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와 게임의 밸런스에 대한 양자역학적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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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는 거창하게 양자역학이 들어갔는데 무슨 헤밀토니안 연산자라던지 슈뢰딩거, 디락 equation을 푼다던지 화학과 물리학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과 이해는 별 필요가 없습니다. 양자역학이라는 말 만큼 여러 의미를 동시에 함축적으로 포함한 적절한 용어가 없다고 생각이 들어서 사용했습니다.
양자역학은 뉴턴이 고안한 고전역학과 상당히 다른 개념을 가집니다. 물론 여전히 우리 눈에 잘 안보이는 전자의 움직임들도 여전히 고전역학에 따른 운동량 보존 법칙 등을 따르는 매우 강력한 이론임에는 틀림없으나, 여러가지 변수나 항을 제거하고 굉장히 간단한 수식으로 물체의 운동 상태나 상호작용 등을 효과적으로 나타낸 고전역학과 달리, 양자역학은 더더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고 식이 길어지고, 인간이 풀기 힘들어진다는 점에서 '복잡하다'라고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 실험에서 예상과 다른 측정값이 나온다는 것을 미루어보면, 뉴턴의 고전역학은 상당히 과감한 시도이기도 합니다. 예컨데 뉴턴은 질량을 가진 것들끼리 서로 당긴다는 것을 알아내었으나, 그 구체적인 원리를 모르면서 '중력자'라는 가상의 존재를 설정함으로써 당시의 시대적 한계를 적절히 흘려 넘기기도 하였고, 바람이 되었든 중력이 되었든 마찰이 되었든 여러 복잡한 힘이 존재하더라도, 그런 것들이 없다고 가정한 다음
F = ma
라는 간단한 식으로 힘과 가속도, 질량의 관계에 대해서 서술하기도 하였습니다. 실제 우리가 관찰하는 세계는 여러가지 우리가 알지 못한 상호작용이 존재하고, 항상 오차가 발생하지만 그런 복잡한 결과를 복잡하게 해석하지 않고, 간단명료한 수식으로 표현하여 단순화했다는 점에서 현대의 기준으로 다시 보아도 상당히 과감한 시도이면서도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공부를 할 때도, 어떤 새로운 개념을 배우면 그 개념을 활용한 간단하고 변수가 적은 문제부터 풀면서 차차 실력이 늘어감에 따라 복잡한 조건이 동시에 주어진 복합적인 문제를 풀어나가듯이, 뉴턴은 문제를 단순화하여 해석함으로써 우리가 마치 계단을 오르듯이 물리학에 대해서 점차 발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발판, 땅바닥을 깔아주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도 대학교 1학년 당시 실험 물리학 전공 기초 시간에, 계산값과 실험값이 다른 점에 대해서 온갖 상상을 하면서 그 오차 이유를 적어야 했었습니다. 실험 도구와 측정 기구의 정교함부터 온갖 변수를 생각하며 이러이러한 이유 때문에 오차가 발생한 것 같습니다, 오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개선해야 합니다 라고 끙끙대며 적은 기억이 납니다
https://www.gklibrarykor.com/3438/
뉴턴 역학은 환원주의와도 긴밀하게 연결되는데, 저는 최근에서야 환원주의의 진정한 뜻을 이해했으며, 뉴턴역학에 대한 열광이 최정점에 달했을 때, 어째서 사람들이 모든 가능성과 미래를 예측하고 계산할 수 있다고 확신을 하였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환원주의'란 뭔가를 말 그대로 환원해서 본다, 잘게 쪼개서 본다고 이해를 하면 될 것 같습니다. 복잡하고 여러 변수가 얽혀있는 문제를, 하나씩 분리를 해나가면서 이해를 한다면 결국 복잡한 문제도 언젠가는 이해를 완전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복잡한 문제를 하나씩 간단하게 분리하고 각각을 풀어서 설명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모든 것을 예측 가능하고, 계산 가능하겠구나! 