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할 수 있어 [878199] · MS 2019 (수정됨) · 쪽지

2020-05-18 00:32:21
조회수 12,909

나 혼자 볼려고 쓰는 의대관련 수기

게시글 주소: https://io.orbi.kr/00030173028

안녕하세요? 제목에 있는말 와닿지않아요? ^^ 제가 수험생일때 어느책에서봤던 말인데 마음에 와닿아서 힘들때마다 되새기곤 했습니다. 제가 다음아이디를 바꾸는바람에 이카페도 자동적으로 탈퇴됬었는데요 후배여러분께이글을쓰기위해 다시 가입했습니다. 고3때 여기서 도움도 많이 받았구요 ^^말도많고 탈도많았고 좌절도 많았던 고3이었지만 제가 여러분들께 이런말드릴 자격이나 있는지 모르겠지만요 저를보면서 된다는 희망을 버리지마세요저도 이런 수기(?)를 써볼날이 오길 기대했었는데^^ 이야기가 좀 길어질꺼예요각오되신 분들만 읽으세요 ^^



-합격의 그날 목놓아 울어보리라! 제 소개를 간략히 하자면 노는걸 좋아하고 돌아다니기도 좋아하고 멋부리기도 좋아하는 저한테 공부는 정말 싫은 존재였습니다 모의고사가 400점 만점이었는데 저희 때는 수능이 어렵다보니 모의고사 또한 그에 맞게 어렵게 출제된 덕분에 점수를 잘 받기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저는 공부도 중학교 때 그나마 해놓은 것으로 220점에서 270점 정도가 나왔죠...


중간, 기말고사때는 어느정도 열심히 했으나 그렇게 잘 받은 점수도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고1, 고2가 지나가고 중요하다는 고3 직전의 겨울방학 때 적당히만 공부하고 흥청망청 놀면서 보내던 중 제 친구중 한명이 저를 붙잡고 말했어요.. 공부해야한다... 자기 주제에 저를 잡고 한참을 얘기했습니다. 짧은 글자안에 얼마나 많은 의미가 있는지... 마음속 한 구석에는 늘 공부해야 겠다라는 생각은 했으나 다른 학생처럼 생각만 하고 안했을뿐이죠.. 친구의 말에 정신이 바짝 들어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마음을 잡고 보기 공부할 양이 정말 많구나 라고 깨달았습니다. 공부하면 할수록 해야할 양은 많았고 일년만 더있었다면... 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남들이 놀때도 공부할 때도 방심했던 저였기에 일년동안 만큼은 남들이 놀고 쉴때도 공부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랬던 저에게는 방해요소가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짐작하시겠지만 바로 남!자!친!구! 정말 이 세상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했던 사람이었는데 그 사랑이 공부에 도움이 되지는 않더군요. 보고 싶고 연락하고도 싶고 걱정도 되고 싸우는것도 싫고... 사소한 거 하나에도 모든 것을 못해버리는 제 성격까지 더해져서 결국 엄청난 고심 끝에 그 사람에게 보지말자고 했습니다. 공부하는 것만큼 힘들었습니다.


