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븐4Answer [592707] · MS 2015 · 쪽지

2023-01-25 03:48:08
조회수 7,801

수생전

게시글 주소: https://io.orbi.kr/00061598810

본 글은 현실의 인물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알립니다. 또한 저의 의견을 대변하는 글이 아님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


수생은 한티골에 살고 있었다. 줄곧 청계산 밑에 닿으면 공원터 밑에 해묵은 은행나무가 서 있고, 창문이 그 나무를 향하여 열려 있으며, 반지하방 두어 칸이 침수를 막지 못한 채 위태롭게 서 있었다. 그러나 수생은 정시파이팅만 좋아하였고, 그의 아내가 시급 1만원 채점 알바를 팔아 겨우 입에 풀칠하는 셈이다. 하루는 그 아내가 몹시 주려서 훌쩍훌쩍 울며 하는말이, 


’당신은 한 평생 대학도 진학하지 않사오니 이럴진대 수능은 보아 무엇하시려오.‘

하였다. 


수생은,

’난 아직 고인물에 도달하지 못한가 보오.’

하고 껄껄대곤 했다. 


아내는,

‘그러면 코딩장이 노릇도 못하신단 말예요.’

하였다. 


수생은,

‘코딩장이 일이란 애초부터 헬로월드도 안배운지라 어떻게 할 수 있겠소.’


하니, 아내는,

‘그럼 교차로 장사치 노릇이라도 하셔야죠.’

한다.


수생은,

‘교차로 장사치 노릇인듯 한티 뭇 강사들의 조롱 앞에 감히 할 수 있겠소.’ 

하였다. 


그제야 아내는 곧,

‘당신은 밤낮으로 평가원 코드 분석했다는 것이 겨우 어찌할 수 있겠소 하는 것만 배웠소그려. 그래 코딩장이 노릇도 하기 싫고, 교차도 하기 싫다면, 강사질이라도 해보는 게 어떻소.‘


하고는 몹시 흥분하는 어조로 대꾸했다. 이에 수생은 할 수 없이 헤진 수특을 덮어 치우고 일어서면서,

’아아 애석하구나. 내 애초 수능판에 뛰어들 제 십 년을 채우렸더니 이제 겨우 7수밖에 되지 않는군.‘

하고는, 문 밖을 나섰으나, 한 사람도 아는 이가 없었다. 


그는 곧장 은마 네거리에 가서 저자 사람들에게 만나는 대로, 

’여보시오, 이 동네에서 누가 최고존엄 네임드요‘

하고 물었다.


때마침 진희씨(맥아공부의 대부)를 일러주는 이가 있었다. 수생은 드디어 그 집을 찾았다. 수생이 진희씨를 보고서 길게읍하며,

’내 집이 가난해서 무엇을 조금 시험해 볼 일이 있어 그대에게 올해 굴착기 유출본과 1억을 빌리러 왔소‘

했다.


진희씨는,

’그러시오‘

하고는 굴착기 원본과 예비 문제 드라이브를 내주었다. 


그러나 그는 감사하다는 말 한 마디 없이 어디론지 가 버렸다. 진희씨의 조교와 학생들은 수생의 꼴을 본즉, 한 비렁뱅이였다. 삼선추리닝을 입었으나 선이 다 까맣게 때가 탔고, 삼선쓰레파는 뒷굽이 갈라졌으며, 다 망그러진 짭이키 모자에다팡이가 서식하는 백수 롱패딩을 걸쳐 입었는데, 코에서는 맑은 물이 훌쩍훌쩍 내리곤 한다. 


그가 나가 버린 뒤에 모두들 크게 놀라며,

’선생님, 그 손님을 잘 아십니까.‘

하고 물었다. 


진희씨는,

’몰랐지‘

’그러시다면 어찌 잠깐 사이에 이 귀중한 올해 커리 유출본을 평소에 면식도 없는 자에게 던져 주시면서 그의 성명도 묻지 않음은 무슨 까닭이십니까‘

했다. 


