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꾸준히 읽으라고? - 논술 비틀어 보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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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루 아침에 글을 잘 쓸 수는 없다.
더군다나 깊이 있는 지식에 창의성까지 더하고 논리적이고 우수한 글을 쓰라?
어떤 면에서 ‘논술’이란 과목은 현실에 대한 기만일 수 있고,
적어도 단기적으론 뒤틀려진 교육 현실을 더욱 뒤틀어지게 만들어버릴 수 밖에 없다.
2. 세상은 확실히 변했다
생각해보라. 4당5락은 옛말.
이미 초등학생때부터 영어는 기본이고, 우등상보다 개근상이 대우 받던 시절은 오래 전에 사라졌고,
학기 중에 가족 여행은 물론이고 어학연수까지 다녀오는 세상이 되버렸고
특목고나 외고 최상위권 학생들의 목표가 ‘서울대’를 넘어 ‘미국 명문대’로 바뀐지가 오래이니 이런 현실을 누가 뒷받침 하겠는가?
3. 국가? 교육부? 혹은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
모두가 자신만만하게 대한민국 교육을 변화시키겠다고 얘기하지만 누가 그들의 말을 믿는가.
교육 업계 종사자가 100만명이 넘고, 교육 문제가 국가경쟁력이니 기업혁신과 결합하며 나날이 시장과 간격을 좁혀가는 만큼
교육은 지도자 한명의 의지라던지, 정부에서 정책 하나로 해결될 성질은 멀찌감치 벗어났다.
물론 피튀기는 경쟁 속에 자기 학교 위신을 세우기에도 급급한 사립대들에게 자율권을 준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될까?
그 역시 순진한 생각.
'3불 고수’라던지 ‘대학자율화’로 언급되는 보수, 진보 간의 교육 논쟁 역시 기실 현실 속에 얼마나 무력한 논쟁인지
이제는 솔직히 인정한 후에 새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4. 거짓말이 오래되면 무던해지는 법
한번도 제대로 실행된 적은 없지만
여전히 공교육이 고수하는 바는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는 인재양성’과 더불어 ‘인성교육에 근간한 참인간 양성’.
거짓말을 너무 오래하면 비판받기 보단 무관심 해 지는게 사실.
사범대가 뜨는 이유도 급변하는 세상 속에 가장 ‘안정적이면서 유망한 직장’ 탓이겠고,
학생들이 학교선생 말은 안 들어도 학원선생한테는 맞아가면서 열심히 공부하는 것도 이미 분명한 사실.
그렇다면 너무나 빡빡하게 변해가는 현실 속에 한국 교육이 가진 중심적인 부분은 과연 변하였는가?
어떤 면에서 교육부의 분투는 인정해야 하겠으나 현실의 급격한 변화는 일련의 교육 개혁들을 무색하게 만들어 버렸다.
전과목을 외울 필요도 없고, 사회탐구 과목 등은 선택 범위도 주어졌지만 과거보다 입시 문제가 나아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또한 입시라는 긴 레이스를 위한 전후방의 과정은 보다 고도화되고 길고 길어졌다.
이미 초등학생때부터 많은 소양을 갖추어나가야겠고, 명문대 합격?
취업 관문은 대학입시 못지 않으니. 이제 시작일 뿐! 사슬은 더욱 강하게 우리의 삶을 조여 댄다.
5. 뭐 좀 바꿔줘봐~
‘책을 읽으라’는 말이야 옛날부터 듣던 얘기고 그 때도 이 말을 진지하게 듣는 사람들이 얼마 없었을 뿐더러
바쁜 입시 준비에 읽을 시간이 없었고 사실 안읽어도 큰 문제가 될 것 역시 없던 시절.
같은 말의 반복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으라’는 요구는 ‘논술 강화’와 더불어 갑작스레 밀어닥치고 있다.
책을 읽어야 생각이 넓어지고, 그것도 어렸을 때부터 충분히 읽어야 논술 시험 볼 때 비로소 효과가 난다고 하니. 지당한 말씀.
그때 그랬듯 유교 문화에서 자란 우리 민족에게 책 읽는 것에 대해 ‘싫다’는 말은 해도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는 법.
그렇다면 읽을 시간을 줘야 하지 않을까?
개별 교과목들의 분량은 전혀 줄지 않고 지리과목은 2과목에서 3과목으로 세분화되었고,
사회탐구는 무려 11과목으로 세분화되어 발달했으니 수능 준비에 내신, 게다가 논술이라니!!
6.누구나 쉽게 말할 수 있다.
논술은 교육의 근본적인 태도를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고. 누구나 말할 수 있다.
논술 교육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우리나라도 프랑스 바깔로레아처럼 수준을 한층 높을 수 있다고.
하지만 무엇인가 변화하려면 변화를 위한 요구 뿐 아니라 변화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유’라도 줘야 하는 법.
모두가 ‘논술’의 의도나 취지도 알고, 왠간한 교육적 지식이 있다면야 한두마디 좋은 소리를 할 수는 있겠으나
질릴대로 질리고 지칠대로 지친 학생들에게 물어보라.
논술 역시 또 하나의 시험일 뿐.
누가 이 가식적인 어른들의 주장을 곰곰이 듣겠는가.
- 깊은계단 비잔틴 2008. 4. 7 (lyang.blog.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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