다행이도 그사람은 제 생각과 사정을 존중해주었고 수능 후 다시 보자고 했습니다. 그렇게 이별아닌 이별을 하고 너무도 힘겨웠습니다. 그 사람 생각에 해도 점수가 오르지 않는 끝이 없는 공부... 결국 한달도 지나치 않아서 저는 지쳐만 갔고... 이제 3월도 지났습니다.. 정신을 바짝 차리보니 4월이 되었습니다. 7개월.. 나에게 주어진 시간. 죽이되든 밥이 되든 무조건 해보자라는 생각과 함께 맞았습니다. 담임샘은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 너가 목표했던 그 대학과 학과에 가려면 엄청난 기적이 일어나야 한다고 했으며 목표대학을 낮출 것을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말 다 듣고도 무조건 나는 성공한다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아침 6시30분! 기상시간, 학교 가는길에는 단어암기, 학교가서 아침자습시간에 또 단어외우고 영어듣기, 수업이 끝날 때 마다 쉬는 시간에는 수업내용을 그대로 복습했고 점심시간에는 수학문제를 풀었습니다. 야간 자율학습때는 평소 계획한 공부를 하였고, 집에서 씻고나자 마자 11시. 그때부터 1시간 30분 동안 수학문제를 풀고 잠깐 30분 동안 책과 신문을 읽었습니다. 그러면 1시 30분이 되었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평일에는 수학을 열심히 했고 주말에는 다른 과목을 평일보다 2~3배 공부했습니다.모의고사를 본 날은 오답노트를 만들었습니다. 여름 방학 전에는 무조건 개념을 잡아야 한다라는 생각으로 여름방학때는 개념을 정리했으며 2학기에는 시중에 있는 문제를 닥치는 대로 풀었습니다. 시간을 재면서 시간안에 푸는 연습을 했습니다. 모든 과목의 처음은 개념서와 교과서이기에 완벽히 이해될때까지 생각하고 생각하고 집착하며 다음을 넘어갔습니다. “왜 이렇게 되지?”라고 생각하면서 완벽히 이해한 후 문제를 풀었습니다. 수업시간에 잠이 올 때면 어떻게든 피하려고 피멍이 들 때까지 꼬집었고 바늘로 찌르기도 했습니다. 쉬는시간,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수다 떨고 싶어도 자리를 지켰습니다, 복습내용이 빨리 끝날 때는 다음 교과서 말고 책을 보려고 했습니다. 7개월 밖에 안 남았는데 무슨 책, 신문인가 할 수도 있는데 언어는 무조건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제도 찾고 구조화 하려고 했으며 신문 사설을 꾸준히 읽었습니다. 시를 공부할때는 이게 무엇을 말하는 시인지 생각을 한다음에 해설을 봤습니다.. 수학은 제 인생의 적이었는데 정말 싫어해서 점수도 잘 안나왔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죽을만큼 했습니다 수학역시 공식유도과정에 대해 철저히 이해하고 해설이 궁금해도 참으며 공부했습니다. 답지를 잘 안보다 보니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됬지만 짜증은 날지언정 포기란 없었습니다.


외국어는 문법, 단어, 듣기, 독해를?4박자 모두 맞추며 했고 단어는 보일 때 마다 모르는 단어를 다 적어서 무식하게 외웠습니다. 독해 할때는 그냥 답 맞추면 넘어가는게 아니라 한 문장, 한문장 전부해석했습니다. 탐구는 개념을 완전 다 외운다는 생각으로 했습니다. 공부하기 위해 체력도 받쳐줘야 했기에 잘 먹고 주말해는 운동도 했습니다. 이것들이 7개월간 제가 공부했던 기본 방향입니다. 쉬능시간에 저도 친구들과 놀고 매점도 가고 잠도 자고 주말에도 놀러다니고 싶었지만 그때마다 제 정신을 들게했던 생각이!!! 나는 남들이 공부하고 열심히 할 때 놀았으니까 그만큼 더 열심히 해야되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공부하다 여러분 눈물이 나왔으나 약해지지 않으려고 눈에 악을 쓰고 힘을 주며 책을 봤습니다. 그 남자친구가 너무 보고 싶고 그리워서 미친 듯이 울어버린적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제목처럼 계속 다짐했습니다! 합격의 그날... 목 놓아 울어보리라... 살면서 이렇게 독해본적은 처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 밖에.. 한국사회에서 정해지는 학벌의 위치.. 남들에게 무시받고 싫고 제가 하고 싶은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자 했습니다. 그러려면 그 분야에 대해 전문적으로 더 공부하고 그래야 기본을 대학에서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분야에서 가장 알아주는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수능을 만점가까이 받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제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내가 되고 싶었습니다. 결론은 공부였고 제가 할 수 있는 것도 공부뿐이었습니다. 그렇게 나와 싸우고, 울고, 참고 참으며 수능이 다가왔습니다.그날 시험장에서 수능을 치루고 나와서 친구들과 미친 듯이 놀았습니다, 그리고 집에가서 다잊고 잠들었습니다. 그렇게 편안할 수도 없었죠. 합격자 발표날.... 드디어 그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렇게 보고싶고 그리웠던 그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 사람은 농구를 했는데 얼마전 다쳐서 팔에 커다란 붕대를 감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잘 지냈냐며 팔이 다쳐서 안아줄 수 없어서 미안하며 웃었습니다. 아무 말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정말 목이 메인다는 순간이 이런 것이구나...합격자 발표를 보기위해 pc방으로 향했습니다. 제 수험번호를 치려는데 도저히 겁이나서 볼 수 없었습니다. 결국 저는 밖에 있고 그사람이 대신 봐주었습니다. 밖에서 추위도 잊은체 그저 기도하는 게 전부였습니다. 꼭!!! 제발 붙기를!!! 잠시 후 그 사람이 저를 불렀습니다. 혼자 생각했습니다.. 목소리가 왜이러지 혹시 떨어진거 아니냐 그런 생각으로 뒤를 돌아보니 그는 웃고 있었습니다..붙었어!!...................................이 순간 저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머릿속에 하얀 도화지가 펼쳐져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길가에 서서 그를 붙잡고 몇시간을 엉엉 울었습니다... 7개월 넘게 담아두던 그리움과 서러움 그리고 기쁨이 한꺼번에 터져나왔습니다...