진희씨는,

’이건 너희들이 알 바 아니다. 대체로 남에게 무엇을 요구할 때엔 반드시 의지를 과장하여 신의를 나타내는 법이다. 그리고 얼굴빛은 부끄럽고도 비겁하며, 말은 거듭함이 일쑤이니라. 그런데, 이 손님은 옷과 신이 비록 떨어졌으나 말이 간단하고 눈 가짐이 오만하고 얼굴엔 부끄런 빛이 없음으로 보아서 그는 물질을 기다리기 전에 스스로 만족을 가진 사람임에틀림없는 것이다. 아마 그의 시도하려는 방법도 적지 않거니와, 나 역시 그에게 시도함이 없지 않는 거다. 그리고 주질 않는다면 모르려니와, 어차피 딸레반그램에 퍼질 것 기왕 원본을 줄 바에 성명은 물어서 무엇하겠느냐.‘

하였다. 


이에 수생은 이미 만 금을 얻어 갖고는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언뜻 생각하기를,

’딸레반그램은 문이과의 접경이요, 거상의 집결지렸다.‘

하고는, 곧 방장들을 찾아 컨택하였다. 그리하여 수학, 과탐, 사탐, 국어, 영어 등의 과목 프듶을 모두 차례로 물물교환을통해 연성했다. 그 뒤 2티어 문항 제작자들의 자료를 싼값에 후려쳐서 독점했다. 수생이 프듶을 널리 천하에 전파하자, 대치동의 현강러들은 프리미엄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그런지 얼마 아니 되어서 수생이 사들인 2티어 자료들이 대치동 프리미엄 자료라는 소문과 함께 도리어 십 배로 뛰었다. 


수생은,

‘어허 겨우 1억으로 2타를 대치동 프리미엄으로 둔갑시켰으니 이 업계의 얕고 깊음을 짐작할 수 있구나’

하고는, 곧 각 선생 밑의 문항 제작자들을 세 배의 몸값에 사가지고 제주도에 들어가서 몽땅 백제 호텔에 감금시키면서, 

‘몇 주만 있으면 온 나라 실수 호소인들이 실모를 풀지 못할거야.’

하였다. 


얼마 되지 않아서 대치동에는 실모 대란이 일어나 문제 재탕 논란이 불거지게 되었다. 


수생은 늙은 뱃사공에게,

‘영감, 혹시 해외에 사람 살 만한 빈 섬이 있는 것을 보았나.’

하고 물었더니, 


사공은,

‘있습디다그려. 제 일찍이 바람에 휩쓸려서 줄곧 북쪽으로 간 지 사을 낮밤 만에 어떤 빈 섬에 닿았습니다그려. 그곳은 아마 다도해 어귀에 있는 듯싶은데, 모든 꽃과 잎이 저절로 피며, 온갖 과실과 오이가 저절로 성숙되고, 소들이 떼를 이루었으며, 노니는 고기들은 사람을 보고도 놀라지 않더이다.’

한다. 


수생은 크게 기뻤다.

‘자네 만일 나를 그곳으로 이끌어 준다면 부귀를 함께 누릴 걸세.‘

했다. 


사공은 그의 말을 좇았다. 이게 곧 바람 편을 타고 북동 쪽으로 그 섬에 들어갔다. 


수생이 높은 곳에 올라 바라보며, 

’땅이 천 리가 채 못 되니 무엇을 하겠느냐. 그러나 토지가 기름지고 샘물이 달콤하니 다만 이곳에 기숙학원 원장의 노릇쯤은 하겠구나.‘


사공은,

’섬이 텅 비고 사람 하나 구경할 수 없으니 뉘와 함께 사신단 말씀이시오.‘

했다. 


수생은,

’컨텐츠만 있으면 사람은 저절로 찾아드는게야. 나는 오히려 내 컨텐츠가 부족함이 걱정이지 사람 없음이 무슨 걱정이 될건고.‘

했다. 


이때 마침 딸레반그램에 장수생 도적 수천 명이 떼를 지어 있었다. 시대정신, 대승에서 변호사를 징발하여 뒤를 쫓아 잡으려 하였으나 잡지 못하였다. 그러나 뭇 도적 역시 더 털어먹을 컨텐츠가 없어서 바야흐로 언수외 시절 기출까지 찍먹하는 판이었다. 수생이 도적의 소굴로 들어가서 그의 괴수를 달래기 시작했다.


’너희들 천 명이 1등급을 가져와서 서로 나누어 먹게 되면 각기 어떻게 학교를 가겠는고.‘

하고 물었다.


그는,

’올 1 찍어봐야 메디컬 구경이나 하겠나유.‘

한다. 


