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gito Ergo Sum [1105120] · MS 2021 (수정됨) · 쪽지

2023-07-22 21:30:40
조회수 30,654

[칼럼] 다시는 틀릴 일 없는 문학 보기 문제 Fin.

게시글 주소: https://io.orbi.kr/00063841414

안녕하세요.

드디어 문학 보기 문제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정리한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Fin을 쓰니까 뭔가 진짜 마지막 같네요. 


작년에 처음 시작했을 때 비문학에서는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하다는 글로, 문학에서는 <보기>를 읽지 않고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글로 관심을 받았었습니다. 비문학에 관련된 글은 이미 총정리해서 올렸지만, 문학에서는 '다시는 틀릴 일 없는 보기 문제'라는 칼럼에서 단편적으로만 이를 다루어 왔습니다. 



그 글을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안 읽고도 풀 수 있다'가 핵심이지, 읽고 푸는 것이 시간 낭비라는 의미는 아니었습니다. 아마 이번 글도 예전 칼럼을 한 번 읽고 오시면 이해가 편할 듯합니다. 링크를 첨부합니다. https://orbi.kr/00043547747 


이번 글 제목을 파이널처럼 적긴 했지만 총정리라는 뜻에서 적은 거고

아마 모의고사 때마다 종종 올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6모는 손풀이를 올려서 대체했습니다.)


그럼 본론으로 가보겠습니다.


시간만 투자하면 맞힐 수 있는 표현상 / 서술상 특징이나 세부 내용일치와는 다르게, 

많은 학생들이 외적 준거에 따른 작품 감상, 즉 <보기>가 제시되는 문제를 가장 어려워합니다.

문학 고난도에 주로 보기 문제가 뽑히는 이유입니다.


이 칼럼을 읽으시면서 그러한 고민들이 해결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관점이 바뀌시리라 확신합니다.



I. 보기의 분류

위에서 말씀드렸지만, 보기 문제는 좀 더 정제된 말로 '외적 준거에 따른 작품 감상'을 요구하는 문제라고 부릅니다. 즉, 출제자가 주는 준거를 바탕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느냐를 묻는 문제입니다. 지난 기출을 살펴 보면 이러한 외적 준거를 유형별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1) 문학 전반에 대한 보기

말하자면 문학 개념어와 가까운 내용을 다루는 보기입니다. 대부분 개념 공부를 하면서 들어봤을 법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 읽지 않고도 풀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읽으나 마나 원래 아는 내용에 가깝다고 해야겠네요. 



이런 식으로 나오는데

우리는 고전 소설에서 자주 나오는 클리셰로 음모 모티프, 적강 모티프, 영웅 (일대기) 모티프 등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죠. 그래서 조력자가 어쩌구 하는 것도 그렇구나 하고 넘길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문학 전반에 대한 보기가 나올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일반적인 이야기를 제시했을 뿐 이 작품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입니다. 예를 들어 이 지문에서 보기 내용대로 음모 모티프의 특징이 전반적으로 나타나지만, 그 중 몇 가지는 빠져 있을 수도 있죠. 그럴 경우 지문에 없는 특징을 보기랑 억지로 연결 짓는 '미스매칭'에 대해 계속 생각해야 합니다. (물론 이 문제는 내용 일치 선에서 정답 논리가 나왔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정답 논리 파트에서 다뤄보겠습니다.



이건 아예 표현법과 그 효과를 써놓은 것으로, 진짜 날것 그대로의 문학 개념에 대한 내용입니다. 정말 안 읽었어도 그만인 내용이었죠.



(2) 작품 자체에 대한 보기

가장 많이 제시되는 건 역시 작품 자체에 대한 보기입니다. '이육사의 「초가」는~', '「무성격자」의 정일은~'처럼 내용을 설명해주는 유형이죠. 이런 경우 텍스트 자체만 잘 독해할 수 있으면 상관이 없다보니 저는 역시 읽지 않는 편입니다.