제 기적적인 의대 합격 소식은 온 학교로 퍼졌고 선생님과 애들 모두 그렇게 놀던 주목받지 못했던 애가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냐고 놀라운 표정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부러움이 섞인 시선.. 제가 원하는 표정들이었습니다!



그 사람도 제가 다닐 서울대 의대 그처의 대학팀으로 가게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너무도 행복합니다. 지금 이렇게 행복해지려고 7개월이 힘들었나봅니다ㅠㅠ 세상을 오래사신 분들에게는 그게 힘들었냐고??더 힘든일도 많을거다... 라고 하실 것입니다.저도 동의합니다. 앞으로 세상을 살다보면 더 힘든일도 많을 것이지만 7개월 동안 저는 많은 걸 배웠습니다. 제 자신을 이겨내는 법,?참아내는 법, 나에대한 믿음까지... 지금은 힘들고 항상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지라도 후배분들! 지금은 다가 아닙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것입니다. 할수있다라는 믿음으로 한걸음 한걸음씩 걸어가신다면 어느새 종착지에 도착해있는 소름끼치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학기초에 선생님께서 기적이 일어나야 된다고 하셨는데 진짜 기적이 일어났군요... 여러분도 기적을 만드시기 바라며 파이팅!!!!!



이상으로 서울대 의대 합격수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 이건 좀 오래된 수기


안녕하세요 이번에 합격수기게시판에 이렇게 제 모자란 수기를 올리게된 butterfly입니다.

지금 수능이 대략 7개월 반정도 남았죠? 이미 너무 늦었다 생각하고 포기하려 하시는분들이 많이 보이는데(특히 고3분들중에 벌써부터 재수생각하시는 분들도 보이는데 개인적으로 참 안타깝습니다)

저는 삼수시절 울산대 의대를 합격하기까지 사실상 8개월 남은 시점부터 공부를 시각하긴 했으나 하루 채 3시간도 안한날이 태반이었고

수능이 기껏 170일남짓 남았을때부터 정말 어떤 계기가있어서 죽을각오로 '제대로'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고작해야 수능하나 잘 본것 가지고 거창하게 수기까지쓰는게 좀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벌써부터 포기하시려는 분들을 보고 안타까워서 제 모자란 수기가 조금이나마 힘든 수험생활에 위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써봅니다...





---------------------------------------------------------

 

현역355->재수233->삼수111



재수

재수이야기는 되도록 간략하게 하도록 하겠다.

 

터무니없이 낮은성적으로 혹시나하는 희망을가지고 넣어봤던 지방 국립대를 떨어지고

당시 우리학교에불던 재수열풍에 휩싸여 나는 대책없이 재수를 결심하게되었다.

 

1월부터 같이 재수하는 친구들 네명과 독서실을 끊어 다니기 시작했다.