수생은 또,

’그럼 너희들의 원래 학교는‘

하자, 


뭇 도적은

’그거 학생증 뽀개 버렸어유.‘

한다. 


’그럼 너희들의 머리는 있겠지.‘

했더니


이때에 뭇 도적은 웃으며, 

’우리가 학교 들어갈때 두뇌만 있다면야 이다지 괴롭게 장수생 노릇이나 하겠수.‘

한다. 


수생은,

’정말 그렇다면 컨텐츠를 얻고, 각자 맞는 곳에 원서를 넣고, 메디컬가서 원하는 삶을 살면, 장수생이란 부끄러운 이름도없을뿐더러 살림살이엔 지금보다 나은 미래가 있을 것이며, 아무리 나와서 쏘다닌다 하더라도 어차피 다운로드만 했으니까 체포당할 걱정이 없고, 같이 잘 입고 먹고 살 수 있지 않겠는가.‘

했다. 


뭇 도적은, 

’그야 정말 소원이겠지만 다만 돈과 컨텐츠가 없을 뿐이여유.‘

한다. 


수생은 껄껄 웃으며,

’너희들이 딸레반그램에서 홍길동질 한다면서 컨텐츠가 그렇게 궁하다면 내 너희들을 위해서 마련해 줄 수 있으니 내일저 바닷가를 건너다 보면 붉은 깃발이 바람결에 펄펄 날리는게 모두 새로운 N제들일게야. 너희들 멋대로 가져 가려무나.‘

했다. 


수생은 이렇게 뭇 도적에게 약속하고는, 어디론지 가버렸다. 뭇 도적은 모두 그를 미친놈으로 알고 웃었다. 그 다음날이었다. 그들은 시험삼아 바닷가에 이르렀다. 수생의 발 밑에는 온갖 실모가 휘날리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깜짝 놀라 나란히 절하며, 

’이제부터는 오직 방장님 명령대로 따르겠소이다.‘

한다. 


수생은,

’이것을 지금 당장 풀어 보는게 어때.‘

했다. 


이에 뭇 도적이 허겁지겁 달려들이 실모 벅벅풀기를 시전했으나, 타임어택 앞에 쓰러졌다. 


수생은,

’너희들 머리 회전 속도가 겨우 이정도도 제 시간에 못풀면서 무슨 메디컬을 논한단 말인가. 이제 너희들이 비록 메디컬학생이 되고 싶다 하더라도 딸레반그램에 뻔질나게 접속했으니 그 흔적을 지워야 하지 않나. 그러니 이곳에 너희들을 수용해 극한의 메타인지 공부법을 실현시킬 것이니 각기 실모 백 세트씩을 들고 가서 백백오십오십을 실현해 오렸다.‘

했다.


뭇 도적은,

’예이.‘

하고 모두들 자기 땅굴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수생은 수능 날이 되기까지 이천 명이 먹을 식량을 장만하고 기다렸다. 뭇 도적은 기일이 되자 다들 가채점표를휘날리며 다 돌아오되 뒤떨어진 자 없었다. 이에 모두들 배에 싣고 그 빈 섬으로 들어갔다. 


수생이 이렇게 실수가 된 도적떼를 데리고 사라지니 해물탕사의 합격예측이 폭풍전야처럼 조용해졌다. 이에 수능 성적표를 토대로 거대한 표본을 만들었다. 표본으로 얻은 데이터는 교묘하게 가짜와 진짜를 섞어 계산기로 무료 배포한 뒤, 커뮤니티에서 네임드가 되었다. 


해물탕사의 이용자는 31만이나 되었는데, 바야흐로 계산기와 칸수의 괴리가 심각한지라 자칭 펑크 전문가들을 고용해원하는 입결을 만들고는 돈 100억을 거두었다. 


수생은 탄식했다. 

’이제야 내 조금 시험해 보았구나.‘

하고는, 


곧 메디컬 합격생 2천명을 모두 불러 놓고, 

’내 처음 너희들과 함께 이 섬에 들어올 때엔 먼저 합격증부터 만들어 놓은 뒤, 국시까지 관리해 주려 하였는데 땅이 작고덕이 엷으니, 나는 이제 이곳을 떠나련다. 너희들은 예과를 벗어나 본과쯤 갈 때거든 지금처럼 엉덩이 붙이는 법을 기억하고, 시험이 있으면 하루라도 더 먼저 시작해 유급만은 하지 말렸다.‘

하고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건물들을 모조리 불사르며, 

’건물도 사람도 없으면 조사하러 오는 이도 없겠지.’

