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자, 특히 뇌과학자를 꿈꾸는 후배님들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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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부터 신경과학을 전공하고 싶어 하는 어린 후배님들의 끊이질 않습니다. 한 명 한 명에게 제가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이야기 해주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오랜 망설임 끝에 글을 적기 시작했습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제 소개를 간단히 하자면, 저는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를 졸업하고 뇌와 신경계의 신비를 연구하는 젊은 과학도입니다. ‘젊은’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참 부끄러웠음에도 이 표현을 고집한 것은 이 글을 읽는 중, 고등학생 여러분들과의 거리감을 좁히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고등학교, 대학교 두 번의 조기 졸업으로 친구들보다 일찍 졸업생이 된 덕분에 여러분들과 사적으로 만나게 된다면 언니, 누나 정도의 호칭이 더 편안한 같습니다. 또 하나 고백할 것이 있습니다. 저는 아직 유명한 과학자는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꿈을 향해 달려 나가는 길, 그 같은 길 위에 조금 앞서 걸어가는 사람일 뿐입니다. 아직 과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자랑할 만한 큰 업적은 없지만, 그래서 더더욱 여러분과 소통하고 싶었습니다. 지금 여러분들이 살아가고 있는 ‘고민의 시기’를 거치는 동안 제가 가장 필요했던 것은 이미 정상에 오른 선생님이나 교수님들의 조언보다, 3~4년 차 선배님들의 진솔한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학과 선택
먼저 학과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뇌과학을 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 중 상당수가 ‘뇌인지과학과’ 진학을 생각하지만, 학부 단계부터 뇌인지과학과가 있는 학교는 이화여자대학교 등 몇 개 학교 뿐입니다. 서울대학교 역시 대학원 과정부터 뇌인지과학과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고, 대부분의 유명 대학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여러분들은 멀지 않은 시일 내에 여러분이 어떤 학과를 졸업했느냐보다, 어느 학교를 졸업했느냐가 더 중요한 스펙이 된다는 사실을 체감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 뇌과학을 하고 싶은데 내가 갈 수 있는 학교에 뇌과학과가 없다면, 학교를 낮추어 뇌과학과를 진학하기보다는, 본인의 관심사에 따라 생명과학과, 생명공학과, 심리학과 등에 진학해 뇌과학을 공부하기 위한 기초를 다지는 것이 좋습니다. 사실 학부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연구는 상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대학원 과정 이후의 연구를 위해 기초체력을 다지는 것이 더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간혹 서울대학교의 학생설계전공을 염두에 둔 학생들이 보입니다. 서울대학교 재학생들도 잘 알지 못하는 프로그램을 중, 고등학생이 미리 알고 준비하고 있다는 점은 칭찬하고 싶으나, 사실 잘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제도입니다. 학생이 스스로 전공을 설계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교수진의 승인이 떨어지는 경우도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더해서 설령 뇌과학 전공을 설계한다고 해도 현재 서울대학교에서 뇌과학과 관련해 진행되는 수업은 생명과학부의 신경생물학, 심리학과의 신경 과학, 그리고 몇 개의 교양강좌가 전부입니다. 하나의 전공을 만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입니다. 이 모든 난관을 이겨내고 전공 설계를 성공했다 하더라도, 여러분에게 조언해줄 선배가 없기 때문에 모든 시행착오를 직접 겪어내야 한다는 사실 역시 큰 걸림돌이 됩니다. 본인의 관심이 뇌과학이라는 거대한 스펙트럼 안에서 어디쯤 위치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해본 뒤에, 생명과학, 심리학, 컴퓨터과학, 의학 등 가장 근접한 분야의 전공을 선택하고, 대학원부터 본격적인 뇌과학 연구를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
2. 필요한 준비
뇌과학자가 되기 위해 중, 고등학생 때부터 대학교 실험실을 오가며 연구 과정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연구자로서의 삶을 체험해본다는 것은 분명 가치 있는 일이지만, R&E등의 연구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냐고 묻는다면 저는 고민 없이 NO라고 답할 것 같습니다. 차라리 뇌과학 관련 교양서적들을 충분히 읽고, 과학 잡지 등을 구독하면서 내가 생각하는 ‘뇌과학’이 정말 ‘뇌과학’이 맞는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줄기세포 연구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이과 학생들의 절반 이상은 줄기세포 연구자를 꿈꾸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 생물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의 대부분이 뇌과학자를 꿈꾸고, 의과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 역시 신경외과나 신경정신과 의사가 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실제 뇌과학의 세계는 여러분이 알고 있는 것과 굉장히 다릅니다. 