그러나 문학 전반에 대한 보기와 달리 부연 설명할 부분이 좀 있습니다. 문학 전반에 대한 보기는 개념 공부로 미리 알고 갈 수 있다지만, 특정 작품을 미리 외워둘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본인이 낯선 작품을 두려워한다면 지문을 읽기 전에 미리 보고 가도 되고, 지문을 읽고 나서 보기에 맞춰서 독해를 해도 상관이 없습니다. 또 저처럼 아예 안 보고 푸는 것도 여전히 가능할 겁니다. 결국에는 취향 차이지만, 문학 전반에 대한 보기는 웬만하면 빠르게 처리가 가능해도 이 유형은 훈련이 많이 필요한 편입니다.


 

(3) 블렌딩

블렌딩이란 말 그대로 문학 전반에 대한 내용을 제시하면서 작품 설명도 포함되어 있는 유형을 말합니다. 뭔가 경계를 나누기 애매하죠. 두 번째 유형에서는 단순히 텍스트 독해만 잘 해도 되었지만 블렌딩 유형에서는 문학 개념어적인 부분도 염두에 두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이런 보기를 안 읽어도 풀 수 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고, 그 부분은 오답 논리에 대해 설명할 때 언급하겠습니다. 


그렇게 자주 나오는 것 같지는 않으나 시험당 1번쯤은 나올 수 있는 부분입니다.




어부 모티프 역시 고전 시가에서 굉장히 많이 등장하고, 사실 '사대부에게 있어 어부는 생업으로써 낚시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는 클리셰는 누구나 알고 있을 겁니다. 가어옹이라고도 부르는 경우가 있는 이유죠.


그런데 거기에다 이러한 어부 모티프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덧붙이며, 각 작품에 대한 개별 설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유형이 블렌딩이라고 보시면 되고, 아마 다들 쉽게 이해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4) 문학 바깥의 보기

이건 솔직히 왜 나왔나 모르겠는데, 문학과 상당히 관련이 적은 내용을 보기로 제시하는 유형입니다. 예전에도 몇 번 출제되었던 거 같은데 생각나는 건 딱 두 문제뿐이네요. 워낙 특이하다 보니 답에 대한 풀이도 써두겠습니다. 애초에 보기부터 낯설다 보니 답 자체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텍스트를 훼손하는 보기가 나오지 않는다는 건 그대로입니다.



이렇게 겸재의 작품에 관한, 마치 비문학 인문 예술 지문 같은 보기가 등장했는데, 논리도 비문학의 일반적인 정답 논리인 '부정어에 주목하기'에서 나왔습니다.




선지를 보면





대놓고 앞 뒤 맥락에서 써주었기 때문에 답은 바로 4번이 되겠죠.




다음 보기는 심리학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당시 연계로 출제된 무사와 악사였지만 전혀 생뚱맞은 내용을 가져왔던 느낌이었고, 보기조차도 낯설었을 수 있습니다. 저도 내용 자체를 이해하고 푼다기보다는 상황에 맞춰서 풀었던 거 같습니다. 정답 자체는 쉽게 고를 수 있었죠.



선지를 보면



'사람만이 지닌 이상한 초능력'은 쉽게 말해 '자신만큼은 포기하지 않는다'일 텐데, 이 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어도 최소한 성취감이라는 '감정'과는 관련이 없을 겁니다.



II. 보기 문제의 본질

국어의 본질을 깨달았다고 말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고, 문제 풀이에 있어 그나마 본질적인 접근에 대해 말해보려 합니다. 이는 세 번째에 다룰 '보기 문제의 오답 논리'와도 연결되는 내용입니다.


보기 문제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지문의 내용을 출제자의 서술로 뒤집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따옴표('')로 나온 부분을 어떻게 왜곡하는지에 주목하라고 말하는데, '~하는 장면에서는'과 같이 따옴표가 아닌 상태로 제시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러나 우리는 지문에 나온 부분을 찾아가서, 출제자의 서술을 다시 확인해보면 됩니다.


이건 6월 손풀이 때도 강조했던 내용이고, 몇 가지 예시를 가져와보겠습니다.



이 문제에 나온 선지들은 하나같이 괜찮았는데, 4번 선지부터 보겠습니다.