하고, 


또 돈 80억을 아무 계좌로 ’레이븐은 개잉여다‘코인에 몰빵하며,

‘대륙과 버거들의 돈이 돌 때면 이를 가져갈 이 있겠지. 30억이면 건물을 사고도 남을 돈인데 하물며 이런 스캠코인에 누가 관심이나 가질까보냐.’

하고,


또 그 중에 문항 제작에 눈뜬 자를 불러내어 포박한 뒤 제주도 백제호텔 직행 배에 태우고,

‘이 나라에 화근을 뽑아 버려야지’

하고는, 함께 떠나왔다. 


온 나라 안을 두루 돌아다니며 가난하고 공부할 곳마저 여의치 않는 자에게 장학금을 뿌리고 다니고도 오히려 10억이 남았기에,

‘이것으로 진희씨에게 빌린 것을 갚아야지’

하고는,


곧 진희씨를 찾아 보고서,

‘그대, 날 기억하겠소.’

하고 물었다. 


진희씨는 놀란 어조로,

‘자네, 얼굴빛이 조금도 전보다 낫지 않으니 1억을 잃어버린 모양이지’

한다.


수생은 깔깔 웃으며,

‘재물로써 얼굴빛을 좋게 꾸미는 것은 그대들이나 할 일이지. 1억이 중한들 어찌 도를 살찌게 한단 말야.’

하고는, 


곧 10억과 문제은행들을 진희씨에게 주며, 

‘내가 한때의 주림을 참지 못해서 수능 공부를 끝내지 못했으니, 그대의 굴착기와 1억을 부끄러워할 뿐이로세.’

했다. 


진희씨는 크게 놀라서 일어나 절하며 사양하고는 전략 및 홍보팀장 자리와 백지수표를 보장했다.


수생은 그제야 크게 노하며,

‘그대는 어찌 날 장사치로 대우한단 말인가.’

하고는, 소매를 뿌리치고 가 버린다.


진희씨는 하는 수 없이 가만히 그 뒤를 따라 밟았다. 그는 한티공원 밑으로 향하더니, 한 반지하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마침 늙은 할미가 운동기구를 쓰고 있다. 


진희씨는,

‘저 반지하방은 뉘 집인고.’

하고 물었다. 


할미는,

‘수 생원 댁이랍니다. 그분이 가난하되 수능 보기를 좋아하더니 어느 날 아침 집을 떠나고는 안 돌아온지 벌써 1주기나 된답니다. 그리고 다만 아내가 집을 떠나서 실종신고까지 해놓고 의사한테 재가했답니다.’

한다. 


진희씨는 그제서야 그가 장수생인 줄을 알고 탄식하고 돌아왔다. 그 이튿날 자기의 문제은행을 다 가지고 가서 그에게 바쳤다. 


수생은,

‘내 일찍이 부를 얻고 싶었다면 100억을 버리고 10억을 취하겠는가. 나는 이제부터 그대를 믿어 밥을 먹겠으니 그대가자주 와서 나를 돌봐주게그려. 다만 식사만 말고 소주랑 말레까지 마련해 준다면 일생에 그것으로 만족할지니 무슨 까닭에 재물로써 나의 마음을 괴롭히겠나.’

하고 사양한다. 


진희씨는 백방으로 수생을 달래었으나 끝내 막무가네였다. 진희씨는 이로부터 수생의 말레가 보루 단위로 떨어지는 것을짐작되는 대로 반드시 손수 날라다 대어 주면, 수생은 흔연히 받되 혹시나 분량이 초과되면 곧 기뻐하지 않는 어조로, 


’여기 그림에 발기부전같은 부작용이 나와있지 않은가. 어찌하여 나에게 과도한 흡연을 권장하는 것인가.‘

했다.


그러다 소주를 차고 가면 더욱 기뻐하여 서로 권커니 마시거니 하여 취하고야 말았다. 그럭저럭 몇 해를 지나고 본즉 피차에 정이 날마다 두터워졌다. 


어느 날 조용히,

’한해 동안에 어떻게 100억을 벌었습죠.‘

하고 물었다.


