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과 윤리] 저의 오류에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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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모의평가 직후, 6평 심층 해설지를 올렸었습니다(https://orbi.kr/00057062924). 제가 오늘 사과드릴 지점은 9번 문항의 ㄹ과 관련돼 있습니다.
먼저 9번 문항을 보시죠.
저는 당시 9번 문항의 ㄹ 선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설하였습니다.
롤스가 개인이 사회적 운의 결과물에 대해 정당한 자격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는 설명은 오류입니다. 메가스터디 현자의 돌 작가님의 문제 제기로 저도 제 해설을 다시 돌아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롤스가 비판하는 [응분의 자격] 개념을 간과한 채, 이를 일상어의 맥락에서 이해하여 해설에서 오류를 저질렀습니다. 저를 믿고 제 자료로 6평을 공부하신 분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롤스에 따르면, 개인은 사회적 운의 결과물을 소유할 자격을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도덕적으로 랜덤한, 임의적인 운의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것이 최소 수혜자의 이익을 증진하는 경우에는 그러한 결과물을 소유하는 것이 정당화된다는 것이 롤스의 생각입니다. 저는 롤스의 입장에서 사회적 운의 결과물을 소유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으므로 개인이 당연히 그것을 소유할 자격을 가질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 선지를 대했지만, 이는 다시 말씀드리지만 롤스가 비판하는 [응분의 자격] 개념을 간과한 설명입니다. 제 학문적 깊이가 부족했음을 인정합니다.
누구나 오류를 저지를 수 있습니다. 실력의 문제일 수도 있고, 실수의 문제일 수도 있죠. 수능 생활과 윤리 판에서 단 한 번도 잘못된 설명을 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애당초 이 과목 자체가 다루는 사상가들의 범위가 너무 넓어서, 모든 내용에 있어서 학문적으로 완벽한 설명을 제공하기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EBS 연계교재 교재는 물론이고 교과서나 평가원 기출문제에서조차 오류가 종종 발견되는 게 현실이니까요.
저는 두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첫째, 오류를 아예 내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최소화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앞으로 더 공부하여 학문적으로 엄밀한 설명을 제공하겠다고 약속드립니다.
둘째, 오류를 아예 내지 않을 수는 없지만 오류 시비가 났을 때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저는 “어차피 시험에 안 나온다”라는 말도 안 되는 핑계로 제 오류를 그냥 넘어가지 않겠습니다(시험에 안 나오는 내용이었다면 처음부터 롤스는 해설하지 않으면 될 일이었죠).
다시 한번 제 해설지로 공부하신 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리며,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좋은 컨텐츠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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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롤스의 입장에서
개인은 사회적 운의 결과물에 대해 정당한 자격을 갖지 않는다
라는 저 선지가 롤스의 입장에서 판단이 애매한 게 아니라, 아예 맞는 선지라는 건가요??
그렇죠. 단 6평 출제자가 그것을 학생들이 판단하기까지 요구한 것 같지는 않고(원래 평가원은 판단 안 해도 문제가 풀리는 내용을 넌지시 던져 놓고 나중에 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노직의 입장에서 X인 것을 학생들이 판단해서 문제를 풀도록 문항을 설계해 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것이 최소 수혜자의 이익을 증진하는 경우에는 그러한 결과물을 소유하는 것이 정당화된다는 것이 롤스의 생각입니다.
라고 삼환님이 말햇듯 이런 예외에선 정당화 가능하니 롤스의 입장에서x라 보는 게 괜찮은 거 아닌가여??
소유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과 그것에 대한 (도덕적) 자격이 인정된다는 것을 구분하는 게 롤스예요.
소유가 정당화되는데도 자격은 인정되지 않는다.. 롤스씨 참 오묘한 사람이네여 ㅎ.ㅎ..
20세기를 대표하는 최고의 철학자이시니까요... 그 이론이 간단할 리 없죠...!
감사합니다. 많이 부족했습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현재 유명 1타강사들도 논란이 많은데 이렇게 용기내서 오류를 인정하시는 모습이 정말 멋지십니다 수험생을 위한다는 것은 더 좋은 자료를 만드는 것도 있겠지만 이런 부분에서 더욱 돋보이는 것 같아요
감사드립니다. 잘못을 아예 안 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잘못을 해 놓고도 아몰랑 하지는 않겠습니다.
이거 얘기하는 모양이네요.
<<우리는 사회에서 맨 처음 주어진 출발선이 당연히 내 몫이라고 말할 자격이 없다. 내게 분배된 타고난 재능도 당연히 내 몫이라고 말할 자격이 없다. …(중략)… 어렸을 때 좋은 가정과 사회 환경이 크게 영향을 미치고, 그러한 영향은 우리 노력의 결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거 구분하면 나중에 '자격'과 '권한'이라는 용어와도 구분해야 하는 문제가 생길텐데...ㅜㅜ
저도 해설할 때 별 생각없이 자격빼고 정당화에 꽂혀서 해설해 버렸네요...(연관 기출 문제도 정당화된다는 것을 언급했는데).....ㅋㅋ..저도 수정하고 공지해야겠습니다.
생윤 시험이 점점 더 깊이가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더 열심히 공부해야죠..!
저도 생윤 강의하는 입장이고 똑같은 해설을 했었는데, 일반적으로 시중에 제기되는 윤리 오개념에 대한 논란에서 지나치게 지엽적이고 단어의 뜻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돼서 충분한 반론을 생각할 수 있는 경우 해당 내용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내가 알려준대로 가면 돼!'라고 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긴 했었습니다.
다만 이번 경우는 롤스가 '자격'이라는 단어를 쓰는 용례에서 봤을 때 아무리 봐도 제 해설이 롤스의 맥락에서 어긋났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네요 ㅠ반성하게 되는 부분입니다. 문제제기하시는 분들 리스펙하구요 ㅎㅎ
그것과는 별개로 이번 경우 (저는 문제제기가 적합했다고 생각하지만)선지가 '응분의 자격'이 아니라 '정당한 자격'이라고 표현된 부분 때문에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일반적인 한국어 용례에서 '자격'이라는 단어는 '권한'과 유의어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고, '응분의' 자격이 아닌 '정당한'자격이라는 표현은 굉장히 광범위하게 해석될 수도 있는 여지가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정당하게 소유권을 가질 수 있는 자격'이라는 뜻 등으로...빠져나가려면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 형태로 제시된 느낌으로, 워딩 하나하나에 신경쓰는 평가원의 특징을 고려해봤을 때 의도적으로 광범위하게 해석될 수 있는 단어를 고른 것 같다는 거죠.
항상 강의하면서 느끼지만 생윤은 참 재미있는 과목인 것 같아요. 강사들도 항상 방심할 수 없고 끊임없이 공부하지 않으면 뒤쳐져버리는 살벌한 판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ㅋㅋ
그렇죠. 그래서 평가원 선지를 보면 특히 논란이 생기는 선지들 보면 빠져나갈 구멍 다 만들어 놓고 출제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습니다. 심지어 번역의 문제까지도 생기니까요. 왈처 저서의 번역본은 '응분의 몫'으로 번역되어 있던데....원문 뒤져야 할 것 같네요.
졸라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강사님인데 댓글 달아주시다니 영광입니다!ㅋㅋ
저도 오랜만에 정의론 펼쳐놓고 열공중이네요...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