술은 주말에 딱 하루만 마시기

낮9시에와서 밤12시에 가기

피씨방가지않기

처음엔 모두들 규칙을 칼같이 지키며 서울대뚫을 기세로 열심히 하루하루를 불태웠지만

한달이 지나니 다들 풀어져서 피방가서 카오스하고 스타하고... 그야말로 막장이었다

이대론 도저히 안되겠다싶어 3월부턴 노량진의 재수종합반을 등록했다

3월의 재종반은 분위기부터가 달랐다. 딴짓한번하면 수능점수라도 떨어질세라 정말 피땀흘려가며 공부하는애들

그리고 정말 필사의 각오로 공부에 매진하던 삼수생 형을 보면서 나도 엄청난 자극을받아 수업시간 풀집중, 자습시간 풀집중상태로

정말 살면서 가장 열심히 공부에 몰두할수 있었다.

 

여기서 이 삼수생 형에대한 이야기를 잠시 하겠다.(앞으로 편의상 김형이라 부르겠다.)


김형은 내 수험생활전반에있어 정말 많은 정신적 버팀목이자 동료가 되어준 분으로서


충북대 1학년을 마치고 과감히 자퇴해서 다시 수능에 도전하고있었다


검도 4단에 복싱 등등 운동을 오래해서그런지 체력이 남달랐고 집중력도 엄청났다.


김형의 멘탈관리능력은 정말 엄청났다.

모의고사 성적이 어떻게 나와도, 성적이 한동안 슬럼프에 빠져도

늘 물흐르듯 흘려보내고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김형을보며 정말 많이 배우고 닮으려 노력한것이

내가 뒤늦게나마 수험생활에서 성공을 거둘수있었던 원동력이되었다.




어쨌든 재수시기의 3, 4월은 내 수리 외국어의 기본실력을 가장 밀도있게 쌓고 배양해나갔던시기였다

그렇게 6월 평가원모의를 봤고 2/2/2 이라는성적을 받았다(상단 1번째 성적표, 윗부분이 찢어져서 날짜가 안나왔다).
 
남들에 비추어볼때 그렇게 높은성적은 아니었지만 나는 정말 뛸듯이 기뻤다.

그동안의 인고가 이렇게 보상을 받는구나 하는생각에 눈물이 다 나올것같았다

이때부터 내 재수의 가장 큰 실패요인인 자만심이 서서히 자리잡기시작했다.

학원수업을 더 들을필요가없다는 판단에(정말 미친 자만심이었다. 지금생각하면 정말로 후회막심하다.)

7월에 결국 독학하겠다고 학원을 나와 동네 독서실을다니며 공부하던 재수팸에 다시 합류하게되었다


언수는 기출 풀이+분석, 외국어는 부족한 문법과 구문보충후 기출, 탐구는 인강들으며 개념복습


이런식으로 하루하루 세운 계획을 나름대로 잘 이행해나갔다


처음 한달간은 학원에있을때보다 무려 두배가 넘는 공부량을 소화해냈다


그러나 8월 중순부터 서서히 슬럼프가 오면서 '어차피 한번오른 성적은 쉽게 안떨어지겠지', '지금까진 성적 금방금방올렸으니까 앞으로도 그럴수있어'


이렇게 말도안되는 자만심섞인 자기합리화를 하기 시작했고 재수팸과같이 피씨방다니며 하루종일 카오스에 찌들어살았다


하루 공부시간이 3시간도 채 안되는날들이 많아졌고 여덟시에 칼같이 기상하며 지키던 규칙도 무뎌져 기상시간이 점점 늦어져 끝내는 10시에기상하는
습관이배었다



9월 평가원... 6월보다 다소 상승된 난이도에 시험보는내내 멘탈붕괴.. 등급이 6월보다 떨어졌다. 당연한 결과였다 집에와서 가채점을하는내내 자괴감이들었다

내가 이러려고 재수했나...


