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표현을 하는데 쓰는 도구이다
게시글 주소: https://io.orbi.kr/00026802553
오늘은 '언어'와 '도구'에 대해서 각각 좀 이야길 나눠보겠습니다.
제가 수능 국어를 좀 공부하다보니 '언어'를 보면 '한국어'가 가장 먼저 떠오르고, '도구'를 보면 석기시대 사람들이 만들어 쓰던 돌도끼 같은게 상상됩니다. 대체 이 두가지가 서로 무슨 연관성이 있길레 이 둘을 같이 다루는지 상상이 안될껍니다.
먼저 좀 직관적인 '도구'에 대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도구를 사용합니다. 자르기 위해서 가위나 칼을 쓰고, 컴퓨터를 조작하기 위해 키보드를 사용하며, 문제를 풀기 위해 샤프를 씁니다.
그런데 도구는 앞서 예시로 든 유형의 것 말고도 무형으로도 존재합니다. 수학에서는 도구를 '함수'라고 표현하죠. 예컨데 수학에서 '어떤 함수의 미분계수를 쉽게 구하기 위해 쓰는 도구'를 '도함수'라고 명명해두었습니다. 도함수라는 간편한 도구가 있기에 우리는 일일이 계산하지 않고도 좀 쉽게 미분계수를 알아낼 수 있죠.
(우리가 '툴'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보통 다 도구입니다. 뭘 하기 위해서 쓰이는 물건들을 지칭하는데 특히 컴퓨터나 수학에서는 무형의 툴을 정말 많이 다룹니다)
도구를 사용하는 데에는 특별한 고민이 필요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도구를 적당히 다룰 정도의 손재주나 사고력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죠. 미분계수를 구하고 싶으면 도함수에 숫자를 집어넣고 계산해보면 됩니다.
우리가 가위의 세세한 작동 원리를 알거나 만드는 과정을 몰라도, 충분히 손가락 집어넣고 힘을 주면 쉽게 자를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편하게 자주 사용하고 있죠. 도구를 고안하는 것이랑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서로 다른 종류의 지식입니다.
이제 도구에 대한 이야기가 끝났으니 언어 이야기로 넘어가겠습니다.
저는 글이나 말을 표현하는데 쓰는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유용한 도구를 통해서 우리의 생각과 상상을 쉽게 표현하고 남들에게 전달할 수 있죠. 만약 우리에게 가위가 없었다면 물건을 자르는 일이 힘들었을듯이, 우리가 한국어라는 언어를 익히지 않았다면 읽고 써서 남들과 의사소통 하는 것에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것입니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표현하는 도구를 잘 다룬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남들보다 더 빠르고 쉽게 받아들이거나 표현할 수 있죠. 저는 오랜 시간 글이라는 도구를 다루어왔고, 그 덕에 평균적인 수준보다는 좀 더 잘 다루는거 같습니다.
'언어'를 '표현하거나 받아들이는데 사용하는 도구'라는 관점에서 보면 세상의 다양한 것을 언어로써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글 뿐만 아니라 그림으로도 남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림도 언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위 그림은 누구나 쉽게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언어이죠.
http://www.asiatoday.co.kr/view.php?key=20180821010010487 )
컴퓨터 언어(혹은 프로그래밍 언어)는 컴퓨터 세상에서 인간과 컴퓨터가 서로 의사소통 하기 위해 만들어둔 언어입니다. 이 언어를 입력해서 컴퓨터나 다른 프로그래머한테 보여주면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죠. 컴퓨터 공부 1도 안해본 저자는 그 도구를 배워본 적이 없기에 이해 못합니다.
수학도 언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문제의 풀이과정을 쭉 적어놓은 것을 보면 우리가 그걸 보고 문제푼 사람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죠. 한국어는 하나도 안적혀있지만.
그런데 우리더러 수학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하라고 하면 좀 힘들 껍니다. 뭐라고 써야하지? y=sinx 정도를 쓰면 아름답다고 느낄까? 참 애매해지죠. 그런데 한국어로 아름다움을 묘사하라고 하면 갖은 예시와 비유를 들어 설명이 어느정도 가능할 것입니다.
반대로 한국어'만' 사용해서 어떤 수학문제를 풀라고 하면 가능하긴 하겠는데 좀 많이 짜증나고 쓸데없이 길어지겠죠. 수학이나 컴퓨터 언어는 좀 객관적이고 수치적인 것들을 효율적으로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진 언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와 다르게 직관적이거나 감정적인 것들도 쉽게 표현이 가능한 한국어는 수학언어만큼 엄밀하게 수치를 설명하기에는 좀 힘듭니다.
제가 왜 오늘 이런 언어와 도구 이야기를 하느냐면 수능 국어에서는 이 두가지를 정말 많이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어떤 문제를 풀때 그에 효율적인 해법을 사용하면서, 그 해법을 '도구'라고 명확하게 인지해야합니다. 예컨데 닭잡는 칼 소잡는 칼에 관한 속담이 있죠. 닭잡는 칼은 닭은 잡는데 최적화된 도구이고 소잡는 칼은 소에 더 맞춰진 칼입니다.
(칼이라는 도구에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으며, 각자 종류에 따라 최적의 목적에 맞는 경우가 다 다릅니다. 과도로 스테이크 썰려고 하면 결국에는 자르긴 하겠지만 정말 짜증나겠죠
https://m.cafe.daum.net/outdoorchef/IFbW/13?q=D_23ESpBVz-JU0& )
그런데 소잡는 칼로 닭을 잡으려고 한다면 잡기야 잡을 수는 있겠지만 좀 비효율적이겠죠. 도구는 각자의 목적에 정확히 알맞는 것으로 사용해야 실수나 실패를 최대한 줄일 수 있습니다.