결국 인간은 모든 문제를 잘게 쪼개서 풀다보면 언젠가, 시간이 걸리더라도 해답은 찾을 수 있겠구나! 라는 강한 자신감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점점 더 근본적으로 들어간다. 뿌리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예컨데 그림에서처럼, 수학은 가장 근본적인 학문이고 이후 생물이나 사회, 화학 분야로 파생, 응용되면서 갈라져 나왔다는 것이죠
https://namu.wiki/w/%ED%99%98%EC%9B%90%EC%A3%BC%EC%9D%98
예컨데 뉴턴 역학을 바탕으로 수식을 풀 때는, 진공을 비롯하여 기타 다른 잡스러운 에너지 손실이나 영향이 없다고 가정합니다. 그런데 만약 진공이 아닌 현실에서 무언가 공을 움직인다면, 대체로 큰 틀에서는 뉴턴 역학에 따르겠지만, 세세한 소수점 이하의 속력이라던지 등은 공기와의 마찰, 공기 저항으로 인하여 약간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문제를 극도로 단순하게 쪼갠 다음, 다시 점차 복잡하게 쌓아올리는 식으로 점점 어렵고 난해해보이는 상태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컨데 다른 아무런 영향이 없지만, 공기 저항이 존재한다면 식을
F(실제) = ma - (공기 저항에 의한 손실값) 으로 쓸 수 있을 것이고, 그 외에도 중력이라던지, 기타 복잡한 영향을 점차 고려한다면 식에 추가적인 항을 쓰는 것으로 한 줄의 긴 수식으로 표현이 가능할 것입니다.
F(실제) = ma - (공기 저항에 의한 손실값) - (측정 장비의 성능) - (중력에 의한 영향) - (마침 하늘 위에 달이 떠 있어서, 조수간만 차이의 원리처럼 반대 방향으로 중력이 약하게 작용하여 영향을 끼친 값) - .....
라는 식으로, 점점 여러 조건들을 하나씩 추가하면서 길게 풀어서 쓴다면, 결국 언젠가는 완전한 식을 하나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수학에서도, 1차 함수의 정보에 대해서 x값의 차이를 알고 동시에 기울기, 경사진 정도를 안다면 이후 y값이 얼마나 증가할 지 충분히 예측하고 점을 찍을 수 있잖아요? 이런 식으로 복잡해보이는 인간 세상에서도, 각각의 문제를 잘게 계속 쪼개면서 간단히 만든 다음에 하나씩 잘 풀어서 다시 엮어서 본다면, 아무리 복잡한 사회현상도 결국 수학 문제처럼 정리를 하고 해석하고, 심지어 예측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거기에 양자역학이 훼방을 크게 놓아버린 것이죠. 일정 수준 이상으로 잘게 쪼개거나, 우리가 보지 못하는 미시적인 세계까지 들어가게 된다면 정확히 예측하고 계산이 불가능하다. 확률과 불확실성의 세계에 들어간다고 말이죠.
이 말을 한번 화학의 기초적인 예시를 통해 설명해보겠습니다.
수소 원자는 화학에게 너무나도 중요한 출발점이 되어줍니다. 양성자가 딱 한개 있고 중성자는 아예 없으며, 전자 또한 딱 1개만 존재하죠. 그러니까 우리가 고려하고 생각해야 할 변수가 엄청나게 적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화학을 배우거나, 양자화학, 양자역학을 배울때도 일단 다른 것들에 영향을 받지 않는 수소 원자부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https://news-bank.co.kr/entry/%EC%88%98%EC%86%8C%EC%9B%90%EC%9E%90%EC%99%80-%EC%82%AC%EC%9A%A9%EC%9A%A9%EB%8F%84
수소 원자는 자연계에서 가장 기초적인 단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치 수학의 1 같은 개념이랄까요. 이 친구가 전자를 하나 잃게 되면 우리는 그 친구를 수소 원자라고도 하지만, 동시에 양성자 하나라고도 말합니다.
