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비의 본질, 오르비다움이란 무엇인가?
게시글 주소: https://io.orbi.kr/0004803738
1.
요즘 오르비에선 “오르비가 오르비답지 않다”는 유저들의 의견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최상위권 수험생 커뮤니티인 오르비에서 입시와는 상관도 없는 정치, 연애, 친목글이 올라오고, 댓글이 수백 개를 넘어가는 키배가 하루가 멀다하고 일어나며, 물을 파는 것도 모자라 화장품까지 팔 기세라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오르비는 정말 ‘오르비다움’을 잃었나?
그렇다면 오르비다움이란 뭘까? 하루가 시작되어 끝을 맺을 때까지 입시 관련 게시물만 올라오는 것? 그런 거라면 오르비는 이미 10년도 더 전에 오르비다움을 잃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학습’과 ‘입시’, ‘생활’과 ‘클럽’. 오르비를 이루는 4개의 카테고리다. 이 중 직접적으로 입시와 연관 있는 것은 앞의 두 개, 뒤의 두 개는 ‘커뮤니티’로서 작용해왔다. 이 틀이 만들어진 게 10년도 더 전이다. 즉 그 시절부터 오르비에는 입시와 관련된 글만 올라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나도 칼럼니스트’ 게시판과 ‘퍼온글’ 게시판에선 정치를 비롯한 각정 사회 현안, 인문‧철학적인 주제에 대한 논쟁이 활발했고, ‘생활상담실’에선 진로, 연애, 교우관계 등에 대한 여러 상담글이 올라왔다. 심지어 생활상담실에선 ‘입시’에 대한 글은 쓸 수 없게 관리자가 못 박을 정도였다(입시와 관련된 글을 쓰면 블라인드 처리를 당했다). 생활상담실은 처음부터 비수험적인 용도의 게시판으로 운영되었던 것이다.
‘선배들이 말해요’ 게시판에선 먼저 대학에 진학한 선배들이 학과 선택을 비롯한 여러 조언들을 해줬고, ‘프로솔로’ 게시판에선 솔로들의 애환이 담긴 게시물이 올라와 눈물없인 읽을 수 없었으며, ‘스타크래프트’ 게시판에선 스타리그 및 프로리그에 대한 글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올라왔다.
이렇게 입시와는 1%도 관계없는 수많은 글이 수십 곳의 게시판을 장식했던 게 바로 과거의 오르비였다. 그럼에도 누구 하나 “왜 입시와 관련 없는 글을 이렇게 올리냐?”며 목청 높이지 않았다.
그것은 왜 그런가? 오르비가 게시판 별로 분리된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입시에 관심 있는 유저들은 애초에 ‘생활’과 ‘클럽’ 카테고리엔 접근하지 않으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태그 시스템은 그게 어렵다. 사진관 태그에 글을 써도 생활상담실 태그에 글을 써도 입시 관련 게시물과 한데 섞인다. 특정 태그를 제외하는 기능이 있긴 하나 별반 소용없는 것이 게시물 하나당 태그를 최대 5개까지 추가할 수 있다.
현재 오르비 운영진은 오로지 ‘학습’과 관련한 태그에만 태그 오남용에 대해 민감하게 관리할 뿐 그 밖의 태그 오남용에 대해선 아예 손을 놓은 듯한 상태다.
거기에 ‘추천’ 태그는 거를 수도 없다. 메인에 노출되는 ‘댓글이 많은 게시물’ 태그는 아예 키배 게시물에 의해 잠식당한 상태다. 수험생들의 볼멘소리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래서 수험생들에게 권하고 싶은 방법은 ‘캐스트’ 태그를 활용하는 것이다. 캐스트 태그에는 오로지 수험과 관련된 글만 선정되기 때문에 다른 글은 전혀 보기 싫다는 수험생에겐 가장 적합한 대안일 듯 싶다.
2.
