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토화 [474614] · MS 2013 · 쪽지

2014-12-02 01:56:22
조회수 15,119

나이 24살, 인생의 바닥이었던 첫 재수생활. 현실적인 조언을 듣고싶습니다.

게시글 주소: https://io.orbi.kr/0005145164

안녕하세요. 올해 24살에 첫 재수를 했었던 지거국 자연대학 다니던 남자입니다.

일단 제가 그 동안 오르비에서 많은 정보를 봤었는데, 그런 정보를 올려주신 분들께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20살 지거국자연대입학, 21~22살 군대, 23살 복학 24살 재수
의 인생의 발자취를 건너왔습니다. 먼저, 저는 삶의 목표도 없었습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알았으나, 막연히 무엇을 해야할지 몰랐습니다.
단지 남들의 의견에 이끌려 수동적으로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첫수능을 평상시보다 20점가까이 떨어지게됩니다. 그래서 지거국에 들어가게됬구요.
입학하기 1주전까지 재수생각했습니다. 수능을 딱 망친후 인생에서 첫 후회가 들었습니다.
문과를 갔어야했다. 내가 원하는 길로 갔었으면 이렇게 못치더라도 받아들였을텐데...
저는 상경계열로 가고싶었습니다.
원래부터 돈이 왔다갔다하는 시장의 원리나 전반전인 국내 경제상황과 더불어
해외경제에 상황에따른 경제상황의 변화 등등 이런 원리에 대해서는 어렵지만 재밌었습니다.
그 쪽 공부를 하고 싶은 열망과 제대로 수능공부를 해보고 싶어서 재수를 하고싶었지만,
집안 사정덕에 '그래, 일단 대학다녀보자.' 라는 마음을 먹고 학비가 싼 지거국에 입학하게 됩니다. 

하지만, 입학한 후에도 목표를 상실한 저에게는 1학기 0.25, 2학기 2.3 이라는 성적을 남긴채
기말고사가 끝난 3일후에 바로 입대를 하게됩니다.
군생활이 끝나갈 무렵에 문득, 이제 무얼 하며 살아가야할까 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래서 또 재수생각을 하게됩니다. 하지만, 그 생각을 또 한번 접습니다.
왜냐하면, 일단,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도, 공부하지도 않고, 이 길이 틀렸다라고 단정지을수 없었고,
집안사정과 사회진출나이도 일반보다 많을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23살, 복학을 하게되고, 2학년 총대를 하게되면서, 선후배, 동기들과 잘어울리며
학교생활을 열심히 합니다. 그리고 F로 날렸던 1학년 수업들을 재수강합니다.
여전히 공부에 대한 흥미는 zero였지만, 1학년 내용이니 해볼만 하더군요. (하지만, 학점은 2.7...)
하지만, 2학기가 되어서 2학년 과목을 시험공부를 하던 중간고사 기간중에
'아, 이건 아니다. 못하겠다. 해도 안된다. 내가 원하는 공부가 아니다. 차라리, 여기서 억지로 졸업하고 취업을 하더라도, 더 좋은 페이를 받더라도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거국타이틀(지방국립대1위)를 딸려고 원치않는 공부로 3년을 허비하느니,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하며, 능동적으로 대학생활을 하는 4년이 더 의미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딱히 원하는 길을 없었지만, 이 길은 100%, 아니 100000% 아니다라고 확신이 있었기에,
중간고사 이후 재수를 하게 됩니다. 저희학교는 상경계열 복수전공이나 전과가 기본 3.9점은 깔고 가야했기때문에 저의 학점으로는 터무니 없었습니다. 또한 나이먹고 이러는거, 부모님께 상당히 죄송했지만, 삶을 길게 봤을때 내가 행복한 생활을 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더 나을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나이에 지거국이란 타이틀을 버리는 저의 재수생활은 고통의 끝이었습니다. 부모님은 제 말씀을 듣고 흔쾌히 승락했지만, 친척들에게는 '너는 실패한다. 다시 돌아가라.' , '니가 뭘, 니가 마음을 그렇게 먹으니까 그런거다.' 등등 엄청난 인격모독의 발언을 듣습니다. 그리고 학교 앞에서 자취를 하면서 도서관 독재를 했습니다. 하지만, 7년을 따르던 형의(친형x, 의형제하던 사이, 지금은 연락을 하지 않습니다.) 이간질로 인해 여자친구랑 살림 차렸다라는 오해를 사서 아파서 잠깐 쉬려고 갔던 집에서 쉬지도 못한채 쫓겨난 이후로 2월내내 공부 한번 못하는 인생최대의 절망에 빠집니다. 2~3일 내내 밥, 물도 제대로 안먹고 자살생각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옆에서 지켜봐주던 여자친구 덕분에 극복을 하게 되고, 다시 3월중순부터 일어섭니다. 그렇게 공부를 하고 6월 평가원을 학원에 가서 칩니다. 5년만에 처음 시험을 봐서 그런지 몰라도 긴장을 엄청하게되어, 평소 푸는 것보다 더 틀리게 됩니다. 이때 부담감이 확 밀려왔습니다. '아 실패하겠구나, 또 시험당일때 점수가 확 떨어지겠구나.' 라는 걱정이 듭니다. 하지만, 어째저쨰 억지로 극복을 할무렵.....
제 가장 친한친구가 군대에서 죽었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게 됩니다. 형제가 없었던터라 형제처럼 지내던 제 친구입니다... 그렇게 친구를 보내고 돌아온 저에겐 7월과 8월은 10일 공부 후 5일 늘어짐을 반복하게 됩니다. 너무 슬펐지만, 제 친구를 가슴에 묻고.... 다시 일어서서 공부를 하게 됩니다.

