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를 이해하자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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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까지 단어와 문장의 이해에 대해서 다루었다. 다음 차례는 문단 또는 글 수준에서 이해에 대한 것이다.
글을 읽으면 머리에 어떤 표상, 다시 말해 어떤 이미지가 들어올 것이다.
분명하고 선명하지는 않더라도 어떤 내용의 흐름이 그려질 것이다.
이것을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글의 내용 그대로를 반영하는 수준이고
다른 하나는 글의 내용에 나의 지식이 반영되어 재구성된 수준이다.
다음 짧은 글을 읽어보자.
필드 플레이어는 4-3-3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한다. 포백은 박주호(울산), 오스마르(서울), 불투이스(울산), 이용(전북)으로 구성되었다. 중원은 세징야(대구), 김보경(울산), 믹스(울산)으로 구성되었다. 최전방은 박주영(서울), 이동국(전북), 타가트(수원)로 구성되었다.
글의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4-3-3 포메이션이고,
선수가 4명, 3명, 3명이기 때문에
순서대로 4에 박주호, 오스마르, 불투이스, 이용
3에 세징야, 김보경, 믹스
3에 박주영, 이동국, 타가트가 있다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이때 축구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독자라면 이정도 수준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4-3-3 포메이션이 구체적으로 어떤 배열이고 어떤 장점과 단점을 지니는지
각각의 선수는 어떤 특징과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이를 고려해서 적절하게 배치된 것인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고
차라리 이렇게 구성을 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와 같은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지식과 생각이 반영되어 재구성된 수준도 있다.
대체로 잘 모르는 글에 대해서는 첫 번째 수준의 표상이 한계가 된다.
첫 번째 수준의 표상에서는 글에 대한 표면적인 이해를 묻는 문제에는 대답할 수 있지만 표면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문제에는 대답할 수 없다.
그러나 여기에도 초보적인 독자와 숙련된 독자와의 차이는 존재한다.
초보적인 독자는 주어진 내용 간의 의미 연결에도 서투른 반면에
숙련된 독자는 주어진 내용 간의 의미 연결이 충분히 이루어진 양질의 표상을 형성한다.
필드 플레이어~ 글을 다시 예로 들면
초보적인 독자는 4-3-3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한다. 포백은 ~ 중원은 ~ 최전방은 ~
을 보고 그냥 아무 생각없이 넘어갈 수 있지만
숙련된 독자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포백은 4명이니까 4-3-3에서 4에 해당하고
중원은 가운데니까 중간 3, 최전방은 마지막 3에 해당된다고 연결 지을 수 있다.
그리고 최전방이라는 말에서 4-3-3에서 가장 마지막 3이 가장 전방이고 뒤로 갈수록 후방이라는 사실도 연결지을 수 있다.
이를 시험 독해에 연결 지으면 다음처럼 생각할 수 있다.
언어 이해에 대한 시험은 다양한 소재의 글을 활용하여 글의 이해에 대해서 평가하는데,
수능 국어 영역의 경우
국어 영역은 2009 개정 교육과정(교육과학기술부 고시 제2012-14호)을 기초로 대학 수학(修學)에 필요한 국어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다. 국어 영역은 고등학교 국어과 교육과정 중 ‘화법과 작문’, ‘독서와 문법’, ‘문학’ 과목의 목표와 내용을 중심으로 다양한 소재의 지문과 자료를 활용하여 학생들의 국어 능력을 측정한다.
리트 언어 이해의 경우
(공통) 특정 전공 영역에 대한 세부 지식이 없더라도 대학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마쳤거나 마칠 예정인 수험생이면 주어진 자료에 제공된 정보와 종합적 사고력을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문항을 구성함.
(언어 이해) 법학전문대학원 교육에 필요한 독해 능력, 의사소통 능력 및 종합적인 사고력을 측정함.
이라고 밝히고 있다.
다시 말해 수능 국어 영역은 중등 교육(~고등학교 교과 과정)에서 다루는 지식의 수준을 전제로 출제하고 있으며
리트 언어 이해는 학사 수준에서 다루는 교양 수준을 전체로 출제하고 있다.
다양한 소재를 활용하기 때문에 모두가 글의 내용에 자신의 지식이 반영된 고도의 표상을 구성할 수는 없지만
해당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수준까지는 반영되어 재구성된 표상과
그 이상의 수준에서는 표면적인 의미 연결이 충실하게 이루어진 경우 풀 수 있는 문제가 출제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초보적인 독자라면 표면적인 의미 연결이 부족해서 문제 풀이에 실패할 수 있지만
숙련된 독자라면 그렇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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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를 이해하자는 정기적으로 연재되었다가 잠시 중단된 칼럼입니다.
개인 블로그에만 꾸준히 연재하고 오르비에는 간간히 올렸던 칼럼인데
거의 2달만에 다시 키보드를 잡은 김에 올려봤어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