오르비의 쇼핑몰화에 대한 일부 유저들의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이것 또한 오르비다움과 직결된다. 오르비의 상업화는 이미 몇 해 전부터 꾸준히 거론되었던 부분이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보자. 나는, 그리고 여러분은 오르비를 이용하면서 어떤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지. 대가? 없다. 1원 한 푼도 지불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포카칩’님이나 ‘물량공급’님 등이 제공하는 좋은 수험자료들은 제공받는다.
얼마 전 운영진의 댓글에서도 확인했듯이 이미 광고 수입만으로는 트래픽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한다. 유저가 무려 50만 명이다. 물론 그 중에서 현재 활동하는, 유의미한 숫자를 추려내면 10만 명, 혹은 그 이하겠지만 그 정도만 해도 사이트 유지에는 큰 돈이 들어간다.
오르비가 유료화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회원들에게 산소수를 강매하는 것도 아니다. “이러이러한 것을 팔 테니 살 사람은 사고 말 사람은 마시오”다. 근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까지 반대를 해야 할까? 아무 대가도 지불하지 않으면서?
차라리 운영진 계좌번호를 알려 달래서 유저들이 “다만 얼마씩이라도 후원을 할 테니 오르비를 상업화하지 말고 이대로 놔뒀으면 좋겠다”는 식의 제안을 한다면 고개를 끄덕이기라도 하겠다. 하지만 그런 것도 아니지 않는가.
물론 현재 오르비의 운영방침은 사이트 유지를 넘어선 수익사업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상업화와 커뮤니티의 유지는 결코 양립할 수 없는 성질이 아니다. 유저들이 비판, 혹은 건의를 한다면 수험생 커뮤니티로서의 역할이 원활히 기능할 수 있게끔 하는 부분이지, 상업화에 대한 반대는 아닐 것이다.
3.
앞서 오르비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오르비다움에 대한 관점은 두 가지로 나뉜다. 첫 째, 오르비는 수험생 커뮤니티이니 수험 외적인 이야기는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선 1번에서 설명했다. 둘째, 오르비는 상업화해선 안 된다. 이 부분에 대해선 2번에서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하고자 하는 말은 이거다. 나는 오르비가 오르비다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어떻게 활동해왔는가?
적잖은 유저들이 오르비가 수험생 커뮤니티로서의 본질에서 벗어났다고 이야기들 한다. 그런 글을 쓴 유저들의 닉네임을 클릭해서 ‘작성글 보기’를 보면 대개 작성글이 0개로 뜨거나 질문글만 올라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마디로 활동량이 극히 미미한 유저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런 분들께 한 번 질문하고 싶다. 대체 수험생 커뮤니티의 정체성은 누가 만드는 것이냐고. 운영진? 오르비 인강 강사? 아톰의 교재 저자? 물론 그들도 포함될 것이다. 하지만 본질을 지키고 정체성을 만드는 데는 유저들의 역할도 분명 존재한다.
내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면, 나는 한국사 관련 글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그래서인지 한국사에 대한 상담도 많이 받는 편이며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댓글과 쪽지를 이용해 공부방법, 강사 및 교재 선택 등에 대해 상담해주고 있다.
나에게 한국사에 관한 글을 올려야 하는 의무는 없다. 그런 걸 올린다고 내게 돈 한 푼 생기지 않는다. 또한 나는 몇몇 유저들이 말하는 오르비의 ‘본질론’, 오르비다움에 별로 동의하는 입장도 아니다. 그럼에도 내가 내 시간 쪼개가며 한국사 관련 글을 올리는 이유는 한 가지다. 오르비 유저의 다수가 수험생이고 그 수험생들에게 미약하나마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 그것 하나다. 작년에 내게 한국사 관련 상담을 받은 한 분이 수능이 끝나고 쪽지를 보내왔다. 덕분에 수능 한국사 잘 볼 수 있었다고. 짧은 내용이었지만 울림은 컸다. 이런 식으로도 내가 유저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구나 싶었고, 그래서 그 후로도 쭉 한국사에 대한 글과 상담을 이어가고 있다.