우선 뇌과학은 그 범위가 굉장히 넓어 세부 분야에 따라 여러분이 해야 할 공부의 방향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BRAIN-COMPUTER INTERFACE를 연구하고 싶다면, 컴퓨터를 깊이 공부해야 하고, 감정 조절자로서의 뇌를 연구하고 싶다면 심리학을, 뇌의 언어처리 기능에 관심이 있다면 언어학을, 시냅스의 전기 신호 전달에 관심이 있다면 전기 생리학을, 뉴런 하나하나의 기능에 관심이 있다면 세포생물학을, 뇌의 발생에 관심이 있다면 발생학을, 뇌에 발생하는 질병에 관심이 있다면 의학을 공부해야 합니다. 뉴런은 재생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인체에서 떼어낼 수 없는데, 사람의 뉴런을 연구하고 싶은 학생이 생명과학부에 진학한다면 그 학생은 평생 사람 뉴런을 이용한 실험을 한 번도 하지 못하고 좌절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이 정말 관심 있는 분야가 어느 분야인지, 혹은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가 이미 상당히 진척되어 발전가능성이 감소하고 있는 분야는 아닌지 충분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나아가, 단지 신경과학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신경과학을 공부하기로 결정한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유행을 타는 과목은 여러분이 직업을 갖게 될 쯤에는 이미 포화되어 레드오션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3. 과학도로서의 삶
저는 아직 스스로를 과학자라고 칭하기에는 부끄러운 단계에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실제 연구 현장에서 연구를 총괄하는 교수님들의 이야기 대신, 과학자가 되기 위해 한 발 한 발 걸어 나가고 있는 ‘과학도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은 이제껏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실험들을 해왔습니다. 교과서에 나와 있는 실험들은 굳이 실험을 해보지 않아도 이미 결론이 정해져 있는 것들이지요. 그러나 여러분들이 연구자로서 하게 될 실험은 그 어떠한 결론도 정해져 있지 않은 그야 말로 미지의 세계입니다. 대부분의 위대한 발견은 특정한 목적을 위해 설계된 실험이 아니라, 우연에 의해 생겨났다는 사실을 여러분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어쩌면 과학도의 삶은 ‘실패의 삶’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실험의 결론이 제 예상과 다를 때 그것을 ‘실패’라 부른다면, 저는 매일 실패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꿈에 부푼 여러분들에게 우울한 이야기를 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그러나 여러분을 좌절시키려는 것은 아닙니다. 정말 과학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면 실패를 사랑하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제가 무척 존경하는 한 교수님께서 실험실 인턴으로 일하던 제게 남기신 말씀이 있습니다. “과학자는 100번의 실패 끝에 단 한 번의 성공을 해도, 그것으로 즐거울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모든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 부어도 잘 되지 않는 실험이 있습니다. 실험 조건을 요리조리 바꿔보고 수십 번 수백 번 반복해도 잘 되지 않는 실험. 이 때 여러분에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끈기입니다. 같은 실험을 반복하고 또 반복해도 되지 않을 때 그냥 포기해버리고 싶은 마음은 당연한 것이지만, 그럼에도 묵묵히 하던 일을 계속 해나갈 수 있는 사람이야 말로 정말 훌륭한 과학자의 씨앗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세상에 힘들지 않은 일은 없다고 합니다. 연구자의 삶 역시 굉장히 어렵고, 고단하고 아픈 길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저는 감히 제가 너무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합니다. 나오지 않는 결과를 기다리는 설렘,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내가 하고 있는 작은 실험 하나하나가 언젠가 인류의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발견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두근거림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여러분이 이 길에 들어섰을 때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여러분의 선택을 의심할지도 모릅니다. 그런 여러분에게 제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한마디를 들려드리며 글을 마무리 하려합니다. ‘꽤 괜찮은 선택이었어!’
4. 글을 마치며.
써놓은 글을 다시 읽으며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저는 지금 정상에 닿은 사람이 아닌, 산 중턱에서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사람일 뿐인데, 제가 정상에 닿지 못하면 제 발자국을 따라 걸어오는 여러분 역시 정상에 닿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저는 이 글을 통해 여러분의 꿈을 응원하는 동시에 여러분으로부터 힘을 얻습니다. 이 글을 읽고 저를 뒤따를 여러분들이 후회하지 않도록, 좋은 선례가 되기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연구하겠습니다. 여러분도 부디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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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학원에서는 숙제로 푼 모의고사 몇문제 선생님이 같이 해석해주시고 문법은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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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학원 옮기려는데괜찮다고 생각하시는 학원이면 추천 좀 해주세요
글정말 잘읽었습니다.
본인이 직접쓰신글인가요.?