결국 이를 위해서는 우리는 좀 더 명료하고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표현하고 인지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내가 '어떤 목적'을 위해, 그에 맞는 '어떤 도구'를 사용했다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하죠.
너 왜 과일을 그 칼로 잘랐니? 이게 과도랑 비슷하고 과일 크기랑 맞아서 가장 좋다고 생각해서요. 라고 말하면 아주 논리적이고 정확한 설명이 됩니다. 한편으로는 또 당연한 이야기죠.
정확하게 목적을 인지하고 그에 맞는 도구를 골라 해결하는 것이 가장 빠르면서 시간도 적게 걸리는 정답입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중간고사만 잘 봤으면 벡터해석 빼고 다 A+이었을 듯...
-
공통 -7 언매 -7 86점
-
하
-
경제 지식 질문 1
• 채권을 산다는 것은 돈을 빌려주는 것, 채권을 파는 것은 빌려준 돈을 받는 것...
-
ㄱㄴ?
-
n제 0
n제는 보통 기출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다 풀고 나서 푸나요? 아직 22,30번같은...
-
미적 계산실수 3개하고 탐구는 그냥 나락간ㅋㅋ
-
작수도 4여서 수학 열심히 했는데 등급이 똑같아요ㅠㅠ 공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
ㅇㅇ?? 1,2컷 각각 알랴주실분
-
낙지에 왜 수능 예상 점수랑 6평 환산점수가 달라요? 4
표점때문에 그런건가용
-
고트들 밖에 없는 거지.... 수능 시발 4개월 만에 어떻게든 실력 올려서 저런...
-
탐구 현역 4,9 -> 6모 2,1(만점) 성적 인증 3
지과 리버스 백분위 ㅋㅋ 현역 수시 최저러였고 대학교 1년 다니다가 반수, 국어는 이제 시작함
-
대충 돌려보니까 12
냥대스나권~중대중간과 맞네
-
자랑 하나만 5
뭐 자랑 맨날 해서 하나만이 아니긴 한데 문과애들도 혀 내두르고 철회하는 악명높은...
-
그냥 공부열심히하자
-
ㅇㅂㄱ 3
-
점점 풀어져간다 스스로한테 망가질 시간을 성적 나올때까지 주려 했는데 역시 인간은...
-
서울소재 외고 나오고 영어 1등급을 고1~재수까지 단 한번도 놓쳐보지않은 외국물먹은...
-
생명 가채점 47이였고 심지어 유전 1개 찍어서 시간남아서 마킹제대로 했는지 검토도...
-
하…………..화나네 저처럼 너무 안온다싶음 전화해보세요
-
신분증 잃어버림 패스되냐
-
올해는 좀 가자
-
6모 설대식 0
421 설수 설약 ㄱㄴ??
-
철학 법학 뭐 이렇게 돼있는데 순서대로 듣는 걸로 이해하고 철학 다 들었거든요....
-
칸타타 미쳤네 6
매년 히카 퀄 좋게 뽑아내시는대 양도 개많음… 피뎁 쓰지말고 이런건 좀...
-
노선 그대로+배차간격 늘어나는데 요금 최대 700원 인상 0
김포 -> 인천 변경인데요. 김포(경기도) 직행좌석은 기본요금 2800원에...
-
.
-
하겠냐
-
(사진1) 고2 6모 러셀 수능 응시: 국어 50점대 수학 77점 영어X 탐구...
-
옯서운사실) 1
절반지남
-
수학빼곤 알고있었는데 저렇게 딱 보니까 더 슬프네
-
몇 번이나 더 보내야 하는거니???
-
97 97 3 91 96 연고 문과 되나요ㅠㅠ
-
모종의 사유로 자퇴하고 재입학해서 인생 두번째 고1으로 살고 있습니다. 다만...
-
이제 점심먹고 운동 가야지
-
오늘 수학만 달려도 될까요
-
확통특) 8
기하가 그냥 상위호환임 개념량 비슷함 기출량 기하가적음 풀이시간 비슷함 난이도...
-
오늘 10시쯤에 보냈는데 아직도 못받음..;
-
자율신경은 운동 뉴런으로 구성된 신경이고 운동 신경은 골격근에 연결된 체성신경만을...
-
선택과목 표점 2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요 언매에서 같은 점수일 때 선택많이 틀리는 게 유리한가요?
-
댓글로 답이 아니라 영단어를 알려주던 효랑T가 그립군아… 매일매일 숙어와 영단어를...
-
어지럽다 진심 1
차라리 향수를 뿌리라
-
국어 60/24 2
결국 백분위 95였음....살자마렵다
-
말 그래도 저격했습니다ㅋㅎㅋㅎㅋㅎ 그리고 문제 자체는 쉽지만 표현이 조금 재미지다는...
-
정말 쉽습니다.... 전 20번 정도로 책정 중이거든요..... 혹시 짧다라는...
-
경험담임 ㅇㅇ 진짜 ㅈ도 관련 없음
-
화작의 정상화
이분 글 읽으면 읽을수록 정말 똑똑하신 분인게 느껴짐..잘읽었읍니다 리스펙 bb
![](https://s3.orbi.kr/data/emoticons/oribi_animated/012.gif)
책은 언제 나올까요나오길 간절히 바랍니다
별 의미 없지만 제목을 한 번더 압축해봤씁니다
‘언어, 표현의 도구’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