나는 일부 유저들이 말하는 오르비다움은 이런 것들이 모이고 모여 하나의 덩어리를 이룰 때 유지된다고 생각한다. 고작 수험생에 불과한데 그런 글을 어떻게 쓰느냐고? 수험에 도움되는 글을 꼭 전문강사나 교재 저자만 하라는 법은 없다. 나 또한 그냥 역사를 좋아하는 일개 평범한 사회인일 뿐이다. 여러분도 할 수 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을 찾아보자면, 당장 자신이 들었던 인강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글을 써볼 수도 있다. ‘인강평가’ 태그가 엄연히 존재하는데 글을 쓰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올해 올라온 ‘인강평가’글은 고작 10개에 불과하다. 너무 적다고 생각하지 않은가?
과거 오르비엔 인강 평가 게시판이 굉장한 인기가 있었다. 양식도 제대로 갖춰져 있었는데 개편되면서 그런 건 싹 사라지고 태그만 남은 게 아쉽긴 하지만 그건 건의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왜 이런 글만 올라 오냐!”고 말하는 동시에 ‘이렇지 앟은 글’도 올리는 유저. 수험생일 땐 도움을 얻고 대학생이 되어서는 도움을 주는 유저(입시 끝났다고 바이바이하지 말고). 이런 유저들이 많아질 때 오르비가 좀 더 나은 공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여기엔 운영진의 명확한 일처리가 당연히 전제되어야하겠지만 말이다.
긴 글 읽어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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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나 오하요
하나하나 모두 공감합니다.
마자용
형아....멋져요..
그래도 화장품파는건 솔직히 이해가안됩니다.
물론 공부 외에 생활상담실, 사진관 등에 다른얘기 올려도 되죠,
하지만 옆에 태그 보시면 아시겠지만, 스터디에 대한 태그가 대부분입니다. 솔직히 여기는 공부사이트, 입시사이트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다른글을 올리지 말라는 것은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절대 아닙니다. 유머글 그런거 오히려 찬성인데요, 저는
최소한의 수험생, 졸업생 커뮤니티에 집중되어있는 사이트인 만큼, 학생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을 수 있는 화장품이나, 틴트 같은 걸 판매하는건 좀 아니라고 생각되네요. 물론 트래픽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고 사라고 강요하지도 않습니다만, 다른 방법으로, 예를들어 독서대나 책이나, 볼펜 그런거 많잖아요.
뭐 물론 안사면 되잖아, 니가 뭔상관인데? 니가 오르비운영비 대줄꺼야?
하면 할말없지만요..
화장품은 어차피 여기서 안사서 ㅎㅎ... 유저들의 항의가 잇달아도 틴트를 내리지 않는 이유는 팔리지는 않는데 재고는 남아서 어쩔수없이 올려놓은거라고 추측해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ㅎㅎ 저도 입시가 끝나면 꼭 여기서 수험생들에게 도움을 주고싶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ㅎㅎ 저도 입시가 끝나면 꼭 여기서 수험생들에게 도움을 주고싶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ㅎㅎ 저도 입시가 끝나면 꼭 여기서 수험생들에게 도움을 주고싶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ㅎㅎ 저도 입시가 끝나면 꼭 여기서 수험생들에게 도움을 주고싶어요
공감합니다.
태그 제도에 대한 문제는 격하게 공감됩니다. 근데, 애초에 태그제도로 바뀐 이유가 뭐죠? 분명히 이유가 있어서 바꿨을텐데
태그제도 진짜... 왜죠... 오히려 이거땜에 더 어지러워진듯한...
잘읽고갑니다. 예전에 목동여신던가 친목질한다고 몇몇분 거론하며 저격한게 생각나네요.