중심핵에 이상한 중성자 같은 것이 섞여있지 않으니, 전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자신과 상호작용하고, 당기는 녀석은 오직 양성자 딱 한개 뿐입니다. 뉴턴 역학에서 두 물체 사이에 끌어당기는 중력에 대한 식이 있으니, 거기에다가 각각 전하에 의한 인력을 넣어서 풀면 양성자와 전자가 서로 당기는 힘, 유일하게 상호작용하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원자의 중심에 양성자가 2개 이상이 되어, 헬륨 이상의 원자가 되면서 동시에 전자도 2개 이상이 되면 곧장 상황이 매우 복잡하게 변합니다.
수소 원자 하나에서 전자를 떼어낼 때는, 그냥 단순하게 양성자와 전자가 서로 당기는 힘을 계산하고, 그 힘보다 큰 에너지를 쏴주면 전자가 떨어지겠구나~ 라고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오직 그 힘 하나만 존재를 하니까요.
그런데 수소 원자, 그러니까 단전자 원자 모형에서 벗어나서 다전자 원자 모형, 헬륨 이상의 양성자를 가지고 전자도 2개 이상이 되는 순간 이런 단순무식한 계산을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당장 옆에 있는 다른 전자에 의한 상호작용을 고려해야 하거든요.
만약에 순진하게, 아! 중심 핵에 양성자가 2개가 되었으니까, 정확히 2배의 힘만큼 전자가 중심으로 이끌려가겠구나! 라고 생각하면 바로 틀린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존재하는 다른 전자는 마찬가지로 음전하를 띠고 있고, 이 친구는 척력을 가집니다.
그럼 (양성자 2개가 당기는 인력) - (전자 한개가 미는 척력)을 계산하면 될까요? 이렇게 계산을 하면 안된다는 것이니다. 만약 전자 사이의 거리가 좁다면, 척력이 더더욱 크게 작용할 것이고, 척력으로 인하여 전자가 만약 원자핵에 아주 살짝 더 가까이 이동하면, 곧장 중심 원자핵에서 더욱 강하게 당길 것이고 연쇄적으로 조금씩 조금씩 틀어지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수소 원자에서 전자가 딱 1개일 때는 그냥 내가 관심을 가진 전자를 중심으로 양성자와의 상호작용만 고려하면 되었었는데, 전자가 한 개가 추가가 되면 여러 경우의 수에 따라서 전자가 미는 척력이 강해질 수도, 약해질 수도 있으며, 그에 따라서 핵과의 거리도 영향을 받으면서 중심에서 당기는 힘이 약해지거나 강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나중에 대학에 가서 유기화학을 배우면, shield effect라는 개념을 배우게 됩니다. 말 그대로 가림막 효과를 가진다는 것인데, 만약 내가 전자인데 나와 핵 사이에 또 다른 전자가 1개 있다면, 나는 인력과 척력을 동시에 받게 된다는 것이죠. 만약 그 전자가 없으면 순수하게 중심 원자핵이 당기는 인력만 생각하면 되겠으나, 사이에 전자가 하나 놓여짐으로써 척력이 발생하고, 그 척력에 따라 약간 이동을 하면 그만큼 인력 또한 영향을 받게 됩니다.
마치 지구와 태양 사이에 우연히 달이 끼이는 순간, 태양으로부터 오는 빛이 중간에 가려서 지구 입장에서는 해가 보이지 않는 것과 비슷합니다. 중간에 무언가 방해물이 가로막아버려서, 영향을 준다는 말이죠.
좀 더 문제를 복잡하게해서, 3개 이상의 전자가 복잡하게 오비탈 준위에 배치된 상황을 상상해보겠습니다. 말로 길게 설명하는 것보다 그림 한장이 훨씬 좋네요.