혹시 뇌과학 관련해서 심리학과도 관심을
가져도 되는지 궁금합니다
물론 입니다.
저도 심리학과 복수전공을 했고, 이쪽에서 연구하시는 분들 중 심리학과 출신인 분들도 굉장히 많은 편입니다.
다만 연구의 초점은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세포배양이나, 분자생물학적 접근보다는 설문지를 통한 임상연구등을 주로 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멋진 글 감사합니다 뇌 연구발전에 이바지해주세요~^^ 행복하시고요 나중에 tv에서 보고싶네요~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제가 꿈꾸는 대학, 꿈꾸는 학과에, 꿈꾸는 분야까지 전공하시고 계시군요. 정말 부럽고 멋지십니다 ㅠㅠ...저도 꼭 따라가고 싶네요... 궁금한 것이 있는데 혹시 쪽지 보내도 될까요..??
자주 확인은 못하지만 질문하시면 아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답변드릴게요~
글이 너무 깔끔하고 메시지가 좋아서 감동이에요
ㅎㅎ 감사합니다.
덕분에 해피해졌어요^^
ㅎㅎ 감사합니다.
덕분에 해피해졌어요^^
정말 대단하시네요 제가 꿈꾸던 이상향에 앞서나가계신 모습을 보니 굉장히 부럽고.. 존경스럽습니다. 저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하여 언젠간 과학도의 대열에 합류하고싶습니다.
꼭 같은 길을 걸어나가는 '동료'로 만날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저두,,궁금한ㄴ게 있는데 쪽지해두되나요??ㅎ
글이 깔끔하네요!
아버지의 영향으로 신경과 의사를 꿈꿉니다 :) 항상 아버지도 전문분야 공부보단 윤리나 교양서적 의사로서의 자세에 더 초점을 맞추라고 그러십니다ㅠ 궁금한건 대학에서도 같은 관점일까요? 궁금합니다ㅠ
이대 뇌인지과학과와 유니스트 목표중이고 과학잡지 구독하려는데 추천 부탁드려도 될까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정말 대단하시네요. 저도 선배님과 비슷한 길을 걷고 싶은데, 궁금한게 많습니다. 쪽지 드려도 될까요?
뉴런 재생실험 성공했다네요 정확한건 잘 모르지만 줄기세포 투입을 이용해서 실행했답니다. 쥐한테 했다지만 인간에게 실험시 성공가능성이 높을수 있겠네요.
안녕하세요. 지금도 답장을 해주실진 모르겠지만 조심스레 자문을 구해봅니다. 저는 중학생때부터 뇌공학자가 꿈이었고 지금은 과학고에 재학중인 고3입니다. 고1때부터 디지스트에 진학하고 싶었습니다. 현재 디지스트보다 높은 대학에 안정으로 붙을 수 있지만 저는 디지스트에 진학하여 대학원 과정을 진행하고 최종적으론 외국계 기업의 뇌공학 회사에 입사하는게 제 목표입니다. BCI기술에 관심이 많은데 현재 디지스트의 전망은 어떤지, 그리고 현재 뇌공학 시장은 어떤 근황인지 궁금합니다
카이스트 뇌인지과학과에 관심이 생겨 관련 정보를 찾아보던 중 우연히 이렇게 감사한 글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 어느 학교를 졸업했느냐가 더 중요한 스펙이 된다
- 학부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연구는 상당히 제한적
- 대학원 과정 이후의 연구를 위해 기초체력을 다지는 것이 더 유리할 수도
- 정말 관심 있는 분야가 어느 분야인지, 혹은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가 이미 상당히 진척되어 발전가능성이 감소하고 있는 분야는 아닌지 충분한 검증이 필요
- 지금 유행을 타는 과목은 여러분이 직업을 갖게 될 쯤에는 이미 포화되어 레드오션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
- 교과서에 나와 있는 실험들은 굳이 실험을 해보지 않아도 이미 결론이 정해져 있는 것들, 그러나 여러분들이 연구자로서 하게 될 실험은 그 어떠한 결론도 정해져 있지 않은 그야 말로 미지의 세계
- 정말 과학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면 실패를 사랑하라
- “과학자는 100번의 실패 끝에 단 한 번의 성공을 해도, 그것으로 즐거울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정도의 표현이 와닿았습니다. 저는 현재 태재대학교에 재학 중인데, 학부 시절 '기초체력을 다지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라는 글쓴이님의 생각과 같은 생각을 지닌 교육 기관에서 1년을 보낸지라 말씀하신 부분이 조금 더 와닿을 수 있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렇게 좋은 말씀을 한글로 기록해주시어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진로 결정에 참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