안보면 그만인것을
ㅋㅋ 당시 저격당한 친목하던 사람들이 수험 관련 상담 제일 열심히 해주던 사람들이었죠
그게 함정ㅋㅋㅋㅋ ㅋㅋㅋㅋ
목동여신 그분은 그전부터 글이나 댓글이 좀 과했음.. 지하철에서 여성분들 옷이 짧아 배려해준다고 땅만보고갓다는 글에 하여튼 남자들이란 하면서 까질않나.. 친목질도 처음엔 본인이 제일 앞서서 했던걸로 알고 나중에 본인이 묻힌다싶으니 버럭하던데..ㅋ
한창 인증할때 '아 나도 인증하고싶다' '나도 해볼까' 이러던분이 '인증하는거 솔직히 답정너아님?' 이러시는거보고 웃음밖에 안나오더군요
메인에 노출되는 ‘댓글이 많은 게시물’ 태그는 아예 키배 게시물에 의해 잠식당한 상태다.
제가 젿지님께 건의드렸습니다만 아직까진 내려간 게시물이 잘 안보이네요..
태클을 걸려는건 아니고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트래픽 유지하기에 버거울 지경이라고 하시는데 그렇다면 오르비보다 이용자 수가 열배를 웃도는 일베는 어떻게 배너 광고만으로 유지가 가능한가요? 더군다나 오르비는 아톰 북스를 통해서 타 커뮤니티 사이트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얻지 않나요?
그렇네...
근데 오르비는 동접수 몇명정도에요?
일베랑은 좀 다른게 오르비는 '직원'이 꽤 되는 걸로 알아요. 그사람들 월급도 줘야 되니...
상당수는 그냥 싫으니까 시비 거는 거에요 ㅋㅋ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
ㅋㅋㅋㅋ ㅋㅋㅋㅋ
진심이 느껴지는 댓글이네요... 그저 애잔ㅜㅜ
'오르비다움'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2번은 정말..
강매하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팔겠다는건데.. 싫으면 안사면 되지.. 뭐그리 불만들이 많으신지..
2222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으려 하고
댓글하나라도 좀더 나은 사이트문화, 보는사람의 생각을
헤아려 이쁘게 달면 좀더 좋지 않을까 싶네요.
정리 깔끔하게 해주셨네요~~#
흠,, 저도 공감합니다.
오래전부터 눈팅해왔지만 정말 맞는말이네요^^
다 동의합니다. 다만 수험생을 위한 사이트에서 사이트 내 활동하는 대성알바에 묵인하는 행위는 정말 상업성을 지나치게 추구한다고밖에 생각되지않습니다. 최소한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 조치를 취하겠다`같은 태도는 보여야하는게 아닌가요...수험생을 위한 사이트가 수험생에게 조작된 정보를 전달하는 대성알바에 대한 조치요구에도 불구하고 묵인하는 지금 오르비의 태도가 `오르비답지않다`고 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수험생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트인데 이제 강의추천 질문글에 달린 댓글은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알바자체를 사이트운영자가 막을 수는 없다지만 이후에 알바적발하는 글이 올라와도 묻으려고하고.. 이런점에서 본질을 잃은 것 같아 개인적으로 안타깝네요
저도 동사서독님덕분에 오르비가 한층더 오르비다워 진다고 생각합니다!
http://orbi.kr/bbs/board.php?bo_table=united&wr_id=4804251
헛;;; 링크실수 죄송합니다.
엇...왜 수정이안되지?
오르비상업화에 대해서 부정 긍정 아무것도아닙니다만 틴트는 솔직히 심했습니다ㅠ 수험생커뮤니티답게 캘린더 거치대 제트스트림 산소수(까지도) 이런건 긍정적으로 볼수도있어요. 독서대같은경우엔 거듭매진에 호응또한괜찮았죠. 가방 모공 이어폰 스냅백 이런것도 이해는안되지만 그러려니..
제가 바라는 것은 짜증나는 키배는 채팅이나 쪽찌로 하는 것입니다. ㅎㅎ
뭔가. 비문학 지문 읽는느낌..!!
각자가 글을 쓰는 것이 모여서 오르비다움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하셨지만 태그시스템이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접근성을 꽤 많이 낮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