전자가 많아지면, 서로서로 척력이 복잡하게 존재하고 그러한 다양한 힘들의 균형에 의해 중간에 끼인 전자는 옴짝달싹을 못하겠죠?
https://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polo8752&logNo=221705755332
위의 그림이 매우 잘 보여주고 있는데, 상호작용 하는 것들이 하나씩 더 많아지면 많아질 수록, 더 복합적인 반발력이 발휘되고 그에 따라서 전자가 아주 조금씩 미묘하게 움직일 것입니다. 안정적인 원자의 경우, 이러한 서로의 반발력과 인력이 동시에 작용하며 균형을 이루어서, 각각의 전자들이 갑자기 크게 원자를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이때 우리가 집게를 이용해서, 딱 전자 한개를 잡은 다음에 강제로 끄집어냈다고 상상을 해봅시다. 내부적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원래 전자의 밀도와 배치에 따라 균형을 이루고 있던 전자들 사이에서, 한 전자가 갑자기 사라짐으로써 서로 작용하는 척력과 인력이 크게 영향을 받고, 복잡하게 다시 재배열을 할 것입니다.
이해가 좀 되실까요? 만약 원자핵에 양성자가 하나만 존재하고, 거기에 전자가 한개가 배치되어서 서로 끌어당기고 있다면, 그 전자를 끄집어내기 위해서는 그냥 원자핵과의 인력을 간단히 계산해서 그에 해당하는 힘을 주면 빠져나올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원자핵에 양성자는 물론 중성자도 섞여 있으면서, 동시에 전자가 2개 이상이라서 서로 긴밀하고 복잡한 상호작용을 하는 상태라면, 단순히 2개의 양성자가 하나의 전자를 끌어당기는 힘을 계산하면 안된다는 것이죠.
이러한 현상이 벌어져서, 오비탈에 따른 에너지 준위가 순차적이지 못하고 약간씩 역전이 벌어지는 일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래의 그림을 고등학교 화학 시간에 배웁니다.
수소 원자일때는 예측 가능하고, 계산이 가능했으며 위치에 따라 정확하게 에너지 수준이 정렬이 되었었습니다. 무조건 높은 겉껍질을 향해 나아갈수록, 에너지가 더 강해지는 순서를 보인다는 것이죠. 그러나 다전자 원자의 경우에는, 서로 상호작용 하는 여러 전자들의 영향으로 이 순서가 절대적이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https://www.dokdok.co/image-content/suso-weonjawa-dajeonja-weonjayi-obital-eneoji-junwi
전자가 만약 에너지를 받으면, 들뜨고 흥분하여 더 높은 껍질, 그러니까 원자핵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까지 이동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수소 원자처럼 양성자와 전자가 딱 1개씩만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단순무식하게 높은 에너지 준위, 높은 n수로 갈 수록 순차적으로 에너지를 더 크게 가집니다.
그런데 다전자 원자에서는, 전자가 2개 이상이고 서로의 상호작용이 복잡하게 발휘되어, 무조건 원자핵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높은 n수에 도달했다고 해서 무조건 에너지가 더 높다고 볼 수 없습니다. 예컨데 오른쪽 그림에서 3d 오비탈에 존재하는 전자는, 거꾸로 4s에 존재하는 전자보다 에너지가 더 큽니다. 수소 원자, 단전자 원자 모형에서라면 무조건 n수가 더 큰 4s 오비탈이 더 높은 에너지 준위를 가진다고 보지만, 다전자 원자에서는 복잡한 상호작용으로 순서에 약간씩 변동이 생기고 역전이 발생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처음 해당 개념을 배울때는 대체 왜 이런 역전 현상이 일어나는지 깊이 고민하지 않고, 그냥 아래 그림을 통째로 외워서 높은 오비탈 순서대로 쓰는 연습을 많이 하곤 했었습니다.