이 시는 출사(입신양명)를 위해 노력하다 결국 은거를 택하게 된다는 것이 핵심인데, 선지에서는 한가하였던 삶으로 돌아간다고 하고 있습니다.




지문에 나온 부분을 찾아가 보면, 화자는 과거에 '십재황황'하였고(=한가하지 않았고) 실제로 '한가하였'이 쓰인 부분은 '무심 어조는 절로 한가하였나니'입니다. 자신이 아니라 무심한 자연물이 그러하다는 의미이고, 화자 본인은 이제야 은거하게 된 상황이므로 당연히 적절하지 않은 선지가 됩니다. 지문의 내용을 출제자의 서술로 완전히 뒤집어버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5번 선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지는 '일념'으로 바뀌어 나타난다고 서술했지만 지문에는 '진세 일념이 얼음 녹듯 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일념은 속세에 관한 것으로, 지문에서는 얼음 녹듯 사라진다고 했는데, 이를 출제자의 서술로 뒤집어버렸습니다.


다음 예시도 똑같습니다.



'도무지 할 일 없어'가 출사하지 못한 것을 고민하는 상황을 나타낸 거라면, 저 구절은 말하자면 "출사하지 못해서 할 일도 없는 백수 신세네."와 같은 의미를 지녔어야 합니다. 실제로도 그렇게 생각하도록 유도했지만..



지문에 나온 부분을 보면, 화자는 강호에서 할 일이 없어 달 아래 누워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상에 전혀 마음을 두지 않는다고까지 합니다. 쉽게 말해 백수 신세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자체적으로 백수가 된 거죠.



위 세 가지 예시는 저번 칼럼에서 말씀드린 거처럼, '강호와 속세를 대비하고 있으며 화자는 그중 강호를 택했다'라는 작품의 주제만으로 거를 수 있는 선지들이었습니다. 당연히 고전 시가의 클리셰이기도 하고요.


이제는 출제자의 서술로 뒤집는다는 말이 이해되실 텐데,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보겠습니다.




'미개지에로 가자'가 터전을 확장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걸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서부 개척 시대마냥 미개지를 개척해서 확장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겁니다. 역시나 이렇게 생각하도록 출제자가 유도했겠지만..




지문으로 가보면

미개지로 가자고 해놓고 '돌아가자'라는 말이 반복됩니다. 이는 새로운 터전을 개척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했던 과거(=미개지)로 회귀하고 싶은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당연히 적절하지 않은 진술이 됩니다. 


그리고 주제와 관련지어 생각하는 풀이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이 시의 주제는 '물질 문명의 병폐 vs. 그에 비해 순수했던 과거, 그래서 과거를 지향'일 텐데, 그렇다면 터전을 확장하고 어쩌구 이런 건 전혀 관련이 없겠죠.


그러고 나서 생각해보면, 지문에 나온 부분은 '미개지에로 가자' 뿐이고, 터전을 확장한다는 건 출제자가 서술한 부분니다. 이 정도면 정말 지문의 내용을 출제자의 서술로 뒤집는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완벽하게 이해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III. 보기 문제의 정답 논리

이 글의 서두에 예전 칼럼을 언급했었는데, 거기 나와 있는 대로 모든 문제는 내용 일치/과해석 선에서 정리됩니다. 그러나 이건 큰 틀에서의 간단한 설명이고, 좀 자세히 적어보겠습니다.


(1) 보기와의 미스매칭

글로도 여러 번 썼던, 내용 일치 파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형입니다. 그냥 내용 일치라고 써도 되는데, 그러기에는 두 번째와 세 번째와도 서로 겹치는 부분이 조금씩 있어서..

(90%가 내용 일치 선에서 정리되고, 10% 정도가 과해석으로 정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었죠.)


'미스매칭'이라는 말은 제가 그냥 갖다 붙인 말이고, 이 유형은 보기에 너무 과하게 몰입하는 학생들이 많이 틀리는 편입니다. 예시를 보겠습니다.