언어 3등급 수리 3등급 외국어 2등급 탐구 1/2/1

9월부터 다시 멘탈을 붙잡고 공부시작했다 평가원 모의 다다음날부터 수능 직전날까지 하루도 쉬지않고 5개년 기출분석하고 틀린이유 찾아서 제대로 머릿속에 박힐때까지 반복..또반복

10월부터는 계속 시간재고 모의푸는 연습만


대망의 수능날


내 재수생활을 돌아볼때 돌아온 결과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다

언어 2등급 수리 2점차로 3등급 외국어 3등급 탐구영역 죄다 2등급

그날의 참담한심정은 차마 말로 다 할수가 없다 실어증걸린놈처럼 말한마디없이 하루종일 방안에서 밥도 제대로 안먹고 잠만잤다.

원서질을 하긴 해야했다 그냥 적당한대학교가서 적당히 다니다가 졸업해서 적당한회사 취직이나 하자.. 그게 내 그릇이다

이런생각으로 가나다군 통틀어서 x대 전자과 한곳에만 원서를 넣었고 거의 막차타고 붙었다

이렇게 내 재수생활은 막을 내렸다


---------------------------------------------------------------------------


삼수


오티..엠티.. 대학생활은 너무 즐거웠다.

이대학에 재수해서온건 나밖에 없을거야.. 하고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많더라

한학번 위 동갑내기들도 선배라고 위세같은거 전혀안부리고 말트고 친구처럼 대해줬다

3월 중순. 매일 술마시고 놀러다니고 아무의미없이 살다가 문득 깨달은바가있어 나는 반수를 결심한다


3월 모의고사를 언수외만 뽑아서 풀어봤다.


언어3/가형2/외국어3
 
처참했다 이 성적을 보고 잠시 반수할마음이 싹 사라졌다.


어쨋든 반수를 시작한다고 하긴 했는데. 아무래도 대학생활과 겹치다보니까 하루중에 수능공부를 할수있는 시간이 별로 없었고 그마저도 들쭉날쭉했다

고작해야 하루 2시간 3시간정도 수학의정석 깔짝거리는 정도였다. 이게 수능볼생각이 있는건지 그냥 도피심리인건지 목표의식조차 흐릿해졌다


그러던 어느날 정말 오랜만에 김형한테 연락이온다(재수부분 참조) 사실 수능끝나고도 연락이 몇번 오긴 왔으나 내가 낯부끄러워 연락을 받지 않았다.

김형은 연세대 공대에 합격해서 다니고있었다.

잘 지내냐고 학과공부는 할만하냐고 묻더라

나는 그냥 지금 반수를 하고있는데. 참 뜻대로 안되는것같아서 씁쓸하다는식으로 얘기를 꺼냈다

그날 고깃집에서 김형과 두시간남짓 나눈 대화는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계기가 되었고 아직도 내 머릿속에 그 한마디 한마디가 또렷이 박혀있다.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한마디

"J야, 우리가 뭔가를 하고자 할때 대부분은 그 출발단계에서 무너지고 계속 비슷한 자리만 맴돌게 되는데. 이건 그동안 몇십년을 쌓아온 행동패턴을 깨 부수고 새로운 패턴을 만드는것이 너무나 힘겹고 어려운 싸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싸움에서 한번 지게되면. 이렇게 져버리는것이 차라리 편한길이라는 진실이 무의식중에 박혀버리기때문에 이 싸움을 시작한 그 순간부터는 단 한치도 물러서면 안된다. 마음을 먹은 그 순간부터 당장 실행에 옮기고 아주 작은 빈틈이라도 절대로 허용해서는 안된다. 원칙을 정해놓고 정말 칼같이 지켜라. 이게 그런데 말처럼 쉽지 않다. 이건 수능공부보다도 더 어려운거야"



김형과의 만남 후 나는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게된다. 휴학이 아닌 자퇴다. 이렇게 배수진을쳐놓고 공부하지않으면 돌아갈곳이있다는 보험때문에 나태해질까봐 나는 과감히 자퇴를 선택한다.


그때가 아마 5월 17일정도였으니 수능이 고작해야 170일남짓 남았을 무렵이었다.