에너지가 3s와 3p까지는 순차적으로 우리 예상대로 증가하다가, 갑자기 4s와 3d 오비탈에서는 순서의 역전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 문제에서 '4s 오비탈의 에너지는 3d 오비탈의 에너지보다 높다' 라고 선지가 나온다면 매우 저차원적인 함정인 것이죠
https://simagebank.net/wp/4145/
자 그럼 다전자 원자의 상태에서, 아까 말한 것처럼 집게로 전자를 하나 중간에 있는 것을 턱 잡아서 확 끌어당겨서 빼버렸다고 상상해봅시다. 이때 좀 슬로우 모션으로, 각각의 주변에 있는 전자들의 관점에서 한번 바라봅시다.
1번 전자는 사라진 전자와 매우 가까이 있던 전자였습니다. 해당 전자가 사라짐으로써 강한 척력이 사라졌고, 그에 따라서 해당 방향이 느슨해지면서 1번 전자가 약간 이동을 하게 됩니다. 그 다음 2번 전자로 넘어가겠습니다.
2번 전자도 마찬가지로 아까 사라진 전자와 상호작용하던 척력이 사라졌는데, 문제는 1번 전자가 그에 따라서 변동을 하면서 약간 위치가 바뀌니까, 1번 전자와의 상호작용이 약간 또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여러 방향으로 복잡한 상호작용을 모두 고려한 결과, 최적의 위치로 아주 살짝 옮겨갑니다.
3번 전자는 이제 좀 복잡해집니다. 첫 전자가 사라진 이후, 해당 상호작용이 사라졌는데 1번과 2번 전자가 그에 따라 움직이면서, 각각의 전자들과의 상호작용이 조금 변했습니다. 그래서 아주아주 살짝 옮겨갑니다.
이후 4번은 물론 n번째 전자까지 조금씩 조금씩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연쇄적으로, 도미노처럼 조금씩 새롭게 움직이면서 균형을 찾으려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아까 가장 먼저 살짝 움직인 1번 전자는, 이후 2번에서 n번의 전자들까지 조금씩 연쇄적으로 움직였기에, 이제 다시 새로운 상호작용을 2번~n번 전자들과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아주아주 조금 새로운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이후 또 다시 다른 전자들이 아주 살짝살짝 영향을 받으면서 위치를 옮기겠죠. 다만 가장 처음에 전자가 갑자기 하나 사라짐으로 인하여 큰 영향을 받아서 크게 움직였었지만, 이후 서로 조금씩 움직인 것에 영향을 받으면서 점점 움직이는 정도는 약해지겠죠.
예컨데 6개의 전자가 있었는데, 전자 한개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연쇄적으로 나머지 5개의 남은 전자들이 순번을 이루면서 움직이는데, 이때 조금씩 서로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점점 그 움직임의 크기 자체는 적어질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적당히 타협을 합니다. 5개의 전자들이 무한번 조금씩 움직이겠지만, 점점 그 크기가 줄어드니까, 몇 번째 움직임부터는 거의 우리가 알아차리기 힘들어서, 그 이상부터는 더 이상 그냥 전자들이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적당히 타협을 하자는 것입니다.
5개의 전자들이 총 16번, 그러니까 각 전자들이 3번씩 움직이고 나서, 이제 드디어 또 전자가 움직였는데, 이때 전자의 움직임은 너무나도 작으니까 그 이상, 17번째 이상의 순서부터는 그냥 없는 것으로 치고 적당히 계산을 하자는 것이죠.
저는 이러한 현상이 바로 우리가 몸담고 있는 사회와, 혹은 우리가 평소 즐기는 게임에서도 자주 발생하는 일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새롭게 설명해보겠습니다.
여러분 롤 자주 하시고 대중적인 게임이죠? 저도 롤을 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긴 한데, 워낙 챔피언 숫자가 많아서 입문하기에는 좀 어려워보이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어깨 너머로만 보았었습니다.
