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u Roman. [69422] · MS 2004 · 쪽지

2018-10-16 13:2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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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삶을 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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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지 못하는 게 아니다.

나는 살지 않는다.

원하는 삶을.


어떻게 해야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지

대강은 안다.

생각을 안 해도 대강 알기에

고민하면 제법 알 것이다.


근데도 왜 안 하나.

원하는 생활을 하기 때문.


삶을 저당잡아 생활을 한다.

지금 나는, 즐겁다.


회사는 늦게 출근해 일찍 퇴근하고

하는 일에 비해 많은 보수를 받고

외모 덕분에 대접도 받는다.


하는 일이라곤 그저, 넥타이 둘러매고

나뭇가지대신 기둥을 걷다

열매 대신 즙을 빨며

데이트나 하고, 호텔이나 즐기고

다음달 여행계획을 짜는 일 뿐이다.


출판사에 낼 원고는 벌써 젖혀두었고

연말 있을 연주회 레퍼토리는 커녕

건반에 손조차 대지 않는다.


편하게 일하다

맛있는 거 먹고

예쁜 여자 만나

로췰드 따위 먹다 보면

그게 다인 것 같다.


시험을 위해서라면 1분 1초도 아까울 재수생따위가

매일매일 휴일마냥 게임하는 데 즐거움을 느끼듯,


하나하나의 생활에 만족해

원하는 삶을 살지 않는다.


살지 못하는 게 아니다.

나는 살지 않는다.


원하는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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