기숙학원을 가고 싶었지만 부모님께 손벌리기가 너무 송구스러웠다. 집안 형편도 좋지 않았다

할수없이 나는 또다시 독학재수를 선택하고 동네 독서실을 등록해서 다니기 시작한다(보통 독서실은 9시에 오픈하는데 이곳은 8시30분에 오픈)



나에게 남은시간은 고작해야 170일남짓. 이번에 실패하느니 차라리 죽는게 나았다. 정말 죽을각오로 공부하지않으면 안되었다.

수능을 망치고 또다시 죽기보다 괴로운 상태에 던져질 바에야 차라리 남은기간을 죽을각오로 공부하자.

'하루중에 얼만큼의시간동안 공부를 한다' 가 아니라 '공부하는시간을 제하면 얼마가 빈다'로 하루 생활의 인식자체를 바꿔버렸다

숨쉬고 밥먹듯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공부를 하고, 공부를 하지 않는 시간이 오히려 부자연스럽고 어색할정도로 그렇게 공부를 했다.

처음 3주간 이런 생활에 적응하면서 정말 죽도록 힘들었고 뛰쳐나가고싶다는 충동이 든적도 많았다. 그럴때마다 김형의 말을 노트에 적고 계속 되새겨가면서 나는 단 한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우리가 뭔가를 하고자 할때 대부분은 그 출발단계에서 무너지고 계속 비슷한 자리만 맴돌게 되는데. 이건 그동안 몇십년을 쌓아온 행동패턴을 깨 부수고 새로운 패턴을 만드는것이 너무나 힘겹고 어려운 싸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싸움에서 한번 지게되면. 이렇게 져버리는것이 차라리 편한길이라는 진실이 무의식중에 박혀버리기때문에 이 싸움을 시작한 그 순간부터는 단 한치도 물러서면 안된다. 마음을 먹은 그 순간부터 당장 실행에 옮기고 아주 작은 빈틈이라도 절대로 허용해서는 안된다. 원칙을 정해놓고 정말 칼같이 지켜라. 이게 그런데 말처럼 쉽지 않다. 이건 수능공부보다도 더 어려운거야'



6:00~6:30 기상 및 아침운동

6:30~7:00 아침식사하면서 영단어 외우기

7:00~8:20 어제 푼 수리 틀린문제 다시 풀고 개념간단복습

8:30~1:40 독서실

2:00 집와서 씻고취침

(점심은 간단한 스낵으로 5분안에 해결, 저녁은 밥을 시켜먹었다)

단 일주일중 일요일 하루만큼은 자정에 자서 9시에 기상했다. 이렇게 하지 않고서는 하루 4시간취침을 170일간 버텨나갈 재간이 없었다.




3주가 채 되기 전에 기본정석을 처음부터 끝까지 연습문제 포함 한바퀴 돌렸다. (지금생각하면 물론 도움은 됐지만 꽤 헛짓이었던게. 이미 개념이 있는 상태에서는 이렇게 '개념서를 돌린다'라는 식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푸는것보다는 개념간의 연계성, 유기성을 중심으로 좀 통합적으로 비중을 따져가며 공부를 했어야했다)

어휘끝은 거의 20일만에 끝낸것같다, 사실 영어는 단어를 정말 무식하게 많이 외우고 EBS연계교재, 기출 풀고나서 빈칸연습만 죽어라고 했다(문법은 재수때 베이스를 확고히 해놔서 따로 할게 없었음)

언어는 매일  전 개년 6월, 9월, 수능 제본해놓은거 아침에1회, 저녁먹고1회씩 풀고(시간줄이는 연습 한답시고 10분 적게재고 풀었다.)

채점하고 틀린거 분석하고 지문 독해를 어떻게하면 단시간안에 정확하게 할지를 연구하고



과탐은 사설인강 들었음. 사실 과탐은 혼자하면 오개념이 생기기가 쉬워서 인강을 듣는게 낫다. 과탐 인강 들을땐 천천히 긴기간을 듣지말고 짧은기간동안 스퍼트내서 확 끝내버리고 계속 복습해주는게 진짜 효과만점임.



