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andonedS [59684] · MS 2004 · 쪽지

2014-05-05 12:01:24
조회수 3,688

오르비의 친목질에 대하여 - 과연 그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게시글 주소: https://io.orbi.kr/0004545505

편의상 반말로 씁니다.

오늘 아침 갑자기 핫해진 이슈인 오르비의 친목질 문제. 친목질이 커뮤니티를 죽인다고 하는 주장도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친목질에 대해 한번쯤은 짚고 넘어갈 필요성이 있는 것 같아 졸필이나마 휘갈겨 봐야 할 것 같아서 이 글을 쓴다. 특히 올해의 경우, 예년과는 다른 인증의 홍수와 그 인증을 통해 인지도를 얻은 몇몇 여성유저들의 약진이 유난히 돋보인 바, 이 독특한 현상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지는 친목유저건, 눈팅유저건, 열공유저건, 반친목유저건 한번쯤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단순히 '친목질이 뭐 어때서' vs '왜 여기서 친목질임' 이라는 식으로 나와서는 아무것도 정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입시사이트의 친목질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왜냐하면, 수험생은 외로우니까. 특히 독재생이라면 그 외로움을 누구나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독재하는 걸 친구들이 다 아니까 친구들 들쑤시며 놀러 다니기도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해서 게임이나 하면서 시간을 죽치자니 부모님 눈치가 너무 보이고... 결국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부모님의 시야 밖에서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스마트폰을 통한 달리기가 되는 것이다. 게다가 오르비는 비슷한 처지의 유저가 많기 때문에 대화거리도 많고 서로간의 공감 역시도 쉬운 편이라 더 빠져들기 쉽다.

하지만, 지금의 오르비 친목질은 심각한 문제가 있는데, 그것은 '전방위적인 친목의 범람'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야간에는 게시판 전체가 사실상 친목유저들의 놀이터가 되며, 주간에도 이러한 부분은 상당히 많이 드러나곤 한다. 그리고 이 때문에 친목과 관계없는 유저들이 불만을 갖는 것도 충분히 이해는 할 수 있다. 하지만, 단언할 수 있는 것은, 비판의 대상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원래 오르비는 학습관련 게시판, 진학관련 게시판, 친목관련 게시판, 놀이터가 엄격하게 구분되는 곳이었다. 대표적인 학습관련 게시판은 '독학생', '재수생', '국어', '수학' 등이고, 진학관련 게시판은 '서울대', '연고대', '의대' 등이고, 친목관련 게시판은 '독동반상회', '생담반상회', 나이별 게시판들을 들 수 있으며 마지막으로 놀이터는 '사진관', '스타크래프트' 등을 들 수 있겠다.

이러한 구조를 가졌던 오르비였기 때문에, 실제 학습관련 게시판에서의 친목행위는 철저하게 금지되었으며 원칙적으로는 독포의 대상이기도 했다. 가장 엄격하게 금지되었던 곳은 '독학생' 게시판으로, 친목을 금지하였음에도 친목행위가 끊이지 않자 '독동반상회' 게시판을 따로 만드는 노력까지 보이며 게시판 내의 친목을 방지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하지만, 지금의 오르비는 그 때의 오르비와는 너무나도 다른 것이 현실이다. 친목게시판인 '독동반상회'와 '생담반상회'의 경우 모두 보기에 뜨지도 않으며 동시에 인기 태그에도 없기 때문에 유저들이 그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즉, '합법적인 친목질의 장'이었던 두 게시판이 사실상 차단당하면서 그 게시판들에서만 이루어져 왔던 친목행위가 자연스럽게 다른 태그들로 번져나가게 된 것이다. 이는, 오르비 운영진의 심각한 실책으로 보아야 하며, 현 상황을 유저들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너무나도 가혹한 일이다. 그리고 이를 너무나도 잘 아는 운영진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친목질이 금지된 게시판들의 친목질을 막을 방도가 없는 것이다.

오르비의 부제는 '수험생 및 졸업생 커뮤니티'이다. 왜 오르비는 입시사이트이면서 저러한 부제를 달았을까를 고민해보면 답은 쉽게 나온다. 수험생 때는 알 수 없었던 것들을 졸업생들이 알려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런데, 친목질이 사라진다면 과연 졸업생들이 몇이나 남아 있을 것인가는 심히 의문스럽다. 졸업생들은 오르비에 '조언'만을 하려고 남아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런 재미도 없는 짓을 왜 해?.. 친목질도 하고, 사진관에 올라오는 글들도 보고, 댓글도 달면서 놀다가 조언이 필요한 사람에게 조언도 해 주는 것이 목적인 것이다. 그러한 사실을 모를 리가 없는 운영진임에도 계속 이러한 방식의 운영을 고수하는 것은 오르비의 '중요한 정체성' 하나를 스스로 거세하려고 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친목질' 그 자체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친목질'이 퍼져나가는 방식과 방향성이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그 방식과 방향성은 몇몇 유저들이 만든 것이 아니다. '친목하지 마세요'를 무작정 외치기 전에, 왜 이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조금의 고민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 견해를 던지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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