수생은,

’이건 가장 알기 쉬운 일일세. 이 한티 동네는 본디 이름 자체로 마케팅이 되는 동네이나, 그 이름값의 본질이 되는 컨텐츠가 없으면 이름값은 없느니만 못하며 현강의 존재 이유가 사라져 버리네. 그리고 정시의 경우도 자리가 한정되어 있으면돌려서 넣는 장난질을 하기 쉬운 까닭으로 상위권의 표본을 독점해 버린다면 예년의 데이터 자체가 무의미해짐이니, 이는 수험생을 못살게 하는 방법이야. 뒷세상에 나랏일을 맡은 이들이 행여 나의 이 방법을 쓰는 자가 있다면 반드시 그 나라의 입시는 투명성과 공정성을 잃게 될 걸세.‘

한다. 


진희씨는,

’애당초 당신은 무엇으로써 내가 1억과 컨텐츠를 내어 줄 것을 예측하고 찾아와 빌리기로 했던 거요.‘

했다. 


수생은,

’이는 반드시 자네만이 내게 줄 것이 아닐세. 1타에 있다는 자 치고는 주지 않을 자 없겠지. 내 재주가 족히 100억을 벌 수는 있겠으나 다만 운명은 저 하늘에 달려 있는 만큼 내 어찌 예측할 수 있었겠나. 그러므로 나를 쓰는 자는 능히 복이 있는사람이어서 그는 반드시 부에서 더 큰 부를 누릴 테니 이는 곧 하늘이 명하는 바라, 그가 어찌 아니 줄 수 있겠나. 이미 1억과 문제를 얻은 뒤엔 그의 복을 빙자해서 행한 까닭에 움직이면 문득 성공하는 것이니, 만일 내가 그 굴착기 문제가 없었다면 그 성패는 역시 알 수 없었겠지.‘

한다. 


진희씨는,

‘지금 뭇 대학생들이 사교육판에 웃돈을 주고서라도 메디컬 가겠다는 파닌데, 이야말로 슬기 있는 전문가가 팔뚝을 뽐내고 슬기를 펼 때인 만큼 당신과 같은 재주로 어찌 괴롭게 반지하에 잠겨서 장수생 노릇이나 하려 하시오.’

했다. 


수생은,

‘어허, 예로부터 장수를 하다 못해 신선이 된 자가 얼마나 많았던고.  오르비에 어떤 놈은 오수해서 의사까지 되어놓고서인터넷에서 뻘글이나 싸고 있고, 상일서적 사장은 가르치는 제자마다 사시 합격생이 되는데 본인은 정작 사시 낙방의 고배만 마시다 사시가 없어지지 않았던가. 나로 말한다면 장사를 잘하는 자인 만큼 내 돈이 넉넉히 메디컬이며 고시며 합격생들 머리를 살 수 없음은 아니로되 아까 저 가상지갑에 그걸 던지고 온 것은 아무런 쓸 곳이 없음을 알았기 때문이네.’

한다.


진희씨는 곧 “휴우‘하고 긴 한숨을 내쉬고 가 버렸다. 


진희씨는 애초부터 여당 박주오와 친했다. 주오공은 마침 교육부장관에 취임되었다. 그는 일찍이 진희씨와 이야기하다가,

’지금 저 한티와 학여울 사이에 혹시 기이한 재주가 있어서 커다란 일을 같이 할 만한 자가 있더냐.‘

했다. 


진희씨는 그제야 허생을 소개했다. 


주오공은 깜짝 놀라며,

’기특하이, 정말 이런 사람이 있단 말인가. 그의 이름은 무어라 하던고.‘

한다.


진희씨는,

’소인이 그와 상종한 지 삼년이나 되었습니다만, 아직 장수생인 것 말고는 이름이며 성이며 몰랐소이다.‘

했다. 


주오공은 또,

’그 이가 곧 이인이야. 자네와 함께 그를 찾아가 보세.‘

하고는, 밤들어 주오공은 수행자들을 다 물리치고 진희씨만을 데리고 걸어서 수생의 집을 찾았다. 진희씨는 주오공을 말려 그 문밖에 세워 놓고 혼자서 먼저 들어가 수생을 보고 주오공이 찾아온 사연을 갖추어 말았다.


수생은 들은 체 만 체 그저 하는 말이,

’자네가 갖고 온 소주나 빨리 뜯어서 안주나 시켜주세.’

한다.


