 하루에 자리에서 움직인 횟수가 한손가락 안에 꼽았어요. 제가 몸이 약한편이여서 담임 선생님께서 제가 쓰러지지 않도록 일부러 교무실로 불러서 쉬게하실 정도로, 죽어라 했네요. 모의고사 성적은 어느정도 나왔어요. 상위누적 1~2퍼 내외로. 하지만 저는 제가 공부한 걸 생각하면, 너무 맘에들지 않는 성적이었어요. 9월에 31111이 나왔는데, 그당시 국어를 2개 틀렸더니 3이 나왔거든요. 전체에서 틀린건 국어 2개뿐이었는데도 끝끝내 올1을 받지 못하자 전 멘붕에 빠졌어요. 제 스스로 그당시엔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돌이켜보면 슬럼프가 왔었네요. 저는 그당시 완벽주의에 빠져서 객관적으로 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 자신을 비판하고, 비난하고, 나중엔 혐오까지 하면서 스스로를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망.
11333이 떳어요. 정말 다 그만두고 싶었고, 뭐가 잘못된 건지, 나보다 못했던 애들이 수시로, 정시로 좋은 대학을 가고 나보다 열심히 안하던 애들이 좋은 대학가서 페이스북에 글올리고..
정시로 학교를 붙었지만 정도 안가고, 자존감도 낮아지고.. 참 힘든 생활을 했습니다. 또 자존심은 있어서 아무렇지 않은척, 남자친구도 사귀고 표면적으론 잘 지내는척 했었네요.
그러다 시간이 갈수록, 아, 이렇게 가다간 우울증으로 힘들어지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남자친구에게 양해를 구하고(그 친구는 기다려줄테니 하고싶은대로 다하고 오라고 했어요) 부모님도 설득을 했죠. 사실 힘들었어요, 부모님 설득하기. 하지만 제가 너무 완강해서 결국 반수를 허락하셨어요.
독재를 하다가 9월부터 파이널 빡쎄게 한다는생각으로 다시 다니던 학원에 들어갔어요. 가서 작년에 공부했던 것처럼 다시 독하게 했어요. 다만 작년과 달랐던건 올해의 목표는 '내자신을 사랑하자' 였다는 점. 제가 혹여 실수를 한다고해도, 제 계획을 다 못지켰어도 제 자신을 비난하지 않았어요. 그 시간에 그럼 이 비워진걸 어디서 메꿀까, 하는 계획을 다시 세웠어요. 그리고 계속 긍정적인 생각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제 자신에게 여유도 허락했어요. 일요일 점심시간에 남자친구와 점심을 먹었습니다. 전이라면 감히 상상도 못한 일이었죠. 제가 워낙 제 스스로에게 엄격했던 사람이라 오히려 그 부분을 풀었습니다. 지나친 완벽주의가 저를 갉아 먹는것을 느꼈거든요.
그리고 수능. 결과는 11211을 받았습니다. 역시 연고대 점수가 안전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제 자신에게 수고했다고 처음으로 말할수 있었어요. 그리고 올해 수시로 고대를 붙었습니다. 약간 선물처럼 나온 결과같았어요. 이게 제가 반수해서 나온게 아니라 그동안의 노력을 조금 늦게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으로, 원하던 대학에서 합격이라는 통보를 받고,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인사를 받았습니다. 조금 늦은 수기라 지금은 좀 진정됐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나름 힘겹게 이 자리에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떻게 마무리를 지어야하나, 모르겠습니다.
모두들 건승하길 바라며 수고하세요ㅎㅎ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Ad,ae 길이비율 구하는 근거가 뭔가요
-
안녕하세요 이제 곧 여름방학이기도하고 현재 수학 모의고사 성적이 계속 2~3등급...
-
5뜨는 정시파이터 혀녀긴데 이제 개념유형 지로함수 중 마닳은 1부터 안 풀고...
-
이감 상상 한수 있는건 아는데 뭐가 좋은지 모르겠고 어디서 사는지도 몰겠네
-
저 앱 컷나는데 이유가 뭘까요 신용점수가 낮은 것도 아니고 다른 대출도 없는데...
-
진짜그냥물린데
-
하 서브웨이 전부 해체해서 먹는얘는 나밖에 없을거임 22
이거 먹기 너무 어려워 걍 빡쳐서 칼로 썰고 포크로 찍어먹는중 보여주고 싶은데 보여주면 욕먹을듯
-
"군병원에선 '탈구'랬는데"...발가락 골절된 채 한 달 복무한 병장 1
강원도 한 육군 부대에서 복무 중인 20대 병장이 발가락이 부러진 채 한 달이나...
-
PC는 이제 정치적 생명력을 다한 사상 미국에 대적할만한 국가들의 경쟁력을 좀먹는데...
-
내신cc여도 윤사 표점 75 76 77 78 그라운드 뒤짚던데...
-
내신 계산 해보려 하는데 이거 123학년 반영비 같게 하면 되나요?
-
근데 화학 4단원은 시작도 안했다고? 1,2,3단원으로만 2등급 쟁취하기 도전
-
납득했습니다 안타깝네요 절평인데 이딴거 내는게 괘씸해서 한문제라도 전원정답 시켜볼랬는데 ㄲㅂ
-
생명 지구 N제 요즘 머가 좋나요? 입문용으로
-
더운데 재밌당 2
캬캬
-
캬캬캬
-
와 개맛도리였네 선생님 감사합니드아.. 지인선 선생님처럼 무료로 양질 문제를...