항상 게임 개발자들이 고통받는 것은 바로 밸런스 문제입니다. 이러한 밸런스 문제가 항상 계속해서 발생하는 이유를, 위에서 소개한 전자들의 연쇄적인 움직임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가위 바위 보 게임은 전통적으로 3개의 서로 다른 도구가, 완전히 절대적인 승리를 하지 않으면서 균형을 이루는 대표적인 게임입니다
https://namu.wiki/w/%EA%B0%80%EC%9C%84%EB%B0%94%EC%9C%84%EB%B3%B4
예컨데 롤에 a부터 z까지의, 26 종류의 챔피언이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이때 a부터 z까지의 캐릭터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강하거나 약하면서 은근한 균형을 이루어왔고, 확률적으로 서로 비슷한 승률 통계를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이때 새로운 챔피언이 추가되어, A라는 캐릭터가 추가되었는데, 문제는 이 친구가 들어오는 순간 기존의 a부터 z까지의 캐릭터들이 유지하던 균형이 깨져버리게 됩니다. A라는 캐릭터가 예컨데 a라는 챔피언에 대해서 천적이라면, 새로운 A의 도입에 따라 a를 플레이 하는 유저의 숫자와 빈도가 줄어버리겠죠. 그럼 평소에 a를 잡아먹고 살던 b라는 챔피언도 덩달아서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또한 A라는 캐릭터가 알고보니 z라는 기존의 캐릭터에게 잘 먹히는, 천적관계가 있다고 알려진다면 사람들은 A를 많이 이기기 위해서 z를 많이 픽할 것입니다. 그럼 전반적으로 A의 새로운 추가에 따라서,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를 고려하며 사람들이 전략적으로 다른 캐릭터들을 픽할 것이고, 시간이 적당히 지나면 새로운 균형 상태가 은근히 맞춰질 것입니다. 무작정 A가 늘어나기에는, 그만큼 z라는 A를 잘 잡는 챔피언의 픽률이 올라가니까 적당한 견제와 균형을 이루면서 픽률이 일정한 숫자로 수렴할 것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후 통계치를 보니까, 특정 캐릭터의 픽률이 너무 높아서 개발자들이 문제라고 판단하여, 해당 캐릭터의 성능을 너프해버립니다. 그럼 자연스럽게 해당 캐릭터를 픽하는 사람들의 빈도와 숫자가 줄어들 것이고, 그에 연쇄적으로 해당 캐릭터를 잘 잡는 또 다른 챔피언의 픽률이 영향을 받을 것이고, 평소 거꾸로 해당 캐릭터에게 취약한 모습을 자주 보이던 캐릭터는 자주 사람들이 기용을 하겠죠.
좀 극단적으로 가위 바위 보 게임에서, 가위를 없에버렸다고 생각합시다. 그럼 사람들이 바위랑 보만 낼 수 잇겠죠? 그럼 상식적으로 사람들이 무슨 선택을 하겠어요? 당연히 2가지 경우 중, 가장 좋은 전략을 택하겠죠? 가장 좋은 전략이 뭡니까? 항상 최소한 비기거나, 아니면 이길 수 있는 보(손바닥)가 급격히 많아지겠죠?
이처럼 무언가 새로운 캐릭터라던지, 새로운 기술이나 개념이 도입되는 순간, 기존에 존재하던 균형은 깨지고 다시 서로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따라서 각자의 적절한 지점을 찾으려고 전반적인 충격과 변화가 온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캐릭터가 새로 추가되고,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는 것에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캐릭터가 평소 저평가되어 있었는데, 페이커 같은 유명한 프로게이머가 연구 끝에 우연히 해당 캐릭터의 잠재력이나 장점을 발굴하여 그 점을 적극 활용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또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평소 저평가 되어있던 해당 캐릭터는 픽률이 높아지고 인기가 높아질 것이며, 동시에 해당 캐릭터와 천적 관계에 직접적으로 놓여있던 다른 캐릭터들의 픽률에도 영향을 줄 것이고, 그 다음 순차적으로 다시 2차적으로 영향을 받은 캐릭터들의 픽률이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변화할 것입니다.
