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랏멍뭉이 [503209] · MS 2014 · 쪽지

2021-01-06 17: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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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전과 후 서울대 합격 수기 7. 수능이 끝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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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편에서 답할 부분들은 사실 쪽지를 통해 이미 답을 했거나, 짬을 내어 답하려고 생각하고 있어 이번 수기가 사실상 마지막 편이 될 것 같습니다. 그 동안 길고 긴 수기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 노래를 들으며 읽으시는 걸 권장합니다. (밑의 글자 누르시면 바로 유튜브 링크 뜹니다)


[MV] 강태구 (Kang Taegu) - Flow / Official Music Video - YouTube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오르비를 접하고 제 수기를 읽고 수능을 공부했던 시기가 분명 큰 의미가 될 거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길고 긴 여러분의 인생에는 다른 중요한 일들이 많이 생길 것입니다. 연애나, 결혼, 취업 등등의 크고 작은 일들을 겪다 보면 지금의 경험은 여러분에게 희미한 일이 되겠지요. 지금은 살갗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지만, 시간은 많은 것을 무디게 한다는 걸 여러분이 살아온 경험을 통해서도 느낀 적 있으리라 믿습니다.


오르비는 제가 처음 활동했던 2014년이나, 7년이 지난 지금이나 비슷합니다. 비슷한 떡밥들이 돌고, 사람들은 서로 싸우고, 때로는 유용한 정보를 얻기도 하고,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나 존경스러운 사람들의 글을 읽게 되기도 하고요. 커뮤니티란 게 그렇겠지만, 특히 오르비의 경우는 더 일관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마 모든 게 숫자로 느껴질 수 밖에 없거나, 적어도 숫자를 갖다 붙이기 쉬운 대한민국 입시에서 비교를 피하는 일이 어려워서 그런 것 같습니다. 나의 성적이 구체적인 숫자로 보여지고, 전국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인지 쉽게 알 수 있는 입시판에서 결국 내가 쟤보다 얼마나 잘났지, 얼마나 부족하지 파악하는 것이 궁극의 목적이 되니까요.


하지만 여러분, 저는 적어도 여러분이 스스로를 위해서 숫자들을 활용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남보다 얼마나 위/아래에 있는지를 생각하기보단,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필요한 등급은 어떻게 되는지, 그것을 위해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하는지. 이런 것들은 굳이 '쟤보다'를 넣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물론 비교가 재밌다는 것을 압니다. 다만, 여러분이 오르비에서 얻어가는 가장 큰 삶의 방향이 '비교'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비교는 끝나지 않을테니까요. 모든 면에서 우위를 점하는 사람은 없으며, 만약 그런 사람이 존재한다고 해도 새로운 비교의 축은 우리가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생깁니다. 여러분이 지금 읽고 있는 수기를 쓰는 저도 서울대에 합격했지만, 여전히 '경제적 풍요'라는 축에서는 하위권입니다. '건강'이라는 축에서도 아마 그럴거고요. 그렇다면 저는 이 두 축에 대한 부분을 제 부족한 부분으로 삼고, 비교 안에서 움츠러들어야 하는 걸까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두 축에서 제가 더 높은 위치를 점한다고 해도 여전히 하위권인 또 다른 축이 생기거나, 이미 존재하지 않을까요? '오르비'는 수능이 끝나면 더 이상 접속하지 않을 커뮤니티가 될 지 모르겠으나, 비교하는 습관은 여러분의 인생에 질기게 따라붙을 것 같아 무섭습니다.


스스로를 위해주세요. 내가 만족하는 선을 알기 위해 스스로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지세요. 뮤지컬도 보러 가고, 없는 돈 모아서 엄청 비싼 음향기기도 한 번 사보고, 외국어 공부도 한 번 해보고.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 지 안다면, 그 축에서 내가 행복하기 위한 역치가 높은 곳에 있더라도 포기하지 마세요. 그건 비교를 위한 축이 아니라, 내가 행복하기 위한 기준이 되는거니까요. 


저는 여러분이 모든 면이 잘난 사람은 아니어도, 스스로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래서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마음 편하게 잠들었으면 좋겠고, 하루를 시작할 때 조금은 기대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오르비라는 플랫폼에서 만나 이야기하고 있지만, 저는 여러분의 모습이 제가 살며 만난 친구들, 과외했던 학생들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마음을 다시 그리며, 여러분에게도 결이 같은 마음을 보내고 싶습니다.





오늘의 수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저에게도 매우 의미있는 시간이었고, 가슴 따뜻해지는 댓글들, 응원의 말이 담긴 쪽지들 감사히 받았습니다. 

잘 간직하겠습니다. 모두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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