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황T(국어의기술) [27444] · MS 2003 (수정됨) · 쪽지

2020-10-23 19:07:33
조회수 10,498

19수능 31번이 문이과 유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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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지식 떡밥이 식었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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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학년도 수능 국어 31번 문항에 대해 국어문제가 아니라 물리문제였다고 비판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는 합니다. 만유인력 공식만으로 정답이 쉽게 보이니까요.



그런데 이런 논평은 시험장 밖에서나 가능합니다. 시험장에서 이 문제를 (지문을 무시한 채) 단순히 만유인력 공식에 관한 배경지식으로 풀 수험생은 없습니다. 지문과 <보기>를 읽기 전까지는, 내 배경지식이 시험지문과 정합적인지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중학교 과학을 공부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물리변화와 화학변화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을 겁니다. 이를 바꿔치기하는 문제가 아래와 같이 수능에 나온 적도 있고요.


③이누이트는 물의 화학적 변화를 난방에 이용하는 지혜를 지녔다. (X)

└이글루에서는 어떻게 난방을 할까? 이글루 안이 추울 때 이누이트는 바닥에 물을 뿌린다. 마당에 물을 뿌리면 시원해지는 것을 경험한 사람은 이에 대해 의문을 품을 것이다. 여름철 마당에 뿌린 물은 증발되면서 열을 흡수하기 때문에 시원해지는 것이지만, 이글루 바닥에 뿌린 물은 곧 얼면서 열을 방출하기 때문에 실내 온도가 올라간다. 물의 물리적 변화 과정에서는 열의 흡수와 방출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정도 배경지식으로 다음 ㄱ~ㄹ이 물리변화인지 화학변화인지 판단해봅시다.


ㄱ. 설탕이 물에 녹는 것

ㄴ. 이산화탄소가 물에 녹는 것

ㄷ. 진한 황산에 물을 섞어 묽은 황산으로 만드는 것

ㄹ. 소금이 물에 녹는 것


위 사례는 모의평가 지문에 나왔던 건데, 언뜻 모두 물리변화라고 답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지문에서는 각각 물리변화, 화학변화, 화학변화, 관점(정의)에 따라 물리변화 또는 화학변화라고 서술되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학생들 중 왜 이렇게 분류되는지 설명할 수 있을까요?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극소수이긴 할 겁니다. 절대다수의 학생들은 물리변화, 화학변화에 대한 상식 수준의 배경지식이 있더라도, 지문을 다 읽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선지만 봐도 자신이 갖고 있는 배경지식으로 답이 보였다는 논평은 수험적으로 고려할 가치가 없습니다. 문제를 틀려도 삶에 아무런 영향이 없는 사람들이 시험장 밖에서 편하게 떠드는 것에 불과합니다. 지문과 무관하게 자신의 배경지식 수준에 근거해서 정답을 골라도 되는지에 대한 정당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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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과정평가원 수능본부장은 2019학년도 수능 채점결과 발표 언론 브리핑에서 "31번에 대한 저희가 현재 분석 결과는 특별한 문·이과 유불리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발표했습니다. (평가원피셜이니, 뇌피셜에 근거한 논쟁은 이제 그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실제로 저희가 어떤 방식으로 분석을 했냐면, 국어의 45개 모든 문항에 대해서 이과 학생들의 정답률, 문항별. 문과 학생들의 문항별 정답률을 다 분석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잘 아시겠지만... 이것은 별로 공표된 적은 없지만 국어 문항의 경우, 국어 영역 문항의 경우 일반적으로 이과 학생들이 문과 학생보다 정답률이 높습니다.

그러면 높다면 그 차이가 존재할 것이고, 그 차이 범위보다 31번은 더 작다, 라고 해서 제가 ‘이 문항은 특별히 문·이과 유불리가 발생하지 않았다.’라고 말씀드린 겁니다.

다시 말씀드려서 문과·이과 차이는 존재합니다. 그렇지만 31번이 차지하는 그 비율이 다른 문항에 비해서 오히려 작거나 두드러지지 않았다, 라고 해석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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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지식도 층위를 나눠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글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어휘력



사례1. 기꺼워 = 역겨워?



선택지 ①이 적절한지 쉽게 판단이 되나요? 굉장히 쉬운 문제인데 의외로 많은 학생들이 틀렸습니다. 선택지의 ‘기꺼워하다’가 무슨 뜻인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어감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라도 판단하기 위해 "기꺼워, 기꺼워, 기꺼워" 발음을 하다 보니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띠꺼워’, '역겨워'였고, 그래서 부정적인 뜻이라고 생각한 학생들이 매우 많았습니다.


하지만 ‘기꺼워하다’는 기쁘게 여긴다는 뜻입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네 부탁인데 기꺼이(=기쁘게) 해줘야지!” 할 때의 ‘기꺼이’와 사촌관계에 있는 단어입니다. 어른들은 익숙하게 알고 있지만, 학생들은 놀랄 만큼 잘 모릅니다. 그래서 이 쉬운 문제를 틀렸습니다.




사례2. 정미소 = 사람 이름?



윗글은 염상섭이 쓴 소설 『삼대』의 중간 줄거리입니다. 조부(할아버지)가 아들 상훈을 건너뛰고 손자인 덕기에게 재산을 물려줬는데, 정미소를 두고 아들과 아버지가 다투는 내용이 전개됩니다. 딱히 어려운 부분이 없죠? 그런데 어떤 삼수생과 상담하다가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 학생은 ‘정미소’를 여자 이름으로 이해한 것입니다. 그래서 윗글을 읽으며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고 합니다.
   
“할아버지의 첩인 정미소가 얼마나 예뻤으면, 아들과 아버지가 서로 차지하려고 한 걸까? 어쨌든 소설은 아들, 아버지, 정미소 이 셋의 삼각관계가 중요할 테니 이를 중심으로 읽어나가자!“


(이게 왜 웃긴지 이해가 안 되는 학생이 없길 바랍니다...)




사례3. 금일=금요일?



금일은 금요일이 아닙니다. 금일은 오늘, 명일은 내일입니다. (보수적인 회사에 들어가면 보고서 쓸 때 금일, 명일 등을 곧잘 쓰게 될 겁니다.)





2) 이전 기출에서 설명된 적 있는 개념


연역, 귀납, 모순관계, 채권, 할인율, 환율, 반환청구권 등은 시험에 몇 차례 나왔기 때문에, 기출분석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배경지식화 되는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한슬리크'는 시험에 세 번이나 소개된 미학자입니다. 



이런 개념들은 배경지식으로 알아야 한다, 알 필요가 없다는 논쟁이 불필요합니다. 공부량이 쌓이다 보면 기억하고 싶지 않아도, 부수적으로 기억에 남는 것들이니까요.




3) 지문에서 설명해주는 개념


구태여 배경지식으로 알아 둘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사전에 어떤 경로로든 주워들은 적이 있다면 시험장에서 지문을 좀 더 편안하게 읽을 수 있겠죠. 



그래서 기출분석을 충분히 한 학생들에 한하여 시험에 출제됐거나, 출제될 만한 책을 독서하는 것도 추천합니다. 다음 링크는 제가 그런 책들을 쭉 모아둔 것입니다.


수능/PSAT/LEET 추천도서를 알려주세요 


단, 아직 기출분석이 덜 됐다거나 2등급 미만이라면 위의 책을 읽는 것보다 기출지문 하나 더 분석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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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능 대비로 알아두면 좋은 배경지식을

여기에 7개 정도 공개해뒀습니다.

오르비회원만 볼 수 있습니다.

rare-머리야 터져라! rare-하트라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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