지문을 보니, 노파가 계책을 알려주고 생이 이에 동조하며 기뻐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선지를 보니 생이 동조하는 것에서 내적 갈등이 드러난다고 합니다. 보기를 안 본 입장에서는 당연히 내용 일치 선에서 바로 적절하지 않다고 잡아낼 수 있습니다. 저렇게 기뻐하는데 무슨 내적 갈등?이라는 생각이 들겠죠. 그런데 그럼 이러한 선지 구성은 어디서 온 걸까요?




보기를 보면, '신분적 한계를 지닌... 사회적 관습으로 인한 갈등' 이렇게 나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걸 가져와서 연결 지은 거죠.



그러나 저러한 보기의 내용은 위 지문에서 알 수 있듯 생이 사모하는 여인이 회산군댁 시비라서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쓰인 것입니다. 즉, 보기와 지문의 내용이 서로 엇갈려 있죠. 이런 게 바로 보기와의 미스매칭입니다.


생은 노파의 계획에 기뻐하기만 하는데 내적 갈등이라는 건 말이 안 되겠죠.



다음 예시를 보겠습니다. 지문의 볼륨이 크니 바로 설명으로 내려가셔도 됩니다.



당신께서 좋아하실 육보름 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했는데, 육보름 밤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대충만 훑어보더라도 화자가 회상하는 행복했던 과거입니다. 



그런데 선지를 보면 

당신과 글쓴이의 경험을 대비했다고 설명하고 있으므로 당연히 적절하지 않은 선지입니다.


이것도 완전 내용 일치 문제라서 도대체 왜 이런 선지가 나왔는지 살펴보면



보기에서 양면성에 대한 얘기를 해서 그렇네요. 그런데 지문을 읽어 보시면 알겠지만



위 사진처럼 양면성은 슬픔과 기쁨의 이야기를 같이 들려주는 부분에서 나온 것입니다.

당신과 글쓴이가 대비되는 생각을 한다고 해서 양면성이라는 건 적절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보기를 읽지 않거나, 혹은 읽었더라도 과몰입하지 않았다면 "또 헛소리하네 ㅋㅋ"이라고 생각하면서 넘길 수 있지만, 그렇지 않고 너무 과몰입하게 되면 '미스매칭'이 발생할 수밖에 없겠죠.


그렇다면 우리는 항상 보기와 지문을 이상하게 연결하지는 않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2) 전체적인 설명, 발췌된 지문

이 유형도 크게 보면 (1)에 해당합니다.


보기에서 특정 장르에 대한 전체적인 설명을 던져준다고 해서 지문의 모든 내용이 항상 보기와 연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설명 중 일부가 제외된 지문일 수도 있고, 애초에 예외적인 특징을 지닌 지문일 수도 있죠. 결국 없는 내용을 연결 지어서 선지를 구성해야 텐데, 그렇게 되면 역시 '미스매칭'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예시를 보겠습니다.



㉢을 나만의 말로 정리하면 '송이가 공청 내 필성의 존재를 인식하는 시간 표지' 정도가 될 겁니다. 지난 칼럼에서 시간 표지는 높은 확률로 물어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었습니다. 더군다나 ㉢ 밑줄까지 해주었으니 무조건 나올 수밖에 없겠네요.


그런데 선지를 보면




일을 돕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요약적으로 제시?

앞뒤를 아무리 살펴봐도 요약적으로 제시된 부분은 없습니다. 위에서 정리했듯 필성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는 지점을 의미할 뿐이죠. 그럼 이게 어디서 나온 건가 했더니



보기에서 이렇게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보기의 내용은 소설에서의 시간 표지가 갖는 전체적인 기능을 서술했을 뿐입니다. 발췌된 파트에는 그런 부분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데, 이 지문에서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발췌된 지문은 전체적인 설명을 제시하는 보기와 연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겠죠. 



(3) 사고의 범주 왜곡하기 (과해석)

여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칼럼으로 다루었기 때문에 링크를 걸어드리겠습니다. 


https://orbi.kr/00062715728

이 글을 읽으신 다음에 아래의 예시를 보시면 됩니다.


링크의 글은 주로 

큰 틀에서의 맥락이 동일하지만, 세부적으로 따지면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핵심으로 잡고 있습니다. 적개심과 불안감은 모두 부정의 범주에 속하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이 둘은 절대 같을 수 없다고 썼었죠.