그래서 게임은 유행, 그러니까 메타에 대해서도 상당히 민감합니다. 어떤 캐릭터가 보통 강력하고 사용하기 좋은 평가를 받아왔는데, 그래서 인기가 좋았는데 나중에 새로운 컨텐츠가 추가되었는데 거기서는 얘가 힘을 전혀 못써. 그럼 이 캐릭터의 인기가 약간 낮아질 것이고, 다른 캐릭터들의 순위가 오르락 내리락 할 것입니다.
게다가 보통 게임사에서 이런 민감한 모든 통계를 제공하는 경우는 드물고, 세부적인 다양한 통계 자료에 접근하지 못하는 유저들은 자기들끼리 토론을 하거나, 경험적으로 추측을 하며 어떤 캐릭터가 주로 높은 성능을 내며 좋은 통계를 가졌는지 불확실하게 예측을 할 것입니다.
예전에 제가 사이퍼즈 라는 게임을 했었는데, 여기서도 롤과 비슷하게 캐릭터가 굉장히 다양하게 등장했고 새로운 캐릭터가 추가될 때마다 과연 이 캐릭터가 강캐냐 약캐냐, 이 캐릭터로 인해서 어떤 캐릭터가 고통을 받으며 다른 어떤 캐릭터가 떡상을 할 것이냐를 가지고 치열하게 유저들끼리 토론한 기억이 납니다
https://cyphers.nexon.com/cyphers/article/besttip/topic/28301750
이와 관련되어 사회에서도 비슷한 말이 존재합니다. 바로 '나비효과'인데, 특히 이 나비효과와 관련된 일본 속담이 재미있는 것이 있습니다.
쌩뚱맞게 왜 바람이 불면, 통장수가 돈을 번다는 말일까요?
https://namu.wiki/w/%EB%B0%94%EB%9E%8C%20%EB%B6%88%EB%A9%B4%20%ED%86%B5%EC%9E%A5%EC%88%98%EA%B0%80%20%EB%8F%88%EC%9D%84%20%EB%B2%88%EB%8B%A4
나무위키의 설명을 보면 이렇게 적어두었습니다. 바람이 분다 -> 사람들의 눈에 흙먼지가 많이 더 들어간다 -> 눈병에 걸리는 환자들이 많아진다 -> 눈병에 걸린 환자들은 샤미센이라는 현악기를 산다, 그러니까 샤미센이라는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 -> 샤미센의 재료인 고양이 가죽이 필요해져서, 고양이들이 많이 사냥당한다 -> 고양이들이 줄어드니까 쥐들의 개체수가 늘어난다 -> 쥐들이 늘어나서 통을 갉아먹는다 -> 사람들이 통을 새로 많이 산다 -> 통을 만드는 사람이 돈을 더 번다
라는 내용입니다. 처음과 끝, 그러니까 바람이 부는 것과 통장수의 소득은 전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뚜렷이 보이지 않지만, 하나씩 연쇄적인 변화가 오면서 결국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 통장수의 소득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말입니다. 마치 나비효과에서 나비의 날개짓이 태풍이라는 전혀 다른 현상으로 이어지는 것처럼요.
그러니까 게임이나 다전자 원자에서 벌어지는 연쇄적인, 도미노 현상들이 현실에서도 충분히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2020~2022년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의 경우, 시작은 단지 중국의 우한이라는 지역에서 굉장히 심한 독감과 비슷한 질병으로 시작했지만, 이후 수많은 인명을 앗아갔으며 동시에 다양한 기술에 대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였습니다. 코로나로 인하여 특수를 맞은 업체도 있었고, 여행이나 관광사는 정리 해고를 해야 할 정도로 심한 어려움을 겪었죠.