몇주정도 17시간넘게 공부하고본 6월모의고사..  


고작 몇주긴 하지만 사실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생각하고 나름 엄청 기대하고봤었는데

언어 2 수리 3 외국어 2 물1 2 화1 2 생2 3


기대했던것만큼 실망도컷다. 하지만 고작 몇주를 밀도있게 공부했다는 이유로 이것보다 높은 등급을 바라는건 도둑놈심보였다

해설강의 듣고 틀린문제, 맞은문제중 애매한문제 전부 다시 다 풀고 그부분 개념정리 새로했다


그리고 바로 다다음날부터 나는 언제 모의고사를 봤냐는듯 다시 평소 공부페이스로 돌아왔다(이게 매우 중요하다. 모의고사 보고 성적에 연연해하지않고 자기 페이스 유지하는거)


언어는 계속 평가원, 수능 기출 하루 2회씩 풀고 철저하게 분석했고(이 철저하게 분석하는게 시간을 상당히 많이 잡아먹는다)

자주 실수하는 고전시가파트를 확실히 잡으려고 M사의 모선생님 인강과 시중 자습서하나를 병행해 풀었고

수리는 7월 중순까지 계속 정석으로 개념보고 시중에나온 얇은문제집하나씩 사서 풀었다

기출은 자이스토리대신 전 개년 6,  9, 수능 파일을 구해서 제본한다음 회당 90분씩 재고 풀었다

이렇게 시간을 10분 깎아재고 푸는것이 시험장에서 실수줄이고 시간낭비 덜하게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됐다

외국어는 이때까지도 계속 무식하게 단어외우고 빈칸훈련하고 실전모의고사풀고




8월쯤 되자 체력이 너무 떨어지는걸 느껴서 기상시간을 한시간 늦추고 취침시간을 30분 앞당겼다.

그래도 하루 순공부시간이 15시간 밑으로 떨어지는날은 거의 없었다

신기한건 처음 이런 생활 패턴을 만들고 지키던 몇주간은 정말 힘들고 죽을것같았는데

일단 이런 패턴에 발을 들여놓고 몇바퀴를 도니까 이걸 유지하는건 정말 생각보다 쉬웠다

하지만 처음 이런 생활 패턴을 만들때 하루라도 깨지않고 정해진생활을 유지하는건 정말 죽도록 힘들다




9월모의고사


언어를 풀때 예전엔 상당부분을 감에 의존했었는데 이번엔 뭔가가 달랐다

평가원에서 요구하는 사고, 흐름을따라가니 답이 딱 놓여있었고 확실히 단기간이지만 실력이 올랐다는게 느껴졌다

신기했다

가형도 3에서 2등급 최상위정도로 엄청난 진전이 있었다(경험해본분들은 알겠지만 공부시간이 15시간이 넘어가면 확실히 뇌가 그 시험에 최적화가 된다고해야되나? 그런게 있다)

그리고 평가원에선 한번도 받아본적없던 외국어 1등급.

과탐도 기대 이상으로 나와줬다.


언어1 가형2 외국어1 물1 1 화1 2 생2 2







9월 모의고사 끝나고 이틀을 쉬었다. 재충전이 필요한 타이밍이었고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다시 시작.

수능이 임박해오니까 정말 뇌세포 하나하나까지도 긴장이 되고 공부효율도 1.5배 늘어나고 긴장감도 유지되면서 잠도 없어지고..

그날부터 수능까지의 공부량이 정말이지 내 재수와 삼수 5월~8월 합친 공부량보다 훨씬 많았다


수학에 관해 한마디 하자면 나는 이이후로 정말 개념을 확실히 알고, 문제를 만났을때 그걸 자유자재로 사용하기위한 연습을 했는데

문제를 풀면서도 답을 맞추는것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문제를 보고, 풀이의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테크닉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그 과정을 연구하고 여러가지 풀이과정을 떠올리는 방법을 훈련했다
(이게 결정적으로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

그리고 파이널모의고사 어지간한건 정말 도움 많이된다 꼭풀자.