지금 추가할 예시는 비슷하지만 약간 다릅니다. 바로 보겠습니다.



㉢을 보고 나만의 말로 정리하면 '가난해서 한탄하는 상황' 정도입니다.

그런데 선지를 보면



사회적 책임을 내려놓는, 사대부의 죄책감까지 나옵니다. ㉢의 앞뒤 맥락을 살펴봐도 나와 있는 건 분명 단순한 한탄이었는데 책임이니 죄책감이니 이런 것들이 제시된다면 당연히 틀린 선지일 겁니다.


예전에도 썼었지만, "가난하면 무언가를 포기할 수밖에 없지."라고 생각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저는 이러한 오답 유도 방식들을 평가원 낚시 코드라고 부릅니다. 사고의 범주가 단순히 '가난함'에만 제한되지 않고 '가난함으로 인한 책무 포기'까지 자연스럽게 흘러가 버리는 상황이죠.


위의 내용이 바로 '과해석'에 해당하며 "이건 너무 간 거 아닌가?"에 대해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너무 갔다'의 기준은 역시 기출이 되어야 할 겁니다. 



세 가지 유형을 간략하게 정리해봤는데, 저런 유형들로 도배되어 있는 시험지가 주어진다면 체감 난이도는 상당히 높아집니다. 선지 하나하나마다 막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6월의 경우에는 그런 유형들이 평소보다 약간 더 포진되어 있는 정도였지만 생각보다 많은 학생이 어렵다고 느꼈었습니다.


(틈새 홍보를 하자면 저희 모의고사에는 학생들이 6월 국어에서 낯설다고 느낀 정답 논리를 많이 활용했습니다. 심지어 작년에 이미 나왔던 건데 어떤 문제는 완전히 똑같은 논리인 것도 있습니다.)



IV. 보기 문제 학습에 대한 간단한 말

처음에 보기를 안 보고도 풀 수 있다는 내용으로 관심을 받았던 것 때문인지, 보기 제시문을 별로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러나 저는 문학 문제 풀이, 일반적인 공부, 그 무엇이든 <보기>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연계교재, N제, 모의고사 등에서 나오는 모든 보기는 복습할 필요가 있습니다. ebs나 일부 사설 컨텐츠의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고 저도 어떤 느낌인지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의 퀄리티가 낮다고 하더라도, 보기의 내용은 나오던 것이 반복되어 출제되기 때문에 어떤 컨텐츠든 보기만큼은 꼼꼼히 복습해주는 게 좋습니다. 설령 그게 작품 자체의 보기라고 해도 말이죠.


저는 수험생 때 문제 풀고 나서 한 번, 해설지 보고 나서 한 번, 그리고 자기 전에 복습할 때 한 번 이렇게 보기를 총 세 번 복습했습니다. 모든 걸 한 번에 하려면 어렵지만 이렇게 보기 배경 지식을 하나씩 채워나가는 느낌으로 공부하면, 언젠가 보기를 아예 안 읽거나, 읽더라도 굉장히 빠르게 훑어내리고 문제를 풀 수 있을 정도까지 실력이 향상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글을 읽고 나서, 제가 예전에 올렸던 '다시는 틀릴 일 없는 문학 보기 문제' 칼럼들을 읽어보신다면 아마 조금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링크를 걸어두겠습니다.


22수능 ver. 다시는 틀릴 일 없는 <보기> 문제 (1) [https://orbi.kr/00043547747]

22수능 ver, 다시는 틀릴 일 없는 <보기> 문제 (2) [https://orbi.kr/00043589293

2306 ver. 다시는 틀릴 일 없는 문학 <보기> 문제 [https://orbi.kr/00057125689]

2309 ver. 다시는 틀릴 일 없는 문학 <보기> 문제 [https://orbi.kr/00058260649]



드디어 문학 관련 칼럼을 대부분 마무리지었네요. 저번에 따라서 읽으면 좋은 순서를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비문학과 문학을 따로 선별하여 PDF를 올려볼까도 생각 중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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