-
싱글벙글 집와서 방문 열었는데 얘가 왜 지금 집에있누? 개당황했네
-
어디에 나오나요?
-
삼각함수 그래프 3
ㅈ같네
-
'부슬'비 - 피램 언매편 '보슬'비 - 수특 언매 '부슬'비 => 부사+명사 =>...
-
미 대선관련 동영상 10
https://youtu.be/Iz4CiVKA21M?si=XRWeuGlta6L6gTV...
-
전체 내신은 1.5인데 수학 내신은 1.8이라서 상대적으로 수학 내신이 딸립니다....
-
어그로 ㅈㅅ 아니 어그로까진 아니긴 한데 싸가지 없이 말해서 ㅈㅅㅠ 님들 국어...
-
이맘때쯤이 딱 체력도 엄청 떨어지고 제일 싱숭생숭하고 공부도 안잡히는 시기…...
-
이투스 기숙인데 1
웬만한건 다 차단되어있는데 오르비는 뚫림 자꾸 들어오게되네
-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CRUX 차수영입니다. 24학년도 정시...
-
저는 지방 일반고 다니는 고2입니다. 내신 수학 시험만 보면 막 30점 20점떠서...
-
국어 시간 6
국어를 모의고사를 풀든 한 지문을 풀든 매번 시간이 너무 오바되는게 문제(독서...
-
ㅈㄴ내이상형임 미쳣는데
-
내일 내신인데 (시험범위 전범위) 제가 정시러고 수능 쌍윤이라 지리는...
-
"사과한다던 경찰, X 씹은 표정"‥동탄청년 "악성 민원인 된 듯" 1
헬스장 화장실을 다녀왔다가 성범죄자로 몰렸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은 20대 남성이,...
-
대인라 에어팟 안 되나요? 분명히 에어팟 연결하고 강의시르들어갔는데 아이패드에서...
-
개념 교재를 혼자 읽을까요?? 아님 인강 같은 걸 들을까요? 임정환쌤 리밋,...
-
내가 왜 고등학생한테 13
1/3+2/3이 3/6이 아니란걸 가르쳐야되는걸까
-
문학은 최대한 안돌아가고 풀어야 시간도 줄이고 매몰도 안되는데 독서는 지문 구성을...
-
항상 국어가 2등급 후반인데 안 늘어;; 정체가 된 느낌인데 이젠 뭘 해야할까?
-
오랜만에 메가스터디 홈페이지 들어갔다가 ㅈㄴ 웃었네 ㅋㅋㅋ
-
맥락이나 인물성격으로 추론해서 풀기 이거 괜찮나요?
-
언매 8-9분 매체 6-7분 독서론 3분 독서 30분 문학 30분
-
일찍이 클라크 웃겼잖아 응?
-
6모 응시자 수 화작 : 237,901명 기하 : 11,578명 물리1 :...
-
과연 우리나라 학생들은 수학,과학 세계 최상위권일까? 3
이베에스 방송 에서 따옴 Pisa 학업성취도 평가시험인데 (2012뇬 기준) 1짤은...
-
학원을 안 가는 게 아니라 집이 학원인거야
-
6모 성적표 2
아직 학교에서 안나눠줘서 그런데 6모 성적표도 교육청 성적표처럼 전교등수, 반 석차 나오나요?
-
브릿지 11회 통통이만도 괜찮으니 답지 구합니더.
-
르노코리아 사장, 직원 손동작 논란에 "인사위 열고 재발방지" 1
(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르노코리아 신차와 관련한 영상에 출연한 직원이...
-
시즌45 오프 이거 어떰
사반수 대단하십니다 수고하셨어요
축하드립니다 연고전에서 뵈죠
연.전
끝까지 지지해주신 부모님과 이겨낸 본인 둘다 ㅊㅊ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학교에서 뵈요~^^
므슨과신가요??
ㅊㅊ 는..
등록금 보고 좀 우울하네요
축하드립니다
내 자신을 사랑하자, 공감되는 부분이에요!
수고하셨습니다♥️
저랑 조금 비슷하시네오..ㅊㅋㅊㅋ
완벽주의는 정말 양날의 검인것같아요
완벽주의자인 친구가 예전에 국어보고 만점아닌걸 확신하고 포기각서쓰고 집에갔는데 까보니 100점은 아닌것맞았는데
어차피 백분위 100점수였던..
수고하셨고 축하드립니다...
여담이지만 처음에 이글 볼때 "여" 자를 못봤..ㅠㅠ
축하해요!! 고대에서 봐요ㅎㅎ
진짜 대단하시네요..저는 서울여대 다니다가 올해 반수한 학생입니다. 정신못차리고 초반에놀다가 저한테져서 이번수능을 망햇습니다. 도저히 서울여대에서 다니고있는 과를 못다니겠어서 삼수를 하려고하는데 부모님께서 절대밀어주시지 않으세요. 어쩔수없이 학교를다니면서 독재를해야할것같은데 혹시 공부를 어떤식으로 하셨는지 조언좀 구할수있을까요..특히 국어영역이요..풀으신 문제집이라던가..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