그러고 나서, 9월이 됩니다. 2010수능에서 겪었던 실전의 실패, 6월모평에서 겪었던 실전의 실패를 겪지 않기 위한 마음으로 9월모평을 치러 다시 들어갑니다. 난이도가 쉬웠지만, 평소 맞추던 만큼 맞췄습니다. 또한, 그 이후에 실모를 풀어도 난이도가 어려워도 국어, 수학은 만점에 거의 만점에 수렴했습니다. 사실 영어가 조금 약해 항상 3개에서 어려우면 8개까지 틀렸습니다.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과목밸런스를 유지해가며 시험준비를 했고, 수능을 치게됩니다.

수능이 끝나고, 어려운 과정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계속 일어서며 공부했고, 시험중에도 5년전과는 달리 멘탈이 부서질 시기에 부여잡고 끝까지 대응했던, 제 자신에게 박수를 쳤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평소 나왔던 것에 비해 형편없이 떨어졌습니다.

국어B 73    수학A 92     영어 97     한국사 48     윤사 44     베어 46

평상시 어렵게 공부해도, 시간을 줄여 연습해도, 만점에 수렴했던 국어, 수학에서 이렇게 떨어졌고,
오히려 영어에서 올랐습니다. 한국사나 윤사도 평소보다 1문제씩 더 틀렸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너무 걱정입니다. 6월 모평을 제외(270점대)하면, 모든 시험에서 언수외 원점수 280 아래를 내려간적이 없습니다. 물론 수능미만잡이긴 합니다. 저의 결과를 부정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점수가 내려간만큼 이름있는 대학과도 멀어진 결과가 나왔기에 엄청난 고민이 됩니다.
일단, 저의 나이를 생각하니(졸업하면 29살) 반수나 무휴학반수가 아닌 입학을 해야할 거 같고,
하지만, 평소 있었던 실력에 비해 너무 많이 떨어졌고, 나이가 많은 단점대신 어느정도 학벌은 있어야된다라는 (대한민국사회 아직 학벌사회인 것은 부정할수없는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이 들어 30살에 졸업하더라도 반수나 무휴학반수를 해볼까 라는 고민이 됩니다.

저의 계획은 능동적으로 학교생활하면서 제가 무엇을 할지 찾은 후에 공부해서 졸업하고, 굳이 대기업이 아니더라도(나이가 많아서 힘들겠죠?ㅎ) 중소기업 취직이나 저에게 맞는 일 찾아서 돈을 버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학 졸업까지의 학력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과 공부에 대한 열망으로 재수를 하게되었고, 제가 평소에 나왔던 점수와는 너무 먼, 한 번도 맞아보지 않았던 점수로 인해 어떻게 하는 것이 더 현명할지 고민하는데 정말 이거 혼자서는 판단이 잘 되질 않습니다.

제 3자의 입장에서 현실적인 조언을 듣고싶습니다. 짧은말이라도 조언 해주시면 깊이 새겨듣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슈퍼사이아인 · 428065 · 14/12/02 02:04 · MS 2012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수학실모예찬론자 · 536331 · 14/12/02 02:10

    마치 저를 보는거같습니다.
    저도 현역으로 대학입학후
    대학생활하다
    2학기에 휴학하고 반수했었는데
    망하고

    바로 군대 다녀와서
    23에 수능쳤는데 말아먹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학교다니다 휴학후
    25의 나이에 다시 수능치고 또
    말아먹었습니다
    그리고 드는 생각이 수능 이거 내인생에서 크게 중요한게 아니구나

    그냥 내 현재위치서 최선을 다하며
    사는게 더 행복한거란걸 느꼈습니다

    너무 수능하나에 매몰되어 거의 3년이상의 시간을 보낸게 후회되더군요.

    근데 이젠 그때 수능공부했던것들도
    언젠간 내 인생에 보탬이 되겠지란
    생각으로 그냥 한때 추억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다시 학교복학해서
    맘잡고 열심히 공부하고있구요.

    저도 님처럼 학점 말아먹었었는데
    다시 재수강하고 과제열심히하고
    여튼 다시 메꾸고 있습니다.

    수능하나에 너무 시간 많이 허비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지나고보면 글케 중요한 시험도 아닐뿐더러 20대의 중요한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습니다

    차라리 그 시간에 연애를 미친듯이
    하는게 더 나았을지도 모르죠

  • 초토화 · 474614 · 14/12/02 02:27 · MS 2013

    답변달아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저랑 비슷한 경험을 먼저하셨던 인생선배의 조언 깊이 새겨듣겠습니다. 너무너무감사합니다 ㅠㅠㅠ

  • 수학실모예찬론자 · 536331 · 14/12/02 02:15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슈퍼사이아인 · 428065 · 14/12/02 03:19 · MS 2012

    목적이 어디냐에 따라 다른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