수능 당일

집에서 좀 먼 학교에 배정됐다

어쨌든 7시 반에 도착해서 자리 앉아서 걸상 책상 체크하고 머릿속으로 주문을걸면서 시간을 때웠다

언어 무난했다. 사실 46번 한문제에서 살짝 헷갈린것 말고는 전혀 막힘없이 풀었고 다 풀고나니 15분남음.

수리가형. 매일 풀던 모의고사보다 시간이 한참 더걸렸다. 기분이 이상했다. 푸는내내 멘탈잡고 간신히 풀었다. 시간맞춰서 겨우 다풀었다.


수리풀고 완전히 멘붕. 도시락먹는내내 사차함수문제 혹시나 계산실수한건 아닐까하고 머릿속으로 계산해보면서 먹음. 다행히 맞은것같았다

외국어는 정말 풀면서 만점이구나 느꼈고 실제로 만점. 중학교때 본 내신시험부터 사설 교육청 평가원 수능 통틀어서 내인생 최초의 외국어 만점이었다

탐구는 공부하기도 재밌게 공부했었고 정말 여러번 반복했던 과목이라 자신감있게 풀었음

화1에서 삐끗한것 빼면 무난하게 풀었다

시험장에서 나오면서 기분이 참 복잡미묘하더라  다른과목은 다 엄청나게 잘본거같은데 수리가 계속 찝찝했다

채점해보니까 96점. 객관식 21번 한문제틀림 (나중에 알고보니 가형 만점자가 35명밖에없다더라)

채점하고나서 그냥 바로 뻗어 잤다.


가군 울의 나군 설의(붙을생각 안하고씀) 다군 보험으로 아주의씀 ㅋㅋㅋ

결국 보시다시피 울산대의대 최종합격했다.



이당시엔 너무 한꺼번에 많은 감정이 머리로 막 몰려들어와서 그런가 오히려 아무런 감정이 없어진것같은 그런 미묘한 상태에 놓였었다

170일. 수능을 준비하기엔 너무나 늦은 시간인줄로만 알았고 그때문에 나는 정말 죽을각오로 공부했다

170일동안 이룬 예상외의 쾌거로 깨닫게된점 하나는

긴 시간동안 조금씩 공부하는것보다 짧은시간동안 정말 남들보다 훨씬 밀도높게 공부하는것이 수능에있어선 더 유리하다는것이다

수능은 지식보단 일종의 테크닉을 요하는 시험이므로 김연아같은 운동선수들처럼 깨어있는 시간 내내 온몸의 감각을 수능에 최적화 시켜야 한다(유지하지않으면 감각이 점차 떨어짐. 꾸준함이 정말 중요하다)




물론 이 글은 대부분의 의지박약 수험생들에겐 그저 달콤한 희망고문에 불과한 글이 되겠지만
한명, 단 한명이라도 이글을 읽고나서 낡은 패턴을 부수고 새로운 패턴을 만들려는 시도를 한다면, 그리고 마침내 성공한다면 이 글이 전혀 무의미한 쓰레기는 아닐것이라 생각하며 글을 마칩니다.


---------------------------------------------------------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말하는대로 · 828434 · 20/05/18 02:29 · MS 2018

    너무너무 잘 봤어요ㅠㅠ 제발 이 글 지우지말아주세요 진짜 힘들때마다 보고 기받아가고 싶어요. 전 지금 하고있는 일이 있어서 당장 수험생활을 시작하진 못하지만 늦어도 2년 안에는 준비하려고 해요. 그때 많은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좋은 글 시간 내 써주셔서 감사해요. 두고두고 보고싶네요.

  • 꽉채워살 · 965963 · 20/05/23 01:30 · MS 2020

    좋은 글 감사합니다.

  • ㅋ쿠크리뽕 · 967807 · 20/05/26 15:53 · MS 2020

    독재생인 저에게 이런 글 감사합니다.
    지칠 때마다 보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 샤대가즈아!! · 907182 · 20/06/15 20:50 · MS 2019

    진짜 감사합니다. 환경탓하며 독재학원갈려 했는데 반성하게 됐어요 삭제하지 말아주세요ㅜ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