지금도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있고, 그 기술로 인하여 어떤 새로운 직종이 생겨나고 어떤 직업의 인기가 대폭 올라갈 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러한 뚜렷한 변화로 인해서 주변의 간접적으로 얽힌 직종들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으며, 시간이 충분히 흐른 이후 그러한 변화가 모든 곳에 반영되어 적당한 어떤 균형 지점에 다다르겠죠.
사회는 굉장히 복잡합니다. 어떤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서 당장 각광받던 기술의 주식이 박살나기도 하고, 저평가 되어있던 종목이 새롭게 뜨기도 합니다. 마치 트럼프처럼 새롭게 뽑힌 대통령은 다시 사회에 어떤 변화를 줄 것이고, 그에 따라서 사회가 조금씩 조금씩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으면서 어떤 방향을 향해 나아가겠죠.
특히 계산과 예측을 중시하는 물리학과 달리, 화학과 생물학은 상호 복잡한 연쇄반응으로 인하여 예측하기 매우 어려운 분야로 알려져왔습니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화학식은 주로 경험적으로, 직접 해보고 나서야 안 것들이지, 어떤 물질이 다른 물질과 복잡하게 상호작용하여 무슨 결과로 이어질지 예측하기가 무척 까다로웠습니다.
예컨데 에탄올과 메탄올은 단지 탄소 원자 1개가 더 붙냐 안붙냐의 사소한 차이지만, 에탄올은 우리가 평소 물과 섞어서 마시는 술이고 약한 독성을 가져서 숙취를 가져다주는데, 메탄올은 마시면 바로 실명을 일으킬 정도로 매우 강력한 독으로 유명하고 술 대용으로 메탄올을 들이켰다가 저승으로 달려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뉴스에 자주 등장합니다.
위에서 길게, 전자 한 개가 빠지거나 추가되는 일로 인하여 복잡한 연쇄 작용이 발생한 것처럼, 단지 에탄올과 메탄올도 단지 탄소 원자 한 개가 더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이지만 그 작은 차이가 서로 극단적으로 다른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이 신기하기도 하고, 여전히 그 과정에 대해서 궁금합니다.
인간은 손으로 그러한 사회적 현상이나, 사소한 변화로 인해 연쇄적으로 생기는 일을 모두 계산하고 예측하여 동시에 고려하기 힘들었지만, 컴퓨터의 탄생 이후 훨씬 더 복잡한 수식을 연산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정점에 인공지능에 다다르어, 이제는 인간의 예측과 상상력을 뛰어넘는 강력한 성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024년은 인공지능에게 획기적인 한 해로 남을 것입니다. 무려 노벨상을 2개, 화학상과 물리학상을 탔거든요. 무슨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자아와 지능, 의식을 가져서 사람 대신 뚜벅뚜벅 걸어서 받게 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 기술로 인해 기존에 우리가 접근하지 못한 복잡한 상황에 대한 예측이 점점 가능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에 획기적인 의의가 있습니다.
더 뛰어난 모델을 가진, 더욱 다양한 조건과 상호작용을 고려하면서 복잡한 연산을 한정된 시간 안에 풀어낼 수 있는 인공지능은 이후 군사력과 결합하여 매우 민감한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임이 틀림없습니다. 상대방 인공지능은 성능이 구려서 150수까지를 예상하는데, 우리가 가진 인공지능은 성능이 더 좋아서 200수까지 예측이 가능하다? 상대방과 우리가 전쟁을 하면 일방적으로 발라버릴 수 있습니다.
워낙 밀린 글감을 한꺼번에 피곤한 상태에서 쓰다보니 예시와 설명이 적절했는지, 쓸데없이 분량이 길어진 것은 아닌가 싶네요. 인공지능은 신경과학을 공부하는 저에게도 상당히 흥미로운 주제이고, 이후 과연 어디까지 발전할 것인지가 무척 궁금합니다. 나중에 인공지능에 대해서 더욱 깊은 공부를 하고 나서 새로운 컨텐츠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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