그리하여 서로 더불어 즐겁게 마셨다. 진희씨는 주오공이 오랫동안 바깥에 있음을 딱하게 여겨서 자주 말을 하였으나, 수생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느덧 밤은 이미 깊었다. 수생은 그제야,

‘손님 좀 불러 볼까.’

한다.


주오공이 들어왔다. 수생은 굳이 앉아서 일어서지 않았다. 주오공은 몸둘 곳이 없을 만큼 불편했다. 황급히 국가에서 어진 이를 구하는 뜻을 진술했다. 


수생은 손을 저으며,

‘밤은 짧고 말은 기니, 듣기에 몹시 지루하이. 도대체 지금 너의 벼슬은 무에라지.’

한다.


주오공은,

’교육부 장관이랍니다.‘

했다. 


수생은,

’그렇다면 네 딴엔 나라의 믿음직한 신하로고. 내 곧 와룡선생과 같은 이를 천거할 테니 네가 용산에 여쭈어서 그의 초려를 삼고하게 할 수 있겠느냐.‘

한다. 


주오공은 머리를 숙이고 한참 있다가,

‘이건 어렵사오니, 그 다음의 것을 얻어 듣고자 하옵니다.’

했다.


수생은,

‘나는 아직껏 [제 2의]란 배우지 못했거든.’

한다. 


주오공은 굳이 물었다. 


수생은, 

‘일전에 낭만을 찾아 이공대로 간 사람들이 있지 않았나. 그리하여 그들은 모두 코로나 사태로 인한 취업난과 착취당하는대학원의 현실에 고생하고 있다니, 네 능히 용산에 말씀드려 기본급을 팍팍 인상하고, 교수들의 갑질을 청산할 수 있겠느냐.’

한다.


주오공은 또 고개를 숙이고 한참 있다가

‘그것도 어렵소이다.’

했다.


수생은,

‘이것도 어렵고 저것도 못한다 하니 그러고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이야. 가장 쉬운 일 하나가 있으니 네가 할 수 있겠느냐.’

한다. 


주오공은,

‘듣고자 원하옵니다.‘

했다. 


수생은,

’현재 수능은 사교육 및 학생 부담 해결이란 명목 하에 과목과 범위를 줄여 고이고 고여버린 상황이네. 이러한 기형적인상태를 없애고자 하거든, 첫째로 범위를 다시 넓혀야 함이야. 범위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범위 자체로 변별이 되니 아이큐 테스트와 같은 말도 수학능력 없는 수학능력시험을 능히 해결할 수 있음이야. 그리고 진짜 통합을 위해 과탐과 사탐을모두 보게 하며, 학과에 따라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탐구 성적을 정하도록 하면 침공이네 교차네 하는 논쟁도 사라질 것이아니겠는가. 그렇게 한다면 우리나라는 굳이 한티의 실모가 필요할 것도 아니고, 학생들이 진정 원하는 전공으로 찾아갈수 있지 않겠는가.‘

한다. 


주오공은 무연히,

‘그러면 [사교육이 사라진 세상]같은 단체들이 거품을 물고 달려들텐데 누가 총선을 앞두고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했다.


수생은 목소리를 높여,

‘이놈, 소위 공무원이란 도대체 어떤 놈들이야. 사교육이란 본디 내 자식이 남의 자식보다 잘나기를 바라는 원초적 본능에서 나온 것이니 고작 수능 시험 하나로 그런 본능 억제가 되겠는가 말이야. 역사적으로도 금주법과 같이 인간의 본능과원초적 욕구를 거스르는 제도는 실패했거늘, 이제 너희들은 정책 연구를 한다면서 기본적인 사람의 심리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며 정책이라는 종이쪼가리를 내놓는단 말이냐. 내가 평생 처음으로 세 가지의 꾀를 가르쳤으되, 너는 그 중한 가지도 하지 못하면서 네 딴에 신임받는 장관이라 하니, 이 나라의 장관이란 것들은 겨우 이렇단 말이냐. 이런 놈은 나의 물리치료 집도용 방망이로 환생치료를 시켜줘야겠군.’

하고는, 좌우를 돌아보며 알루미늄 빠따를 들어 뚝배기를 깨려 하였다. 


주오공은 깜짝 놀라 일어나 방범창을 깨고 뛰어나와 달음박질쳐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 이튿날 경찰기동대를 대동하고찾아갔으나 수생은 벌써 집을 비우고 어디론지 떠나버렸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