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킴 수필] 어린날의 초상-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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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엄마가 떠나면서 거의 모든 것을 잃었다.
남은 것은 옷가지와 몸뚱이뿐이었다.
살던 아파트에선 우리 가족에 대한 안 좋은 시선들이 생겨났다.
‘도대체 남편이 어쨌기에 아내가 도망을 가나…….’
아파트 상가의 슈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아빠를 향해 날카롭고 서늘한 시선을 보냈다.
항상 집안일을 반반으로 나누어 처리하는 가정적인 아버지였고, 가족밖에 모르던 우리 아버지는 한 순간에 아파트 사람들에게 범죄자 취급당하게 되었다.
결국, 그 시선을 감당하지 못하고 우린 고모 집으로 가게 되었다.
고모 집은 같은 동네에 있었다.
어렸을 땐 그 거리가 너무나도 멀어 보였는데, 중학교 때부터는 아주 가깝게 보였던 기억이 있다.
고모는 인정이 넘치시는 분이었다.
항상 김치를 담그시면 5~6집이 더 넘게 먹을 만큼 담그셨다.
그리고는 주변 사람들에게 몇 포기씩 나누어 주실 만큼 정이 넘쳐나셨다.
고모부도 마찬가지셨다.
단, 술을 마신 고모부는 아니었다.
술을 마신 고모부는 180° 다른 사람이 됐다.
아버지는 남의 도움을 최소화하며 살아가길 원했고, 항상 바깥에 나가 몰래 일을 하고 들어오셨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나와 누나를 고모에게 맡겨두고 밤늦게 들어오셨다.
그 날은 고모부가 술에 잔뜩 취한 날이었다.
한 손엔 사전을 들고 한 손엔 회초리를 든 채로 잠든 나를 깨웠다.
그리곤 내 머리끄덩이를 잡고 일으켜 세웠고, 날 거실 한복판에 던졌다.
넘어진 내 앞에 사전을 던졌다.
“네 누나보단 네가 더 똑똑하니 사전을 외워라. 물어봐서 틀린 만큼 회초리로 널 때리겠다.”
그리곤 내 오른쪽 팔목을 회초리로 세게 때리며 내게 소리쳤다.
“빨리 외워!”
난 비몽사몽한 상태로 사전을 펼쳤다.
3분쯤 지났을까, 고모부는 사전을 뺏어갔고, 나에게 이상한 단어들을 물어봤다.
이제 막 8살이 된 나에겐 너무 어려운 단어들이었고, 난 대답하지 못했다.
회초리가 내 팔목으로 다시 날아왔다.
그날, 나는 회초리로 수십 대를 맞았다.
이러한 일은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집에 없고, 고모부가 술에 취해 있으면 항상 벌어지던 일이었다.
고모는 술에 취한 고모부를 말릴 수가 없었다.
고모부를 말리려고 시도했다가는 고모도 다쳤을 것이다.
나는 절대 고모를 미워하지 않는다.
고모는 똑똑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드문 여자라고 생각한다.
이 사건은 나에게 고모부에 대한 공포를 안겨준다.
몇 달 뒤, 아버지는 고모부의 폭력에 대해 알게 되고, 고모부와 대판 싸운 뒤 고모집과 가까운 곳에 전셋집을 장만한다.
우리는 이 전셋집에서 11년을 살게 된다.
눅눅하고, 더러운. 벌레가 가득했고,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웠던.
하지만 10년의 추억이 깃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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